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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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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

5월 3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지금 민주당의 혁신 문제와 관련해서 가장 답답한 부분이 무엇인가'라고 물었다. 질문마다 단어 하나하나 고심해가며 답하던 그가 가장 빠르게 반응했던 순간이었다.

윤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이었고, 문재인 의원의 보좌관, 문재인 당대표의 특보를 거쳐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친노무현·친문재인계 핵심인물이다. 그만큼 그는 윤석열 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는 데 적극 목소리를 내면서도 민주당 내부 문제에 관해선 말을 아껴왔다. 하지만 5월 23일, 노 대통령 추도식을 다녀오던 윤 의원은 페이스북에 한 편의 글을 올렸고, 평소와 달리 논쟁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자처했다.

당시 그는 5월 14일 의원총회 결의 후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는 당 혁신위원회 구성과 관련해 "제일 중요한 것은 혁신위의 권한"이라며 "전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혁신위를 '꼭두각시'로 만드는 순간, 다음 총선은 해보나 마나 패배"라고 주장했다. 또 "엄정한 외부의 시각만이 민주당 변화와 혁신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며 "혁신위원장도 그럴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고 했다.

일각에선 윤 의원의 주장을 두고 2015년 문재인 당시 대표의 퇴진을 전제로 했던 '반문재인계'의 혁신전당대회 요구와 다를 바 없다고, 결국 '이재명 흔들기' 아니냐고 비난한다. 하지만 그는 "완전히 다르다"며 "지금은 대표의 거취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비대위도 아니다"라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윤 의원이 말하는 혁신의 목표는 '내년 총선 승리', 그 내용은 '절박감'이었다. 그리고 그는 "혁신의 시간은 민주당을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라고 깊이 우려하고 있었다.

"혁신, 민주당에게 몇 안 남은 기회... 놓치면 안 된다"

- 그간 당의 현안을 먼저 언급하는 일이 드문 편이었는데, 지난 23일 '혁신의 전권을 위임받는 혁신위를 세워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졌다.

"당이 모처럼 의총을 통해서 쇄신기구를 만들자고 만장일치로 결의한 것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게 몇 번 남지 않은 기회다.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시간이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특히 혁신의 시간이. '지금이 아니면 이야기를 할 수 없겠는데'라는 생각이 들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 의원 뒤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백두산 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보인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 의원 뒤로 2018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백두산 천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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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문재인 전 대통령과 교감이 있던 것은 아닌가.

"아니다. 전날 보좌진과 상의해서 (글을) 써놨고, (서울로) 올라오면서 (페이스북에) 올리기로 했다."

- '문재인 대표'를 보좌하며 김상곤 혁신위와 김종인 비대위 시절을 목격했다. 그때와 지금의 민주당은 어떻게 다를까. 

"단순 비교할 수는 없다. 2015년 민주당의 핵심 갈등은 내부 분열이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김상곤 혁신위 그리고 김종인 비대위까지 갔던 거고. 하지만 지금 민주당의 위기가 내부 분열은 아닌 것 같다. 이슬비에 옷 젖듯이 어느 순간 위기가 도래했다. 원인이 여러 개고 사건도 여러 개, 훨씬 더 범위도 넓고 다양하다. 그러니까 해법도 넓고, 깊어야 한다. (현재의) 해법을 2015년과 대입해서 얘기하는 분들이 종종 있는데, 그건 선입견일 수 있다.

그리고 민주당은 어려울 때 혁신을 통해서 극복했던 전통이 있다. 멀리는 2001년 '특대위(당 발전과 쇄신을 위한 특별대책위원회)'라고... 혹시 들어봤나?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인데(웃음), 노무현 대통령이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드라마틱한 승리를 일군 배경에는 2001년 민주당 특대위가 있었다. 그때 국민경선 제도가 처음 만들어졌다. 당시로선 획기적인 정당 경선 방식이었는데 그게 도입되면서 노무현 후보가 드라마를 썼다.

그때도 여러 내홍과 위기들이 있었다(2001년 11월 8일 김대중 대통령은 10.25 재보선 패배로 인한 민주당 내분 사태 등을 이유로 당 총재직을 사퇴했고, 이후 지도부는 11월 11일 특대위 구성을 발표했다. - 기자 주). 민주당뿐만 아니라 정당은 어려울 때 혁신을 통해서 스스로 극복해왔다. 그걸(혁신의 방식을) 규정적으로 '이게 맞다, 그때가 정답이다' 이럴 건 아니라고 본다."

"성공한 혁신의 공통점? 외부인사 그리고 '전권'"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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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지금 김상곤 혁신위를 얘기하는 것은 리더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 비슷하고, 또 김상곤 혁신위가 나름 성과를 냈다고 평가받기 때문이 아닐까.

"민주당 역대 혁신기구에 대한 평가는 제각각일 것 같다. 또 혁신기구마다 긍정적인 부분도 있고, 부정적인 부분도 있다. 지금 우리는 '역대 혁신기구 중에서 긍정적인 부분을 최대치로 끌어올려서 혁신기구를 만들자'는 자세를 취해야 한다." 

- 성공했던 혁신위들의 공통점이 '혁신의 전권 위임' '외부인사 수혈'이라고 보기 때문에 페이스북 글에서도 같은 주장을 편 것인가.

"혁신의 핵심은 위기 진단에서 출발한다. 저는 지금의 위기가 '여의도 눈높이'와 '국민 눈높이'의 차이에서 왔다고 본다. 이걸 여의도 사람, 즉 국회의원을 통해서 혁신한다고 하면 또다시 실패할 수밖에 없다. 시각이 똑같으니까. 그래서 국회의원이 아닌 사람, 외부인사에게 위원장을 맡기는 게 좋다. 또 혁신을 할 때 일정하게 바운더리(경계)를 정해놓고 하면 제대로 못할 것 아닌가. 창의적 생각도 부족할 수 있고. 그래서 '범위를 정하지 말자. 전권을 주자'고 했다."

- '여의도의 시각과 국민의 시각이 다르다'는 말은 정치권에서 굉장히 많이 쓰지만 일반 국민들에게는 이 또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대단히 조심스러운데 저는 혁신을... 예를 들어서 우리 당내로 보면, 음... 대의원제도를 개혁하자는 게 혁신의 주된 목표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있고, 또 한쪽에선 강성당원에 대해서 개혁을 해야 된다고 하는 분들도 있다. 

그런데 실제로 민주당의 위기가 대의원제도 또는 강성당원 때문에 왔나? 대의원제도를 폐지한다고 민주당이 국민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까? 대의원제도는 개혁의 대상이고, 주요한 과제 중 하나지만 전부는 아니다. 전부는 뭐냐. 국민의 눈높이에서 보면 나온다. 여의도 시각이 아닌 국민의 시각에서 봐야 한다. 그렇게 볼 수 있는 사람을 찾자. 그래야 원인을 진단할 수 있고 해법도 나온다. 또 거칠게 표현하면, 정치인이 입을 대기 시작하는 순간 정치화한다. 그러니까 외부에 맡기자."

- 토론이란 측면에서 여러 사람이 의견을 내야 하지 않을까.

"그건 혁신기구가 만들어지면 당연히 할 거다. 의원들과의 토론회도, 대국민 토론회도."

- 지금 단계에서 위기 진단이든, 혁신 방향이든 왈가왈부하지 말고 앞으로 혁신위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놔야 한다는 뜻인가.

"당연하죠."

"2015년과 달라... 이재명 거취 얘기할 때 아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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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혁신위에 당 지도부의 권한을 과감하게 위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놓고 "안철수가 2015년에 혁신전대하자는 거랑 뭐가 다른가" "당 지도부의 공천권과 개혁이 두려워 당 개혁을 빙자하는 것"이란 댓글이 달리는 등 이재명 대표 지지자들의 반발이 거셌다.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전제로 한) 혁신전대하고는 완전히 다르다. (제 주장은) 혁신기구를 구성하자는 것이다. 당은 투 트랙(두 가지 길)으로 가야 한다. 내부로는 치열하게 혁신하고, 외부로는 싸워야 한다. 오늘 아침에도 영상 하나를 봤는데 경찰이 고공농성 중인 노동자를 곤봉으로 때려서 피를 철철 흘리더라. 그건 싸워야 하는 일이다. 내적 혁신 부분은 전권을 부여한 외부인사에게 맡기고, 외적 투쟁은 당 지도부가 해야 한다. 그게 그들의 역할이다."

- 외적 투쟁은 당 지도부가 나름 꾸준히 해왔던 일인데, 어떤 부분에 더 주안점을 둬야 할까.

"윤석열 정부의 국정운영에 대해서 바른말을 하는 것에는 몇 가지 지점이 있을 수 있다. 첫째, 우리가 국정운영을 해본 사람들 아닌가. 그러면 집권에 대한 일종의 대안, '민주당이 하면 이렇게 할 수 있다'를 제시하는 모습이 같이 가야 한다. 두 번째, 좀전에 예를 들었던 것처럼,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에 대해서 경찰이 몽둥이 찜질을 하는 것을 제1야당으로서 가만히 있으면 안 된다. 단호하게 문제 제기하고 싸워야 한다."

- 그 일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라도 이재명 대표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이들도 있다.

"지금은 대표의 거취를 얘기할 때가 아니다. 비대위도 아니다."

- '민주당의 기득권을 내려놔야 한다'고도 말하고 있는데, 정확히 무슨 뜻인가.

"국민들이 볼 때 민주당은 약 170석의 힘을 갖고 있고, 또 (개별 의원마다) 국회의원으로서 갖는 여러 가지 권한이 있다. 또 정치세력으로서, 정당으로서 갖는 기득권도 있다. 우리 스스로가 새출발한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이 모든 것들을 다 내려놨으면 좋겠다. 당의 정체성 빼고 다 바꿀 수 있다는 심정으로."

- '다 내려놓자'는 말은 현역 의원들에게도 해당한다.

"당연히 포함된다. 제가 의원 되고 나서 첫 번째로 낸 법안이 동일 지역구에서 국회의원 3선 연임을 금지하는 것인데, 사실 이 법안은 정치학 원론 측면에서 보면 대단히 문제가 많다. 참정권 등을 보면 온당치 않다. 그런데 그만큼 정치에 충격요법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 윤건영 의원 스스로는 무엇을 내려놓을 수 있을까. 가령 공천에서 늘 신인한테 가산점을 더 주자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본인도 초선이고 당에 초선 의원만 80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선뜻 받아들여질까 싶다.

"혁신의 내용에서 저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국민의 요구라면 받아들여야 한다."

"어느 쪽이 더 절박한가의 싸움... 지금부터 시작"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31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당 혁신 방안에 대해 <오마이뉴스>와 인터뷰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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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이른 시기지만 '내년 총선은 정말 예측 불가능'이란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다양한 선거를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현재 판을 어떻게 읽고 있는가.

"한국 정치가 너무 역동적이어서 열두 번도 더 바뀔 거다. 지금 총선판을 읽는 건 아무 의미 없다. '누가 더 절박하냐, 누가 더 국민의 시각에서 변화를 이끌어내냐'에 (선거 승패가) 달려 있다. 지금부터 시작이다."

- 결국 총선이 다가오면 집권여당이 인재영입에 더 유리할 수밖에 없고, 그러면 '새 얼굴'이 상징하는 '혁신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통적으로 정치권에서 그런 분석을 한다. 여당이 소위 자리를 보전해줄 수 있어서 인재 영입이 용이하다고. 그런데 우리 국민들은 그렇게 수준 낮게 (정치판을) 보지 않는다. 내년 총선의 성격 규정이 우선이다. 여당으로선 '대통령 중간평가'라는 점을 상쇄하기 위해서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려고 하겠지만, 내년 총선의 기본 구도는 '윤석열 정부 2년차 성적표'다. 계속 남 탓만 하는데, 그에 대한 시민들의 성적표가 나올 거다."

- 민주당도 더욱 혁신에 속도를 내야 할 텐데, 최소한 6월 안에는 혁신위를 띄워야 하지 않을까.

"의원들의 만장일치로 구성하기로 하지 않았나.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록 구체적인 게 나오지 않는다면 국민들은 물어볼 거다. 민주당의 혁신에 대한 능력에 의구심을 가질 테니까. 빨리 답하지 않으면, (혁신을) 출발하기도 전에 무너져버린다. 혁신의 시간은 민주당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내년 총선과 관련해서도, 선거 격언 중에는 '절박한 쪽이 이긴다'란 말이 있다. 절박하다는 게 무엇이나면 '이기기 위해서 변하는 것'이다. 혁신은 변화다. 지금은 국민의힘이나, 민주당이나 어느 쪽이 절박한가를 보여줘야 하는 시기다. 시간이 얼마 없다."

- 분당을 걱정하는 이들도 있다.

"그럴 것 같진 않다. 저는 당에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힘과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태그:#윤건영, #민주당, #혁신, #이재명,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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