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30일 KBO리그에는 야구팬들을 충격에 빠트린 대형사건이 터졌다.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 기간 도중 대표팀의 주력 투수 3명이 유흥주점에 출입해 술자리를 가졌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그리고 하루가 지난 6월 1일 이 선수들의 이름이 공개됐다. SSG랜더스의 선발 김광현과 두산 베어스의 불펜 정철원, 그리고 NC다이노스의 마무리 이용찬이었다. 이들은 이름이 밝혀진 1일 나란히 구단을 통해 공식사과를 했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아직 한국야구위원회에서 어떤 수위의 징계를 내릴 지는 알 수 없지만 야구팬들에게 큰 실망을 안긴 세 선수가 한동안 경기에 나서기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김광현과 정철원, 이용찬은 각각 상위권과 중위권에서 치열한 순위다툼을 벌이는 SSG와 두산, NC의 주축투수들이다. 음주파문을 일으킨 선수들이 소속된 구단들은 전력약화가 불가피해졌다는 뜻이다. 하지만 주력투수들의 이탈은 기존 선수들의 부재를 기다리던 선수들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 과연 이번 사태로 자리를 비울 투수들의 빈자리를 메우며 팀에 새러운 중심으로 떠오를 선수는 누가 있을까.

군필 좌완 유망주로 김광현 공백 메운다

SSG의 김원형 감독은 두 명의 외국인 투수와 김광현, 박종훈, 문승원으로 올 시즌 선발 로테이션을 구상했다. 하지만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에니 로메로의 조기 퇴출과 문승원의 컨디션 난조 및 불펜전환 등으로 시즌 초부터 김원형 감독의 구상은 많이 틀어진 상황이다. 여기에 작년 13승3패 평균자책점2.13에 이어 올 시즌에도 8경기에서 3승을 따낸 에이스 김광현마저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탈했다. 

SSG는 로메로가 빠진 공백을 새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로 메우고 있다. 엘리아스는 아직 2경기에서 1승1패4.50으로 적응과정에 있지만 시즌 두 번째 등판이었던 5월 31일 LG트윈스와의 경기에서 7이닝을 소화하는 등 이닝이터의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문승원의 자리는 올 시즌 10경기에서 4승을 올리고 있는 프로 4년 차 좌완 신예 오원석이 기대 이상으로 잘 메워주고 있다.

SSG는 김광현의 차례였던 지난 1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2019년 1차지명 선수인 좌완 백승건을 선발로 투입했다. 시즌 개막 후 불펜으로만 19경기에 등판해 2승1패3홀드2.74를 기록했던 백승건의 시즌 첫 선발 경기였다. 흔히 기존 선발투수가 부상이나 개인사정 등으로 갑작스럽게 자리를 비울 경우엔 불펜투수들이 짧으면 1이닝, 길면 2~3이닝씩 쪼개 던지며 한 경기를 소화하는 '불펜데이'로 치를 때가 많다.

하지만 백승건은 시즌 첫 선발 등판 경기에서 4이닝2피안타1볼넷2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 비록 5이닝을 채우지 못해 프로 데뷔 첫 선발승을 따내진 못했지만 김원형 감독과 SSG팬들의 기대를 훌쩍 뛰어넘는 호투였다. 아직 김광현의 복귀시기가 기약이 없는 만큼 백승건은 최소 한 두 차례 더 선발기회를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이 기회를 어떻게 살릴지는 이제 백승건의 활약에 달려있다.

정철원이 이탈한 날, 이영하가 돌아온 두산

2015년부터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두산은 작년 순위가 9위로 떨어지면서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우울했던 작년 시즌에도 두산팬들을 기쁘게 했던 커다란 수확이 있었으니 바로 신인왕 정철원의 발굴이었다. 2018년 두산에 입단해 1군 데뷔를 하지 못하고 현역으로 군복무를 마친 정철원은 작년 58경기에 등판해 4승3패3세이브23홀드3.10의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며 역대 신인 최다홀드 기록을 세웠다.

정철원은 연봉이 1억 원으로 인상된 올 시즌에도 24경기에서 4승2패7홀드4.01의 성적을 올리며 두산의 필승조로 활약했다. 하지만 WBC에서 술자리에 참석한 것이 적발되면서 지난 2일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그렇게 졸지에 불펜에 큰 구멍이 생긴 두산에 반가운 소식이 들려왔다. 학교폭력사건으로 재판을 하느라 시즌 개막을 함께 하지 못한 우완 이영하가 1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은 것이다.

2018년 10승, 2019년17승을 따내며 두산의 토종에이스로 떠올랐던 이영하는 2020년과 2021년에는 불펜투수로 변신해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한 바 있다. 올해는 재판일정이 장기화되면서 스프링캠프도 소화하지 못했고 시즌이 개막한 후에도 1군에 등판하지 못하고 재활군에서 몸을 만들었다. 하지만 이영하는 1심 무죄판결을 받은 다음날 퓨처스리그에서 시속 149km의 강속구를 던졌고 2일 곧바로 1군에 복귀했다.

3일과 4일 kt 위즈와의 경기에서 이틀 연속으로 등판한 이영하는 2.1이닝을 던지면서 2피안타2볼넷2탈삼진1실점(평균자책점3.86)을 기록했다. 아직은 실점감각을 끌어올리는 과정이지만 정철원이 없는 만큼 이승엽 감독은 내심 이영하가 두산의 새로운 필승조로 활약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 과거 두산이 자랑하던 젊은 토종 에이스 이영하가 불펜에 크게 뚫린 정철원이라는 구멍을 메우며 두산을 다시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시훈의 패기로 이용찬의 경험 채운다

두산 시절이던 2020년 5경기에서 1승3패8.44를 기록한 후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시즌아웃된 이용찬은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었지만 잦은 부상경력 때문에 시장에서 외면을 받았다. 결국 미계약 상태로 2021 시즌을 맞은 이용찬은 2021년5월3+1년 최대27억 원에 NC와 계약했다. 그리고 이용찬은 NC에서의 2년 동안 38개의 세이브와 함께 2점대 초반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하며 '가성비FA'로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이용찬은 올해 심한 기복을 보이며 한 차례 2군에 다녀오기도 했지만 19경기에서 1승1패9세이브4.66을 기록하며 NC의 뒷문을 지키고 있었다. 하지만 이용찬은 지난 2일 음주파문으로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됐고 NC는 이용찬이 이탈한 2일부터 4일까지 리그 1위를 달리던 LG를 만났다. 자칫 중위권 경쟁에서 멀어질 수 있는 위기였지만 NC는 마무리 투수 이용찬 없이 치른 LG와의 주말 3연전을 모두 승리하며 단독 4위로 뛰어 올랐다.

2일 경기는 갑작스럽게 등판해 6이닝을 버텨준 최성영의 호투와 홈런 2방을 포함해 12안타로 9득점을 올린 타선의 폭발로 손쉽게 승리를 따냈다. 3일 경기에서는 에이스 에릭 페디에 이어 송명기, 김영규, 류진욱, 임정호로 이어지는 불펜 투수들의 효과적인 이어 던지기가 돋보였다. 그리고 4일 경기에서는 선발 이재학의 6이닝1실점(비자책) 호투에 이어 김영규와 김시훈이 3이닝을 책임지며 '지키는 야구'에 성공했다.

3일과 4일 경기에 연속으로 등판한 좌완 김영규는 이틀 동안 44개의 공을 던지면서 끈끈하게 마운드를 지켰고 4일 경기 마무리로 등판한 김시훈은 9회 1사1,2루의 위기에서 김현수와 오지환을 연속 삼진으로 돌려 세웠다. 작년에도 11홀드를 기록하며 필승조로 활약했던 김시훈은 이용찬이 없는 기간 동안 NC의 마무리로 활약할 확률이 높다. 묵직한 구위와 두둑한 배짱을 자랑하는 김시훈은 이용찬이 없는 NC의 뒷문을 든든하게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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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WBC 음주파문 백승건 이영하 김시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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