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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준칙 법제화
 재정준칙 법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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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정준칙 법제화
재정준칙은 국가채무 등 국가의 재정건전성 지표가 일정 수준을 초과하지 않도록 강제하는 규범이다. 윤석열 정부는 현재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을 3% 이내로 유지하고 국가채무비율이 60%를 넘으면 관리재정수지 적자 한도 비율을 2%로 축소하도록 법에 명시하겠다"면서 법제화를 추진 중이다.

2 관리재정수지
정부의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것을 통합재정수지라고 말한다. 관리재정수지는 통합재정수지에서 국민연금기금·고용보험기금·산재보험기금·사학연금기금 등 사회보장성 기금의 수지를 제외한 것이다.

3 국가채무비율
국가채무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의 비율이다. 국가채무는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으나 국제 비교 표준으로 쓰이는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서는 정부가 직접 상환의무를 부담하는 순(純 )확정채무, 즉 상환기간이 확정돼 있고 이자가 발생하는 정부의 빚을 말한다. 정부가 보증한 공기업 부채 또는 미래에 정부가 부담할 수 있는 연금 충당금 등은 국가채무에 포함되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국가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표방했다. 지난해 7월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면서 견지한 확장재정 기조를 건전재정으로 전면 전환한다고 공식화했고, 9월에는 재정준칙을 도입하는 내용의 국가재정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시민들에게는 용어조차 낯설고 어려운 '재정준칙 법제화'는 이렇게 시작됐다. 현 정부가 이를 추진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일단 현재 국가재정 상황을 살펴보자. 올해는 1분기 국세 수입이 작년보다 약 24조 원 줄어들면서 역대급 세수 부족 상태가 가시화됐다. 재작년과 작년에 정부가 본예산을 짜면서 예상한 규모보다 국세 수입이 많아 초과 세수가 발생한 것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이 같은 세수 부족 상황에서도 기획재정부는 정부 예산을 추가로 변경하는 추가경정예산, 즉 추경 편성에 선을 긋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재정준칙 법제화의 배경을 살펴볼 수 있다. 현 정부는 국가채무를 적정 수준으로 유지해 채무를 상환할 수 있는 재정 상태를 만들겠다면서 '재정건전성'을 강조하고 있다. 법인세·부동산세 인하와 경기 악화 등으로 국세 수입이 줄어들면서 재정 지출의 허리띠를 졸라매는 장치로 재정준칙이 거론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들어온 돈이 줄었으니 나갈 돈도 줄이자'는 논리다. 국세 수입을 늘려 민생·복지 사각지대 등 꼭 필요한 곳에 사용할 생각은 하지 않고 지출을 졸라매 전체적인 살림 규모를 줄이겠다는 것이다.

이런 재정준칙 법제화를 놓고 곳곳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진 경제위기 상황에서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면 재정투자에 대한 예외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정 경직성이 커지고 소극적인 재정정책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또한 국가재정 지출의 규모가 특정 수치로 고정되면 예상치 못한 경제적 대외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하기도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5월 17일 나라살림연구소가 발행한 보고서에 따르면 24조 원 규모의 세수 결손을 반영한 올해의 수정 관리재정수지 적자액은 82조 2,000억 원이며 국내총생산 대비 적자 비율은 3.7%로 추산됐다. 이는 재정준칙 규정 즉,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 3%'을 넘어선 것이다. 그토록 '건전재정'을 부르짖는 현 정부조차 재정준칙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이상하지 않은가. 애초에 못 지킬 내용을 준칙이라고 정해놓으면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꼭 필요한 지출조차 줄일 확률이 높아지는 것이다.

기재부는 "재정준칙을 도입하더라도 복지지출은 감소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각 분야 시민사회단체와 전문가들은 재정준칙이 사회안전망을 무너뜨리고 복지절벽을 초래한다고 입을 모아 지적한다.

게다가 기재부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믿는다고 해도 궁금한 점이 생긴다. 세수는 부족하고 세입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데 복지지출을 줄이지 않으면 어떤 지출을 줄이게 될까.

법인세와 부동산세 등 부자감세에 이어 K칩스법 등으로 반도체 시설 투자 등에 세액공제까지 얹어주는 판국에 기업 지원 예산이 줄어들 리 만무하다. 그렇다면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하는 예산? 생존조차 불확실한 영세 자영업자를 지원하는 예산? 아니면 장애인의 이동권을 보장하고 탈시설을 지원하는 예산?

어떤 예산이 되었든 확실한 것은 정부가 세금을 제대로 걷지 않고 재정의 허리띠만 졸라맬 때 서민과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 선행될 확률이 높다는 점이다. 민생과 복지의 절벽에 선 사람들을 외면하는 정부의 재정은 더 이상 '건전재정'이 아니다.

덧붙이는 글 | 글 안정호 조세재정개혁센터 활동가. 이 글은 참여연대 소식지 <월간참여사회> 2023년 6월호에 실립니다. 참여연대 회원가입 02-723-4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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