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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 초입, 햇살이 싱그럽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날씨, 나비바늘꽃 바람결 따라 산들거리고. 유월 첫 번째 주말과 6일 현충일(화요일)은 징검다리 휴일로 이어진다. 멀리 산정에서 가까이 가로수까지 온통 초록이다. 개울도 푸른 물이 흐른다. 훌쩍 떠나고 싶은데 어디가 좋겠냐고 친구가 물었다. 대한민국 모든 술집도 일 년에 딱 한 번 쉬는 경건한 날에 어울리는 번잡하지 않은 나들이였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우연처럼 다녀온 강진 나들이가 떠올랐다.

월출산을 시작으로 한 강진 여행
 
탐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너른 뻘과 갈대가 장관이다.
▲ 강진만 생태공원 탐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곳이다. 너른 뻘과 갈대가 장관이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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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이 귀한 남도에 올해 들어 비가 자주 내렸다. 그건 축복이었다. 덕분에 짬짬이 여행을 많이 했다. '남도 답사 일번지'라는 강진이 바로 옆 동네다. 지난 5월 15일, 22일, 29일, 31일까지 산으로 바다로 강진을 만끽했다.

호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월출산을 먼저 찾았다. 영암과 강진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20번째 국립공원이다. 산에 달이 걸려 있을 때 경관이 감동적이어서 월출산(달이 떠오르다)이라 부른다. 동북방이 영암이고 남방이 강진이다. 강진읍에서 또는 남해고속도로 강진 나들목에서 영암 쪽으로 가다 보면 무위사 들어가는 갈림길이 나온다. 좌회전을 하면 이팝나무 가로수 길에 '무위사 3km' 이정표가 반긴다.
 
일주문에서 극락전까지 곧은 길이다. 나즈막한 계단이 하염없다.
▲ 무위사 일주문에서 극락전까지 곧은 길이다. 나즈막한 계단이 하염없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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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원효(元曉)가 창건하고 도선(道詵)이 중건하였다는 유서 깊은 사찰이다. 일주문부터 극락전까지 일자로 쭉 이어지는 나지막한 계단이 하염없다. 극락전은 국보 13호로 가장 오래된 조선시대 건물이다. 절집 마당 느티나무가 여름과 잘 어울렸다.
 
내원 초정과 연못 풍경이다.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된다. 다산 정약용은 하루를 꼬박 놀았다고 한다.
▲ 백운동원림 내원 초정과 연못 풍경이다. 내원과 외원으로 구분된다. 다산 정약용은 하루를 꼬박 놀았다고 한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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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위사에서 나와 좌측으로 야트막한 언덕 하나 넘으면 명승 115호인 백운동 원림이 있다. 백운동 별서 정원이라고도 한다. 조선 중기 이담로(聃老, 1627~1701)가 조영(造營)한 원림으로, 천혜의 자연 속에 깃든 그림 같은 풍경이다. 담양 소쇄원, 완도 부용동과 함께 호남 3대 정원으로 꼽힌다.
  
강진 오설록 차밭이다. 정약용과 초의선사 이야기기 있는 곳이다. 안개에 쌓인곳이 월출산이다.
▲ 강진다원 강진 오설록 차밭이다. 정약용과 초의선사 이야기기 있는 곳이다. 안개에 쌓인곳이 월출산이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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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을 나서면 10만 평의 너른 강진 차밭이 향긋하게 펼쳐진다. 광복 직전 국내 최초 백운옥판차라를 전차를 생산하던 곳이다. 1980년부터는 아모레퍼시픽이 오설록이란 이름으로 차를 만들고 있다. 다산 정약용이 유배 시절 차를 마시며 교류하였고, 다성이라 불리는 초의선사가 다신전(茶神傳)을 저술한 곳이기도 하다.

가던 방향으로 차밭을 지나면 경포대다. 강릉 경포대 말고, 월출산 계곡 이름이다. 이곳에서 강진지역 월출산 등반이 시작된다. 등반은 다음에 하기로 했다.
 
월남사지 석탑이다. 부여 정림사지 탑을 쏙 빼닮았다.
▲ 월남사지 월남사지 석탑이다. 부여 정림사지 탑을 쏙 빼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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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나 조금 더 나아가면 좌측으로 너른 잔디밭이 펼쳐진다. 월남사지다. 건물 한 채와 탑 하나가 전부다. 부여 정림사지 석탑을 쏙 빼닮았다. 탑 뒤 널따란 잔디밭 너머 월출산 봉우리가 시원스럽다.

입구에는 멋들어진 찻집이 있다. 별서 정원 주인 이담로의 후손이 백운옥판차를 판다. 이것과 관련한 내용을 이돈삼 기자가 2월 5일 "다산 정약용 마시던 차, 어떻게 2023년까지 이어졌나"(https://omn.kr/22l6d)란 제목으로 멋지게 그려냈다.
 
영랑생가 안채 마루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마당 너머에 '오매 단풍들겄네'의 장광이 보인다.
▲ 영랑생가 영랑생가 안채 마루에서 바라본 풍경이다. 마당 너머에 '오매 단풍들겄네'의 장광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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찻집을 나와 계속 나아가면 강진읍이다. 영랑생가 가는 길 비가 내린다. 안채 마루에 걸터앉았다. 비 구경도 할 만하다. 세상이 푸르게 영롱하다. 비에 젖어 가는 모란은 매혹적이고, 마당을 가로질러 우산이 지나가고, 집시랑 물이 뚝뚝 떨어지고, 뒤뜰 모란공원 가는 길 대나무가 수런거린다. 
 
마당 가에 주모상이 있다.
▲ 사의재 마당 가에 주모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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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의재(四宜齋)가 멀지 않다. 다산 정약용이 1801년 11월 23일 강진으로 귀양 와서 처음 묵은 주막집이다. 주인 할머니의 배려로 골방 하나를 거처로 삼았다. 사의는 '생각과 용모와 언어와 행동'을 바로 하려는 뜻이라 한다. 제법 잘 꾸며 놓았다. 저잣거리, 우물, 한옥 체험관, 카페 등. 마당 건너에 주막 닮은 식당이 운치 있다.

비내린 뒤의 여행 

강진만도 보고 싶었다, 다산이 흑산도로 귀양 간 형 약전을 그리워하며 바라봤을. 백련사 배롱나무에 걸린 홍등 사이로 언뜻언뜻 비치는 강진만이 그리 멋지다는데. 비는 그쳤다. 부지런히 가면 백련사까지 십여 분 남짓 거리다.
  
배롱나무에 걸린 홍등. 멀리 보이는 강진만이 희끄무레하다.
▲ 백련사 배롱나무에 걸린 홍등. 멀리 보이는 강진만이 희끄무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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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련사는 강진만이 내려다 보이는 만덕산(408m) 중턱에 있다. 산 이름을 따라 만덕사(萬德寺)라고도 불렸다. 통일신라시대 말기인 839년(문성왕 1) 무염(無染)이 창건하였다. 올라가는 동백나무 숲길이 빽빽하다. 하늘 한 뼘 보이지 않는다. 동굴 같은 길이 끝날 즈음 다산초당으로 가는 산길이 나타난다. 갔다가 돌아올 시간을 가늠해 보았다. 다음으로 미뤘다.

백련사 뜰에 서니 소문대로 풍광이 일품이다. 배롱나무에 걸린 홍등이 요사스럽다. 비 그친 뒤 안개 탓인지 멀리 강진만은 희끄무레했다. 아쉬웠다. 가까이 가 보기로 했다.
 
금계국이 장관이다.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이다.
▲ 가우도 가는 길 금계국이 장관이다. 꽃말처럼 상쾌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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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진만 입구를 지키는 섬, 가우도가 멀지 않다. 쭉 뻗은 해안도로를 달렸다. 금계국이 노랗게 쭉 늘어섰다. 너머엔 바닷물이 출렁이고. 금계국 꽃말이 상쾌한 기분이라지.
 
길이가 700미터쯤 된다. 강진만을 가로 지른다. 사진은 서쪽 만덕산 다산초당 쪽이다.
▲ 가우도 다리 길이가 700미터쯤 된다. 강진만을 가로 지른다. 사진은 서쪽 만덕산 다산초당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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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가늠이 안 되는 다리를 걸어 건너야 가우도다. 안내판을 보니 700미터가 넘는다. 다리 건너고 섬을 반 바퀴 돌았다. 가우도의 명물인 출렁다리를 찾아서. 인기를 실감했다.
 
가우도 명물이다. 요즘 잘나가는 강진 대표상품이다.
▲ 출렁다리 가우도 명물이다. 요즘 잘나가는 강진 대표상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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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게 왔는데, 한 번 건너고 갈 수 없었다. 건너고 또 건넜다. 풍광 좋은 곳에서 몸이 흔들린다. 마음까지 출렁인다. 짚라인까지는 무리다. 돌아오는 길 가우라 꽃이 발길을 잡는다. 가우라는 학명이고 우리말은 나비바늘꽃이라던가. 
 
꽃잎은 나비를, 열매는 바늘을 닮았다고 한다. 학명은 가우라다.
▲ 나비바늘꽃 꽃잎은 나비를, 열매는 바늘을 닮았다고 한다. 학명은 가우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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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 나오는 길, 갈대밭 생태공원을 들렀다. 탐진강이 바다와 만나는 강진만 뻘밭에 갈대가 장관이다. 순천만 갈대밭보다 규모는 작지만 매력은 충분했다. 앞뒤 탁 트인 풍광이 일품이다. 가우도 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상큼했다. 뻘밭엔 짱뚱어가 가득하고.

백련사에서 강진만 건너편 길을 따라 남으로 가면 마량 포구다. 포구 너머가 이순신 장군 초분지가 있는 완도군 고금도다. 고금대교, 장보고대교, 신지대교를 이어 건너면 제주도 청산도 가는 배가 출항하는 완도항이고. 그곳은 내년 청보리 한창일 때가 좋겠다.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밭 데크 길.
▲ 갈대밭 강진만 생태공원 갈대밭 데크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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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선 강진역 공사가 진행중이다. 강진역사 앞은 갈대밭이 펼쳐지고. 늦가을 어느 날 기차 타고 찾을 설렘은 서랍 깊숙이 넣어 두기로 했다.

덧붙이는 글 | 네이버블로그(cumpanis) '쿰파니스 맛담멋담'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태그:#쿰파니스, #강진여행, #남도답사일번지, #강진만, #월출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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