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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이면 65세 이상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사회로 진입합니다. 65세 이상이 1000만 명을 넘어섭니다. 이들은 과연 어떤 곳에서 살아가야 할까요. 고령인구가 30%를 넘은 전남 장성의 누리타운을 통해 지자체가 주도한 '어르신 돌봄'의 실험과 현실을 2회에 걸쳐 소개합니다. [편집자말]
전남 장성군은 지난 2019년 광주·전남권 최초로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 150세대를 건립했다. 누리타운은 실버주택 입주자 뿐만 아니라 만 65세 이상의 고령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80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남 장성군은 지난 2019년 광주·전남권 최초로 공공실버주택 누리타운 150세대를 건립했다. 누리타운은 실버주택 입주자 뿐만 아니라 만 65세 이상의 고령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2023년 기준 180명이 거주하고 있다.
ⓒ 김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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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대 1. 지난 3월 서울 강서구의 한 실버(고령자) 주택의 경쟁률이다. 대형건설사가 짓는 이 곳은 대형평수의 경우 비용이 월 500여만 원에 달하는데도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초고령 사회를 목전에 두고 실버 주택을 향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른바 실버타운 전문가로 불리는 유튜버가 인기를 끌고 관련 영상의 조회수는 70만을 훌쩍 넘겼다. 민간 실버타운은 60세 이상 입주 가능한데 어떤 곳은 몇 년을 기다려야 할 정도다.

공공도 실버 주택에 눈을 돌렸다. 서울시는 지난해 노년 부모와 결혼한 자녀 가족이 가까운 곳에 살 수 있도록 하는 차세대 실버타운 개념의 '골든빌리지(가칭)'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고덕동에 짓는다고 발표했다. 또 재건축을 앞둔 서울 노원구 하계5단지 아파트에는 부모와 자녀 가족이 함께 살 수 있는 '3대 거주형 아파트'를 시범 조성한다. 

이 가운데 전남 장성군 누리타운은 5년여 지역사회가 주도한 노인 주거 복지의 모범 사례라는 면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곳은 광주·전남지역 최초로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영구임대 형식으로 제공된 공공실버주택으로 지난 2019년 1월에 완공, 같은 해 입주 완료됐다. 개관 이후 LH공사를 비롯해 경북 안동시·충북 보은군·전북 부안군·고창군 등 전국 각지에서 사례 연구를 위해 찾기도 했다.
 
"군에도 실버주택 필요하다"... 십여 차례 설득

 
할머니들이 5월 30일 장성 누리타운 교육실에서 진행하는 관절튼튼 건강체조에 참여해 율동을 배우고 있다. 누리타운 노인복지관은 실버주택 입주자 뿐만 아니라 만 65세 이상의 고령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5월 30일 장성 누리타운 교육실에서 진행하는 관절튼튼 건강체조에 참여해 율동을 배우고 있다. 누리타운 노인복지관은 실버주택 입주자 뿐만 아니라 만 65세 이상의 고령 주민 전체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복지 서비스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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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리타운의 성공에는 고령화의 심각성을 내다본 적극적인 행정이 한몫했다. 

사업 공모에서 입주까지 전 과정을 담당했던 장성군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처음 국토교통부 공공실버주택 시범사업을 추진 설명회를 한 게 2015년 11월인데, 당시에는 광역시만 지원 가능했다"라며 "그래서 이의제기했다. '인근에 있는 광주광역시의 만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13%대였는데, 장성군은 27.8%이다. 우리 군이야말로 공공실버주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말했다. 

이후 장성군은 10여 차례에 걸쳐 건의를 하고서야 공공실버주택 시범 사업지가 될 수 있었다. 토지구입 비용포함 총164억(국비 151억 원, 군비 13억 원)원의 사업비는 전액 국비로 진행됐다.

누리타운의 가장 큰 장점으로는 저렴한 비용을 꼽을 수 있다. 장성군은 보증금과 임대료는 영구임대주택 수준으로 책정, 입주민 부담을 줄였다. 저소득층을 기준으로 부부세대가 거주하는 35㎡의 경우 보증금 1028만원∼1531만원에 월 임대료 8만 6000원∼12만 8000원 수준이다.

지난 5월 30일 누리타운에서 만난 장금옥(73)씨는 "남편이 떠난 후 살던 집에 계속 살고 싶지는 않았다. 유튜브도 검색해보고 여러 곳을 찾아봤는데 비싸 부담스러웠다"라며 "결국 집을 팔고 무주택 자격으로 누리타운에 왔다. 임대료 5~6만 원에 관리비까지 더해도 월 10만 원 가량이라 부담이 적다"고 말했다.    
 
장성군 누리타운 내부 모습.
 장성군 누리타운 내부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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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세심한 구조 설계로 공공 주택에 대한 편견을 깨고 입주자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집안에 문턱을 없애는 것은 기본이고 욕실 바닥엔 미끄럼 방지 시공을 하고 손잡이를 여기저기 다는 등 고령자의 생활 안전에 신경썼다. 2019년에는 '장애물 없는 생활환경' 본인증에서 우수 등급 평가를 받았다.

장성군 관계자는 "어르신들은 온도에 민감하다. 그래서 단열에 신경 썼고, 설계 당시부터 100% 친환경 인증 받은 자재만 사용했다"라며 "어르신들의 응급상황에 대비해 엘리베이터 사이즈도 119 와상침대가 들어갈 수 있게 비교적 크게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단체장이 누가 되든... 운영조례 만들어 누리타운 지원
 
장성 누리타운은 보건소와 연계해 노인 건강 체크 서비스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입주민들은 누리타운의 장점으로 보건소 인접을 꼽았다.
 장성 누리타운은 보건소와 연계해 노인 건강 체크 서비스 등을 정기적으로 진행한다. 입주민들은 누리타운의 장점으로 보건소 인접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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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기단계에 운영조례를 만들어 안정적인 기반을 만든 것도 성공 요인으로 꼽힌다. 장성군 관계자는 "군의회와 공공주택 지원 운영조례를 만들었는데, 당시 장성에 있는 모든 임대주택의 평당 가격을 분석했다. 누리주택은 고령층이 입주하는 만큼 임대료 등을 기존 (장성의) 임대주택의 50% 수준으로 책정했다"면서 "관리비도 30% 이상 군에서 지원할 수 있게 했다"고 부연했다. 

당시 장성군의회 의장이던 차상현 군의원은 "장성 누리주택은 어떤 정권이나 지자체장의 성과에서 그치면 안 된다. 장성군에서 먼저 꾸준하게 지원하기 관련 조례가 필요하다고 했고, 의회에서 검토해 승인했다"면서 "조례 덕분에 지자체장이 누가 되든 상관없이 누리타운 지원은 꾸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누리타운 내 경로식당은 어르신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은 시설이다. 경로식당은 하루 평균 180여 명이 무료 또는 1000원의 식대로 점심을 이용하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적어도 하루 한 끼, 어르신의 끼니를 챙기자는 의도"라고 부연했다. 

장성군 관계자는 "누리타운을 통해 어르신 돌봄이 지역사회의 몫이라는 걸 보여줬다. 지역에 어르신을 위한 주거가 공급된다면 이들의 고립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공공 지원으로 인한 운영상 어려움은 개선이 시급해 보인다. 

현재 150가구, 180여 명이 거주하는 누리타운의 관리인원은 현장 소장 2명, 경비 2명, 청소 1명으로 최소 적정인원이다. 때문에 입주자들은 관리비 부담을 덜 수 있지만 서비스의 질적인 면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차상현 군의원은 "관리 인원 부족과 관련해 여러 민원이 있었다. 하지만 군 예산이라 관리 인원을 늘리기 쉽지 않아 해결 방법을 모색 중"이라고 부연했다. 

경로식당도 180여명 분의 점심을 조리사 3명이 만드는 등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 복지관 관계자는 "광역시는 여러 단체도 있고 기업 봉사도 나와서 식당 보조인력이라도 있다. 작은 군 단위는 얼마 없는 노인 공공근로 등 보조 인력에 기댈 수밖에 없는데 70대 이상이다. 그마저도 흔치 않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고령층 최고의 복지, 편안하고 안전한 자신의 집"

그렇다면 다른 지자체도 장성 누리타운 식의 주거 복지를 실현할 수 있을까. 지자체별 상황과 재원 마련, 지역사회 분위기 등 여러 변수가 있다.

실제 장성과 함께 지난 2015년에 공공실버주택 시범사업에 선정된 한 지자체는 입주는커녕 준공이 내년으로 미뤄졌다. 잇따른 설계변경과 예산 확보 문제도 있었지만 일부 주민들이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 계층 노인이 거주하면 생활환경 침해가 걱정된다"고 반대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군 관계자는 "고령층이 많은 지역에서는 입지 선정에 어려움이 없다. 모두 늙어가는 처지라 주민들이 반대할 이유도 없다. 다만 몇몇 지역에서는 일부 주민들이 집값이 떨어진다거나 생활환경 수준이 안 좋아지지 않을까 우려해 공공실버주택을 반기지 않는다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그는 "고령층에게 최고 복지는 안전하고 편안한 자신의 집이다. 일부 반대 때문에 지자체가 공공실버주택 도입을 망설여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차상현 장성군의원은 "고령층을 혐오하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하다. 군이든 광역시든 지역 사회에서 어르신 돌봄을 실천하고, 지역 의회가 앞장서 기틀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지자체 상황에 맞춰 공공실버주택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말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고령층 비중이 높은 곳과 그렇지 않은 곳, 도심에 꼭 자리해야 하는 곳 등 상황이 다 다르다. 고령층 비중이 높아진다는 건 그만큼 다양한 계층의 노인이 많다는 뜻"이라며 "지금은 차상위계층, 무주택자만 공공실버주택에 입주 가능한데 기준이 완화될 필요가 있다. 지자체의 상황, 환경을 고려한 맞춤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할머니들이 5월 30일 장성 누리타운 프로그램실에서 진행하는 원예교실에 참여해 비누 꽃만들기를 하고 있다.
 할머니들이 5월 30일 장성 누리타운 프로그램실에서 진행하는 원예교실에 참여해 비누 꽃만들기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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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할아버지들이 5월 30일 전남 장성 누리타운 프로그램실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여해 문자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5월 30일 전남 장성 누리타운 프로그램실에서 진행하는 스마트폰 교육 프로그램에서 참여해 문자 보내는 방법을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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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장성, #누리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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