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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31일 새벽 5시 30분께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광양제철소 앞 도로에서 고공시위 중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경찰봉으로 제압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찰이 저항을 포기한 김 사무처장에 대해 양쪽에서 마구 경찰봉을 휘둘렀다. 이는 명백한 과잉진압"이라고 했다.
 경찰이 31일 새벽 5시 30분께 전라남도 광양시 포스코광양제철소 앞 도로에서 고공시위 중인 한국노총 금속노련 김준영 사무처장을 경찰봉으로 제압하고 있다. 노조 측은 "경찰이 저항을 포기한 김 사무처장에 대해 양쪽에서 마구 경찰봉을 휘둘렀다. 이는 명백한 과잉진압"이라고 했다.
ⓒ 한국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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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포스코 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며 고공농성 중이던 한국노총 간부를 곤봉으로 내리쳐 강제 연행하면서, 한국노총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불참이 기정사실화되고 있다. 민주노총과 달리 정부와의 대화 끈을 유지해오던 한국노총 내부에서조차 경사노위 불참 목소리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류기섭 한국노총 사무총장은 5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노총은 6월 1일 경사노위에서 사회적 대화를 진행하기로 예정하고 있었지만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에 대한 강제진압 사건(5월 31일)으로 인해 그것조차도 물 건너간 상황"이라며 "더 이상 사회적 대화를 유지해 가는 것이 어렵지 않겠나"라고 밝혔다.

경사노위는 대통령 직속 노사정 사회적 대화 기구다. 민주노총이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노총마저 불참하면 정부와 노동계의 공식 대화 통로가 막히게 된다. 

한국노총은 오는 7일 중앙집행위원회 회의를 통해 경사노위 불참 여부를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국노총은 경찰에 항의하는 차원에서 이날 회의 장소도 김 사무처장이 체포된 광양지역지부 회의실로 잡았다.

한국노총 지도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경사노위를 아예 탈퇴하자는 강경 주장도 있고 김준영 처장의 석방과 윤희근 경찰청장의 사과를 조건으로 내거는 조건부 중단 주장도 있지만, 현 상태로 경사노위 참여를 지속할 수 없다는 데에는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고 내부 상황을 전했다.

또 다른 한국노총 관계자는 "김준영 처장이 구속되면서 보수 성향이 강한 경상도 지역 본부 위원들도 경사노위 참여 중단에 이견을 내기 어려운 분위기"라며 "여권 일부에서 거론된 김문수 경사노위위원장 교체 카드 역시 김준영 처장 사건 이전에는 의미가 있었겠지만 현재로선 의미가 없어졌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김준영 처장은 평소 사회적 대화를 강조하는 온화한 성품으로 내부에서도 신망이 두텁고,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과도 막역한 사이"라고 말했다.

한국노총 배제도 총선 전략? "박근혜 정부 때 잊은 오판"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포스코 하청노조 과잉 폭력 진압과 무차별한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윤희근 경찰청장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앞에서 한국노총 조합원들이 ‘포스코 하청노조 과잉 폭력 진압과 무차별한 공권력 남용 규탄 및 윤희근 경찰청장 즉각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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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총 내에는 특히 이번 김준영 처장 진압작전이 정부·여당의 내년 총선 전략과 연결된 것으로 받아들이는 시각이 있다. 민주노총은 배제하고 한국노총은 대화의 틀 안에 집어넣는 보수 정치권의 전통적인 '갈라치기' 전략과 달리, 윤석열 정부는 양대노총 모두 배제해도 총선에서 나쁠 게 없다는 계산을 세웠다는 것이다.

한국노총 산하의 한 산별노조 위원장은 "일반 조합원도 아니고 노총 간부에 대해 진압 작전하듯이 경찰이 움직였는데 말단 경찰들만의 결정으로 이뤄졌겠나"라며 "정권 차원의 판단이 있었을 것"이라고 봤다. 그는 "조직된 노조가 14%에 그치는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는 일관되게 자신들은 미조직 노동자, 약자의 편이라는 점을 강조해왔고 '조직된 노조는 귀족'이라는 프레임을 만들었다"라며 "그 연장선상에서 한국노총과도 함께 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에 김준영 처장 진압에 들어간 것 아니겠나"라고 짚었다.

야권 정치인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한국노총 출신의 한 민주당 의원은 "총선이 1년도 남지 않은 상태에서 민주노총도 아니고 한국노총 간부에게 유혈사태를 만들었다는 것은 상부 판단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며 "최근 국민의힘 내에서도 한국노총 출신 국회의원들이 정부의 노동 관련 중요 의사결정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사회보장 전략회의 입장하는 윤석열 대통령 윤석열 대통령이 5월 3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사회보장 전략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 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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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가 민주노총뿐만 아니라 한국노총에도 고개를 돌리는 사이, 민주당은 양대노총과 공동대오를 맞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양대노총을 포함하는 '노동탄압 대책기구' 신설을 공식 언급했다. 당내 '건설노동자탄압 대응 TF' 단장인 진성준 의원은 "양대노총이 조만간 대규모 장외투쟁을 준비하고 있는데, 당이 적극적으로 함께 결합하고 투쟁하는 문제를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과거 청와대에서 양대노총과 소통한 경험이 있는 한 민주당 의원은 "대선과 달리 총선이 아무리 지역구마다 상황이 다르다고 해도, 각각 120만명씩이 넘는 조직을 거느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라며 "박근혜 정부도 쉬운 해고 등 노동 개악을 밀어붙이다 양대노총 모두와 등을 돌렸고, 이어진 총선에서 결국 패한 사례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오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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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한국노총, #양대노총, #총선, #윤석열정부, #경사노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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