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6.05 11:19최종 업데이트 23.06.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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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1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유국희 단장(원자력안전위원회 위원장)이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활동 결과를 설명하고 있다. ⓒ 권우성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검증을 위한 한국 정부 시찰단이 5박 6일간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처리 시설 등을 시찰하고 돌아와 5월 31일 기자회견을 열었다. 시찰단장은 일본에서의 활동을 밝히며 "구체적 자료도 확보해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시찰단은 시작부터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명분을 주는 요식행위에 불과할 것이라는 우려 속에 출발했다. 한국 정부는 오염수 안전성을 검증하겠다고 했지만, 일본 정부는 오염수의 안전성을 점검하는 것이 아니라 오염수 해양 투기의 이해를 돕기 위한 시찰단이라고 선을 그었다. 한일 양국의 첨예한 시각차 속에 출발한 '시찰'은 정말 오염수의 '과학 기술적 검토 과정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을까?


시찰단은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사능 오염수 처리 설비인 다핵종제거설비(ALPS), 처리 후 오염수 측정·확인 시설인 'K4' 탱크, 오염수 이송 설비, 희석 설비, 방출 설비, 중앙감시제어실 등을 점검했다고 발표하며 "시찰 과정에서 도쿄전력에 오염수의 ALPS 입·출구 농도를 담은 로데이터(원자료)를 요구해 확보했다"고 밝혔다.

시찰단은 오염수의 직접 채취 대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제공한 오염수 시료를 분석하고 있으며, 연 1회 농도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64개 핵종에 대해 2019년부터 작년까지 4년간 운전된 설비의 데이터를 받았고, 더 자세한 정보는 일본 정부에 요청하고 왔다고 주장했다.

한 시간 넘게 시찰단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지만, 국민이 가장 궁금해할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 검출과 안전성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다. 시찰했다는 내용은 펌프가 몇 개 있고, 오염수 저장 탱크 용량이 얼만지, 밸브가 자동으로 작동하는지 등 설비에 대한 설명뿐이었다. 시찰단의 주장처럼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안전성 검토 과정에서 과학적 진전이 있으려면, 겨우 펌프와 밸브 숫자만 세고 와서는 안 되는 것이다.

시찰단은 일본 정부에 질문을 던져야 했다. 현재 저장된 133만 톤의 오염수 중 70%에 남아있는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이미 방사성 물질 제거에 실패한 ALPS 설비를 통해 몇 번이나 반복 작업을 거쳐야 기준치 이하로 줄어드는 것이냐고 물었어야 한다.

또한 방사성 오염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는 폐로 작업이 완료되어야 하는데 폐로 과정은 현재 얼마나 진행되었는지, 일본 정부 계획대로 30년 안에 녹아내린 핵연료를 제거하지 못한다면 그다음 발생하는 오염수는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 묻고 확인했어야 한다. 그러나 시찰단은 그저 오염수 처리 시설을 눈으로 보고 왔을 뿐이다. 시찰단 보고서 어디서도 과학적이고 기술적인 진전은 없었다.

거짓말로 일관해 왔던 일본 정부
 

지난 5월 24일 한국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전문가 시찰단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현장 시찰을 하고 있다. ⓒ 도쿄전력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져도 안전한가에 대한 질문에 시찰단은 일본에 요청한 자료가 도착해 추가분석 작업을 거쳐야 안전성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답변을 미뤘다. 그러나 요청한 자료를 일본 정부가 우리에게 전달할지는 미지수다.

우리 원자력안전위원회는 일본 정부에 꽤 정확한 질문이 담긴 자료 요청서를 몇 번이고 보낸 경험이 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제대로 된 답변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그간의 경험을 보면 시찰단이 일본 정부에 요청하고 왔다는 정보를 일본 정부가 제출할지 장담할 수 없다. 일본 정부가 남은 자료를 제공하지 않는다면, 우리 정부는 무엇으로 오염수 안전성을 검증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시찰단이 요청한 오염수에 대한 정보를 일본 정부가 제공한다 해도, 그 자료를 믿을 수 있는가는 또 다른 문제이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핵사고에 대해 거짓말로 일관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고 당시 전 세계인들이 후쿠시마 원전의 멜트다운(원자로 노심이 녹아내리는 것)을 우려했을 때 일본 정부는 멜트다운은 없다고 주장했으나 거짓말이었다. 후쿠시마 원전은 모두 멜트다운 상태였다.

오염수에 대한 정보도 제대로 된 것이 하나도 없다. ALPS로 관리하는 핵종에 대해서도 처음에는 62개 핵종을 관리하며 완벽하게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더니, 삼중수소와 탄소14는 제거하지 못했다면서 관리 핵종을 64개로 늘렸다. 그 와중에 저장된 오염수의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그런데 이번엔 갑자기 69개 핵종을 관리한다고 주장한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앞두고는 반감기가 짧은 핵종은 검사할 필요가 없다면서 올 5월부터는 29개 핵종만 검사를 진행한다고 했다. 일본 정부는 지금까지 오염수 속에 포함된 방사성 물질의 종류와 총량에 대해 한 번도 밝힌 적이 없다.

일본 정부 손 들어준 IAEA 보고서
 

지난 2월 22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에 보관 중인 오염수 저장 탱크. ⓒ 연합뉴스


우리가 시찰단 보고를 듣는 동안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1차 시료 분석 결과를 담은 IAEA의 확증 모니터링 보고서가 지난 5월 31일 공개됐다. 이번 보고서는 IAEA의 6차 보고서이다. 우리 정부는 오염수 문제에서 '객관적·과학적 조사'를 강조하며 이 분석 보고서에 큰 의미를 부여해 왔지만, IAEA의 중간 보고서에는 오염수 처리의 핵심인 ALPS의 신뢰성을 검증할 만한 내용이 담겨있지 않았다.

IAEA 보고서는 일본 도쿄전력과 원자력기구 산하 3개 연구소, 한국·미국·프랑스·스위스 등 4개국 분석기관이 참여한 실험실 간 비교 분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시료는 도쿄전력의 ALPS로 처리된 오염수가 저장된 탱크(K4-B)에서 2022년 3월 채취하여 28개 주요 핵종과 58개 추가 핵종에 대해 참여 실험실에서 분석하였다.

보고서의 주요 내용은 도쿄전력이 측정 및 기술 역량에서 높은 수준의 정확도를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또한 도쿄전력의 시료채취 절차는 대표 시료를 얻기 위하여 필요한 적절한 방법론적 기준을 따르고 있고, 다양한 방사성 핵종에 대해 도쿄전력이 선택한 분석 방법은 목적에 적절하다는 것이다. 지난 1차에서 5차 보고서에 담겨있던 일본 정부의 오염수 처리에 대한 설비와 계획에 대해 방법론적인 검토 내용이 되풀이되었을 뿐이다.

보고서의 분석 결과를 보면 시료 속 삼중수소 농도는 리터당 약 15만 2300베크렐(Bq)로 일본 방류기준치 6만Bq/L의 약 2.5배로 나타났다. 하지만 나머지 27개 주요 핵종의 농도는 모두 규제기준치의 1%를 넘지 않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또한 보고서는 시료에서 주요 핵종에 포함되지 않은 58개 핵종도 검출됐으나, 이들 모두 유의미한 수준이 아니라고 결론지었다.

그러나 시료를 채취한 K4 탱크군을 생각하면 당연한 결과이다. 바다에 버리기 직전의 오염수를 모아놓은 저장 탱크군이다. 일본 정부가 '우리가 오염수를 이렇게 안전하게 처리하고 있다'는 것을 자랑하기 위한 일종의 모범답안 같은 것이다. 당연히 방사성 물질이 미량 검출될 수밖에 없다.

IAEA가 오염수에 대한 제대로 된 검증을 하려 했다면 ALPS의 성능에 대해 검증하고, 현재 오염수를 보관 중인 1068개의 저장탱크에서 방사성 물질 검사를 했어야 하지만 IAEA는 그럴 생각이 없어 보인다.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져서는 안 되는 이유
 

지난 5월 31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회관에서 일본방사성오염수해양투기저지공동행동 주최로 열린 ‘일본 방사성 오염수 시찰단 결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백도명 전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이 발언하고 있다. ⓒ 권우성


후쿠시마 원전 몇 킬로 이내의 해안에서 대수리(육식성 포식자, 고둥류)에 생식 이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 고둥류는 원래 여름철이 번식기인데, 2017년부터 일 년 내내 번식기가 유지되고 있다고 한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후쿠시마 원전에서 버려진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아니라고 하지만, 정말 방사성 물질의 영향이 없을까?

지난 5월 31일 열린 시찰단 결과에 대한 전문가 의견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백도명 교수(전 서울대 보건대학원장)는 2011년부터 해양 환경 방사능 보고서를 통해 해양 환경 방사능이 생물에 작용하는 것을 추측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자력기술원의 해양환경방사능 조사 결과를 보면 후쿠시마와 우리나라 표층해수, 해저퇴적물, 어류의 방사성 물질 검사 결과가 나와 있다"며 "후쿠시마 표층 해수에서 방사성 물질 세슘이 0.0068Bq/L 검출될 때, 우리나라 표층 해수에서는 0.00169Bq/L의 세슘이 검출돼 약 4배의 차이가 난다, 그러나 어류로 오면 내용이 달라진다"고 했다.

백 교수는 "후쿠시마 어류에서 1.36Bq/kg의 세슘이 검출되고 우리나라 어류에는 0.0679Bq/kg 세슘이 검출돼 약 20배"라며 "이것은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이 어떻게 작용하는지 추측할 수 있다.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 문제는 단순히 해수 농도의 변화만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고 했다.

우리 정부 시찰단도, IAEA도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농축으로 인한 문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질 경우 그로 인한 환경적, 생물학적 오염은 어떻게 진행될지 아무도 모른다.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가 바다에 버려져서는 안 되는 이유이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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