일본 '쟈니즈 사무소' 창립자 고(故) 쟈니 기타가와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동 학대 방지법 개정 요구를 보도하는 NHK방송 갈무리

일본 '쟈니즈 사무소' 창립자 고(故) 쟈니 기타가와 성폭력 피해자들의 아동 학대 방지법 개정 요구를 보도하는 NHK방송 갈무리 ⓒ NHK

 
일본 최대 연예기획사 '쟈니즈 사무소' 창립자 고(故) 쟈니 기타가와(ジャニー喜多川·1931~2019)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더 이상의 피해를 막기 위한 법 개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일본 공영방송 NHK에 따르면 5일 쟈니즈 소속이었던 연예인 3명이 아동 학대 방지법 개정을 요구하며 지난달 말부터 받은 3만9000여 명의 서명을 일본 여야 6개 정당에 제출했다.

이들이 요구한 개정안은 보호자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 우위에 있는 성인에 의한 성폭력도 '아동 학대'에 해당하고, 피해 사실을 알게 되면 주변 사람이나 경찰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과거 돌이킬 수 없지만, 미래의 아이들 보호해야"

쟈니즈 출신 가수 가우안 오카모토씨는 "많은 분이 이번 성폭력 문제에 함께 맞서주셔서 기쁘게 생각한다"라며 "과거는 돌이킬 수 없으니, 미래의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한 법을 만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배우 겸 댄서 하시다 야스씨도 "쟈니즈가 안개에 싸여있던 문제를 밝혀내고 마주함으로써 새롭게 태어나 좋은 방향으로 다시 시작하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1962년 쟈니즈를 설립해 '스마프'와 '아라시'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을 키워낸 기타가와는 일본 연예계의 '제왕'으로 군림했다. 그러나 기타가와는 생전에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미성년자 남성 연습생들을 성폭행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이 같은 의혹은 쟈니즈와 이해관계로 얽힌 일본 주류 언론이 외면하면서 묻히는 듯했으나, 지난 3월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일본 J팝의 포식자'라는 다큐멘터리를 통해 전 세계에 폭로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가우안의 경우 지난달 쟈니즈 소속이던 2012∼2016년에 기타가와로부터 15∼20차례 성폭력을 당했다고 실토했다. 또 다른 연습생 출신 남성도 15세 때 기타가와의 집에 초청받았다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성폭력을 당했으나, 연예계 데뷔를 위해 기타가와의 행위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일본 언론의 침묵 속에서 기타가와는 어떤 처벌도 받지 않고 2019년 87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쟈니즈, 어설픈 사과에 '역풍'... 추가 피해 폭로까지 
 
 일본 연예기획사 '쟈니즈' 창립자 고(故) 쟈니 기타가와의 생전 성폭력 의혹을 보도하는 NHK방송 갈무리

일본 연예기획사 '쟈니즈' 창립자 고(故) 쟈니 기타가와의 생전 성폭력 의혹을 보도하는 NHK방송 갈무리 ⓒ NHK

 
논란이 확산하자 결국 기타가와의 조카인 후지시마 쥬리 게이코 쟈니즈 사장이 지난 15일 "창업자의 성폭력 문제로 세상을 크게 소란스럽게 한 것에 진심으로 사과한다"라며 처음으로 공식적인 사과를 했다(관련 기사 : 일본 '연예계 거물' 쟈니, 미성년자 성폭행 공식 첫 사과).

그러나 기타가와가 고인이라는 이유로 성폭력 의혹을 확인하기 어렵다며 발을 뺐고, 제3자위원회를 통한 조사도 거부하며 '반쪽 사과'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당시 <야후 재팬>이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쟈니즈 사무소의 입장 표명에 대해 '납득이 안 간다'는 응답이 93%에 달했다.

또한 쟈니즈 소속 배우였던 니혼기 아키마사가 지난달 31일 기자회견을 열고 "나도 15세 때 1년간 10차례 정도 성폭력을 당했다"라며 "나 말고도 수십 명의 연습생으로부터 피해 사실을 들었다"라고 증언했다. 

그는 "연습생을 그만두게 할 것 같아서 거부하지 못했고, 어디에 상담하는지도 몰랐다"라며 "제3자가 경찰에 통보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아동을 성폭력으로부터 보호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라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입헌민주당의 나가츠마 아키라 정무조사회장은 "몇십 년이나 방치된 문제"라며 "당 차원에서 법안을 제출했으니 이번 국회에서 통과할 수 있도록 여당(자민당)과 실무 협의를 진행하겠다"라고 밝혔다.
쟈니 기타가와 쟈니즈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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