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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편집자말]
SNS 시대를 지나 틱톡이나 유튜브 숏츠와 같은 숏폼의 시대가 도래 했지만, 한때 블로그가 유행인 시대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신기할 것 하나 없는 철지난 서비스지만 초기에는 개인 홈페이지보다 사용하기 쉬우면서 이용자 간 교류가 용이하고 검색엔진에 연동되는 등의 장점으로 인해 지금의 인기 서비스처럼 호황을 누렸었죠. 여러 장의 사진과 글을 동시에 올릴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었습니다.

블로그에는 신선한 정보들이 많았습니다. 그전까지는 인쇄된 책을 통해 식당을 알게 되거나 방송으로 소개되는 방식을 통해 알게 되던 맛있는 음식점의 정보도 많이 올라오곤 했습니다. 블로그가 활발해진 이후로는 음식점에 가지 않아도 다양한 식당의 음식의 사진을 볼 수 있게 되었죠. 사진에 담았을 때 예쁜 음식을 만들기 위해 음식의 외형에 공을 들이는 식당들도 늘어갔습니다. 외식 문화에 있어 대단한 변화의 시작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일에 양면이 있듯 블로그의 영향력이 알려진 이후로 블로그는 홍보의 장으로 변화하기도 했습니다. 개인이 관심을 갖고 맛있게 먹던 곳과 돈을 받고 올라오는 광고, 때로는 처음부터 마케팅 업체에서 운영하는 홍보를 전문적으로 하는 블로그도 개설되었죠. 그 즈음 저는 한 가지 결심을 했습니다.

'사진으로 음식을 판별하는 연습을 해야겠구나.'

사진이 음식의 많은 부분을 대변하기 시작했으니 사진을 통해 식당의 선택하는 과정에서 실패확률을 줄여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죠. 그래서 그때부터 사진으로 식당을 판별하기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면 먹어본 음식인 경우 어디에 차별 요소를 두었는가? 차이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음식의 맛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소를 과하게 넣지는 않았나. 사진은 인위적으로 예쁘게 찍혀있는지, 글쓴이는 기존 글과 비교 했을 때 일관된 기준으로 음식을 평가하는가? 등등 블로그에서 제공되는 정보를 읽고 방문해봐야 하는 식당인지를 판단하는데 공을 들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의 경험이 쌓이고 나니 사진으로도 어느정도는 가봐야 할 곳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검다는 문제
 
커피
 커피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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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방법이 커피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커피는 그냥 검은 물이니까요. 이리 봐도 저리 봐도 유리잔에 담긴 검은 물입니다. 핸드드립 커피나 아메리카노가 아니라 화려하게 만든 에스프레소 베리에이션 음료라고 해도 중심이 되는 에스프레소 자체는 검을 뿐이니 먹어보지 않고는 알 방법이 없었습니다.

하필이면 열심히 닦은 기술이 최고 관심사에서 큰 효용을 누릴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경험을 쌓기 위해서는 부딪히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여러 지역을 떠돌며 매장을 들르고 성공과 실패를 반복하며 경험을 쌓아갑니다. 그때는 앞으로 저에게 다가올 문제를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커피가 검다는 문제는 오래지 않아 저에게 다가왔습니다. 이번에는 소비자가 아니라 판매자의 입장에서 경험하게 된 것이죠. 제가 다른 매장의 가늠이 어려웠던 것처럼 저희 매장도 경험하지 않고서는 판단할 수 없다는 문제에 도달한 것입니다. 아마 이 문제는 커피를 파는 대부분의 매장이 겪는 문제일 겁니다.

각각의 원두를 선별하고 볶는 기술과 추출을 통해 나타나는 맛이 다른데 결과물은 하나같이 검다는 게 선택에 문제점으로 다가옵니다. 손님이 찾아와 음료를 고른다 해도 때로는 생두 본연의 맛에 따른 차이로 때로는 매장에서 제시하는 맛의 형태의 차이로 호불호가 나뉠 수도 있죠. 로스터리 카페에 둘의 만남은 서로에게 도전인 셈입니다.

손님은 불확실한 맛에 돈을 지불하고 매장은 취향을 모르는 가운데 최선을 다해야 하니까요. 그런 이유로 손님이 방문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때가 많습니다. 좋은 맛을 제시하는 것은 저희의 일이고 의무지만 제가 다른 매장을 다니며 그랬듯 매장을 방문해 주는 손님들은 여러 기회 중에 한번을 저희에게 건넨 것이니까요.

이렇게 보면 맛의 안정성과 비슷한 맛의 구현은 순간의 뛰어난 맛보다 중요한 요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유명 프렌차이즈 커피가 제시하는 비슷한 맛, 예상 가능한 맛이 편안함의 요소가 되고 매장을 선호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공감할 정도를 맛을 유지한다는 게 실은 대단한 일이죠. 그런 이유로 저는 스타벅스 커피를 높게 평가합니다. 기회가 되면 주기적으로 들러 맛을 보고 많이 생각합니다.

제가 지향하거나 제시하는 맛이 스타벅스와는 많이 다르지만, 앞서 말씀드린 검은 문제를 가장 잘 풀고 있는 사실 만큼은 변함없으니까요.

태그:#커피,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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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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