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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밤이 전원에 찾아왔다. 푸름과 붉음이 함께하는 잔디밭, 아름답고도 편안하지만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잡초를 뽑아야 하고, 물을 주어야 하며 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아름다움이다.
▲ 전원에 밤이 찾아 왔다. 고요한 밤이 전원에 찾아왔다. 푸름과 붉음이 함께하는 잔디밭, 아름답고도 편안하지만 많은 노력이 숨어 있다. 잡초를 뽑아야 하고, 물을 주어야 하며 늘, 관심이 있어야 가능한 아름다움이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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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창문을 열자 맑은 공기가 훅 넘어온다. 어디서도 느낄 수 없는 청량한 공기 속에 작은 도랑물 소리가 살갑게 들려오는 골짜기다. 어디서 이런 기분을 느낄 수 있을까? 이렇게 맑은 햇살을 맞이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운인가? 여느 햇살과는 전혀 다른 맑고도 투명한 빛이다.

이웃집 닭이 아침을 알려주는 아침, 알 낳은 암탉이 유세하듯 울어댄다. 무단으로 세 들어 사는 참새들이 소란을 떠는 아침이다. 전원에서 삶을 꾸려 누리는 행복, 맑은 골짜기에서 맞이하는 아침 풍경이다.

도시 탈출을 하고 싶었던 것은 시골에서의 삶이 그리워서였다. 농사를 업으로 삼던 부모님의 시골살이, 자연과 어울림은 편안했지만 콘크리트 속의 삶은 왠지 어색했다. 도시인들이 꿈꾸는 전원살이, 어렵게 찾아낸 전원에서 자연과 어울림은 늘 편안하다. 봄이면 새싹이 돋아나고 꽃이 피어나는 모습은 어디서도 볼 수 없는 신비함이다. 자연의 오묘함과 신비함에 젖어 서서히 삶에 재미를 찾아갔다.

전원에서의 삶은 늘 행복할까?

시골살이는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다. 어려움 중에 우선은, 이웃 주민들과의 어울림이다. 이웃들과 불편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 쉽게 되돌릴 수도 없는 일이기에 더 조심스럽다. 어울릴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이웃들의 삶을 생각해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겨울을 제외하곤 늘 일을 해야 하는 시골이다. 농사짓는 일이 쉽지 않을뿐더러 외지인들의 삶이 반가울 수만은 없다. 현지인들에게 노는 듯이 사는 모습이 편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더위 속에 일하는 이웃들 옆에서 삼겹살을 굽고, 자전거를 타고 오가는 사람을 곱게 볼 수만은 없다. 내가 현지인이면 어떻게 할까? 서로 존중하며 배려하는 마음이 늘 필요한 이유다.

언젠가 잔디밭에 풀을 뽑고 있을 때, 지나는 차량이 문 앞에 섰다. 시골살이가 살만하냐는 느닷없는 질문이다. 공기도 좋고 이웃들도 마음에 들어 살만하다는 대답에 의아해한다. 갑자기 차를 세운 사람의 하소연이다. 전원살이를 하고 싶은 생각에 시골땅을 사놓았단다. 집을 지으려 여러 가지 준비를 하면서 찾아간 시골, 생각과는 전혀 달랐단다.

동네사람들과의 어울림이 어려웠고, 매사가 시빗거리가 됨에 몇 년째 망설이고 있단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곳저곳을 헤매고 다니던 사람이었다. 짐을 실어 나르는 트럭이 와도 문제가 되고, 많은 사람이 오고 가도 문제가 된다. 시골의 삶에 불편함을 주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내가 바라보는 면과 그들이 바라보는 방향은 전혀 다르다.
 
골짜기에 자리한 전원주택에서 바라본 앞산풍경이다. 봄비가 내리고 푸름이 찾아왔다. 뜰에 핀 붉은 병꽃과 어어루지는 자연의 조화는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 시골이 주는 아름다움 골짜기에 자리한 전원주택에서 바라본 앞산풍경이다. 봄비가 내리고 푸름이 찾아왔다. 뜰에 핀 붉은 병꽃과 어어루지는 자연의 조화는 숨을 멎게 하는 아름다움이다.
ⓒ 박희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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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에서의 삶은 불가능한 것은 할 수 없지만 대부분은 손수 해결해야 한다. 전기 시설이나 수도 시설 등, 간단한 수리는 손수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것이 쉬울 수 없지만 차근차근 배우며 살아가야 한다. 나무를 심으면 나무의 성질과 특성을 알아야 하고, 봄과 가을이면 전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을 시켜하려면 비용도 문제가 되지만 시골까지 출장을 꺼리기에 하나씩 공부하면서 내 것으로 만드는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시골살이의 많은 혜택 속엔 또 다른 대가가 있어야 한다. 고단한 노동이 있어야 하고 부지런함은 늘 있어야 한다. 가물면 물을 주어야 하고, 벌레가 있으면 잡아 줘야 한다. 비가 오면 도랑을 만들어야 하고, 눈이 오면 치워야 한다. 아침에 나오면 두어 시간은 밖에서 머문다. 풀을 뽑아야 하고 나무를 돌봐야 한다. 저절로 자라나는 식물은 존재할 수 없다. 곳곳에서 솟아나는 풀은 게으르면 이겨낼 수가 없다. 돌아서면 커 있다는 잡초가 아니던가?

시골살이, 어떻게 해야 할까?

시골에 들어오면서 모든 것을 열어 놓고 생활하기로 했다. 주민들에게 먼저 다가가 인사를 했다. 밭에서 일하는 이웃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어르신을 보면 인사를 하고 안부를 묻는다. 농사일을 물어보고, 내 삶을 이야기했다. 어려움을 토로하고 도와줄 것을 부탁했다. 반갑게 다가가는 사람을 싫다고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사를 하고 얼마 되지 않아 동네 회의를 한다는 소식에 접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인사는 해야겠는데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고민 끝에 동네 회의 하는 날, 먹음직한 떡 한 상자를 들고 나타났다. 이사턱을 내는 것이라는 이장님의 소개에 온 주민이 박수를 치며 환영한다. 주민들과 어울릴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얼굴을 익힐 수 있었고 술잔을 나눌 수 있었다. 이웃들과 어울릴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지나는 길에 일하는 이웃을 만났다. 인사를 하며 음료수를 하나 꺼내 건넸다. 처음엔 사양하던 사람이 너무 고마워하는 모습에 어색함은 있을 수 없다. 운동을 해도 눈치껏 적당한 시간을 이용하고, 서로를 배려하는 일이 가장 중요했다. 새벽을 이용해 자전거를 타고 나선다. 주민들이 일터로 나서기 전이다.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앞서야 했다.
     
자연이 주는 혜택은 무궁무진하다

언제나 세심한 노력을 기울이면 봄에서 가을까지 신나는 먹거리를 만들 수 있다. 야채 때문에 마트엘 갈 필요가 없다. 적당한 노동이 수반되면 대단한 희열을 느낄 수 있다. 싹이 돋아나서 서서히 익어가는 채소와 과일, 눈을 뗄 수 없는 자연의 오묘함이다. 맑은 이슬이 내리고 밝은 햇살이 찾아온 아침, 어디서도 만날 수 없는 자연의 진수다.

어려움을 견디고 나면 자연과 어울림 속에 얻는 것이 너무 많다. 계절에 따라 꽃이 피고, 수많은 나물이 지천이다. 곳곳에서 나물 뜯는 즐거움이 있고, 약간의 채소는 얼마든지 길러 먹을 수 있다. 신선하고도 깨끗한 채소는 늘 먹을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채소를 심어 싹이 돋는 신기함에 밤잠을 설치고,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이 숨을 멎게 한다. 맑은 햇살이 내려앉은 초록의 빛은 언제나 감탄하게 한다.

잔잔한 바람이 불어오는 날, 거실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좋아하는 책을 안고 바라보는 자연의 움직임은 늘 편안하고도 신기하다. 반짝이는 햇살에 가슴이 뛰고, 맑은 이슬에 숨이 멎고 만다.

처마 밑에 집을 짓는 참새와 만날 수 있고, 여름 뻐꾸기 울음에 취해 산다. 구수한 소쩍새가 추억을 불러주고, 곱게 핀 달맞이꽃이 웃어 준다. 개구리가 울어주면 닭들이 화답을 하고, 앞산에 걸린 밝은 달이 빙긋이 웃어주는 골짜기다. 사철 옹알대는 도랑물이 여름이면 우렁차게 외쳐주고, 겨울이면 봄을 불러내는 소중한 재산이다.

여기에는 자연을 존중하고 함께하는 배려가 있어야 하고, 언제나 참고 기다리는 여유가 있어야 한다. 자연이 주는 대로 어울리며 살아가는 골짜기의 삶엔 적당한 노동과 어울림이 있어야 가능하다. 

덧붙이는 글 | 전원에서 살아가는 어렵고도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다. 어렵게 주택을 마련하고 이웃과 어울리며, 자연에 순응하는 골짜기에서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다.


태그:#전원주택, #시골살이, #이웃, #자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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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희무렵의 늙어가는 청춘, 준비없는 은퇴 후에 전원에서 취미생활을 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글을 쓰고 책을 읽으면서, 가끔 색소폰연주와 수채화를 그리며 다양한 운동으로 몸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세월따라 몸은 늙어가지만 마음은 아직 청춘이고 싶어 '늙어가는 청춘'의 글을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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