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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고등학생들이 3일 오후 1시, 이란대사관앞에서 이란 정부의 민주화운동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한국 고등학생들이 3일 오후 1시, 이란대사관앞에서 이란 정부의 민주화운동 탄압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 프로젝트 저스티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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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란 정부의 민주화운동에 대한 무차별한 처형이 계속되고 있다. 사형이 집행된 사람들이 이미 수백명이고 사형이 선고된 사람도 수십명이라고 알려지고 있다.

이란의 민주화 시위는 지난해 9월,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간 이란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며칠만에 알 수 없는 이유로 사망하자 여성뿐 아니라 각계각층이 참여하면서 들불처럼 커져 나가고 있다.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지만 어느 나라도 쉽게 이에 개입하지 못하고 있는 현실에서 한국의 청소년들이 '국제사회에 경종을 울리겠다'며 이란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3일 오후 1시에 열린 기자회견에는 한국의 청소년들 외에도 2022 올해의 인권상 수상자인 재한이란인네트워크 박씨마,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명숙, 사회진보연대, 성공회대 인권위 등 30여명이 참석했다.

기자회견을 주관한 고교연합인권단체 '프로젝트 저스티스' 소속 조예원 학생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이란의 민주화 시위가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미중의 갈등 같은 다른 국제 이슈에 묻혀 세상의 관심과 응원에서 멀어지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이란 민주화 운동 과정에서 오늘도 많은 무고한 시민들이 공권력에 의해 피를 흘리고 있다. 이에 기자회견을 기획했고 인권네트워크 등 많은 분들과 단체들이 도움을 주셨다"고 설명했다. 

"인권 보편성 이슈에 대응, 곧 우리를 지키는 일"
 
한 참가자가 '여성이, 사람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라는 피켓을 들고 이란 정부에 폭력적 탄압을 규탄했다.
 한 참가자가 '여성이, 사람이 안전한 사회를 위해'라는 피켓을 들고 이란 정부에 폭력적 탄압을 규탄했다.
ⓒ 성공회대 인권위원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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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단체 소속 탁우현 학생은 "인권의 보편성을 위협하는 이슈에 대응하는 것은 곧 우리를 지키는 일이다. 오로지 공부만을 강조하는 한국의 교육과정은 청소년의 사회 참여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지만 21세기를 살아갈 주역은 우리 청소년이며, 세상을 바꿀 저력을 가진 사람들도 우리 청소년이다. 따라서 이란을 포함한 사회운동의 미래에 있어 청소년의 참여는 큰 의의를 지닌다. 이란의 국가폭력이 하루빨리 멈추어 평화를 되찾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외대부고 2학년 두혜린 학생은 "사람들이 추구하는 가치와 인권을 존중하는 마음이 드높아질수록 국민의 주권은 확대되고 삶의 질은 향상되기 마련인데 지금 이란도 그와 같은 길을 밟고 있다고 생각된다. 비록 현재 고등학생 신분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지만, 문제 상황을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해 나서고자 한다. 이란 뿐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인권 존중이 이루어질 때까지 저희는 계속해서 여러분과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고지원 학생은 "젠더평등을 당연시하는 21세기에 유독 중동에서는 개인의 권리보다 가문의 명예를 중요시하는 오래된 관습을 아직도 떨쳐내지 못하고 인권의식의 결여가 매년 꾸준히 부각되고 있다. 중동 여성의 인권 개선이 이루어진다면 그것은 전세계적 여성 인권의 향상이라는 의의를 가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란 정부에 민주화운동 탄압과 처형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의 청소년들이 이란 정부에 민주화운동 탄압과 처형을 멈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 조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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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하진 학생은 "이란에서 과거에도 수차례 반정부 시위가 있었지만 이번 시위는 전 계층이 참여하는 등 1979년 이슬람혁명 이래 이란에서 최장 기간 이어지고 있다. 국제사회의 구성원들은 당연하고 마땅한 권리를 위하여 투쟁하는 이들을 지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채은 학생은 "이란은 머리에 검은 봉지를 씌우고 공사용 크레인에 매달아 질식하거나 목이 부러질 때까지 내버려두는 교수형도 존재한다. 지난해 12월 12일 이란 정부는 히잡 시위에 참여한 남성을 이란에서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 마슈하드 시내 한복판에서 공개 처형했다. 우리는 그들을 도와야 한다. 그들의 편에 서 발걸음을 맞추며 함께 소리쳐야 한다"고 촉구했다.

박정원 학생은 "우리나라도 1980년대에 현재의 이란과 같은 과거를 지나왔다. 제가 이곳에 서 당당히 이란의 민주화 운동을 지지할 수 있는 것은 이 순간을 위해 바쳐진 젊은 청년들의 수많은 피와 눈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란의 민주화운동은 우리가 바꿀 수 있는 현재다. 저는 자유와 해방을 위해 싸우다 죽어야만 했던 대한민국을 기억하며 이란의 민주화운동을 지지한다. 이란 시민의 자유를 깊은 진심으로 응원한다"고 말했다.

"이란 원유 결제 대금 70억달러 돌려주면 국민들 죽이는데 쓰인다"

2022 올해의 인권상 수상자인 재한 이란인 박씨마씨도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그는 "많은 여성 청소년들이 이란 정부의 폭력적 탄압에 항의하는 뜻으로 교실에 걸려 있는 이슬람공화국 최고 지도자 하메니와 호메이니의 사진을 내리고 반정부 구호를 외치자 정부는 지난 6개월간 화학 가스로 보복하는 일들이 이란 안에서 일어나고 있다. 많은 여학생들이 호흡 곤란과 구토로 입원하고 순진 학생도 있다"며 이란 내의 참상을 증언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처형당한 이란 인권운동가들의 가면을 쓰고 억압, 폭력, 불평등을 거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청소년들이 처형당한 이란 인권운동가들의 가면을 쓰고 억압, 폭력, 불평등을 거부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있다.
ⓒ 조예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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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란 국민의 한사람으로써 대한민국 정부에 이런 살인적인 정권과 정부와의 정치 관계를 더 이 상 이어가지 않기를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는 또 최근 미국과 한국 등 이란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다며 경제 제재 조치로 한국에 묶여 있는 이란 원유 결제 대금 70억 달러(약 9조3천억원)를 이란에 돌려줄 방침에 대해서도 "대한민국 정부가 이돈을 반환하면 안된다. 그 돈은 이란 국민을 진압하고 죽이고 전쟁 드론을 만드는 데 사용되며, 그 드론은 러시아에 넘겨지고 그 전쟁 드론으로 우크라이나를 파괴하며 많은 아이들과 사람들을 죽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태그:#이란 민주화운동, #마흐사 아미니, #고등학생 기자회견, #프로젝트 저스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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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와 대학원에서 모두 NGO정책을 전공했다. 문화일보 대학생 기자로 활동했고 시민의신문에서 기자 교육을 받았다. 이후 한겨레 전문필진과 보도통신사 뉴스와이어의 전문칼럼위원등으로 필력을 펼쳤다. 지금은 오마이뉴스와 시민사회신문, 인터넷저널을 비롯, 각종 온오프라인 언론매체에서 NGO와 청소년분야 기사 및 칼럼을 주로 써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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