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 다이노스의 테일러 와이드너

NC 다이노스의 테일러 와이드너 ⓒ NC 다이노스

 
NC가 안방에서 두산을 제압하며 단독 4위 자리를 탈환했다.

강인권 감독이 이끄는 NC 다이노스는 30일 창원 NC 파크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9안타를 때려내며 5-0으로 완승을 거뒀다. 지난주 한화 이글스와의 주말 3연전에서 1승 1패(일요일은 우천순연)로 우열을 가리지 못했던 NC는 두산과의 주중 3연전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하면서 4위였던 두산을 반 경기 차이로 제치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23승 22패). 

NC는 2회 1사 1루에서 선제 적시 2루타를 때린 윤형준이 결승타와 함께 2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고 리드오프 손아섭도 멀티히트와 함께 2개의 볼넷을 골라내며 4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하지만 NC의 진짜 수확은 이날 KBO리그 데뷔전을 치른 외국인 투수에 대한 의문이 '확신'으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뒤늦은 데뷔전에서 6이닝 2피안타 2볼넷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두산 타선을 압도했던 테일러 와이드너이 그 주인공이다.

부상으로 구단 실망시킨 새 외국인 투수들

외국인 투수의 비중이 매우 높은 KBO리그에서 외국인 투수의 건강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KBO리그에서 검증되지 않은 새 외국인 투수의 경우 내구성을 증명하는 것이 그 선수의 가치를 결정하는 데 매우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리고 시즌 초반부터 부상 때문에 로테이션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외국인 투수들은 대부분 구단을 실망시켜 조기에 퇴출되거나 퇴출 위기에 놓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22년 13경기에 등판해 5승 4패 평균자책점 3.72를 기록했던 펠릭스 페냐와 총액 85만 달러에 재계약한 한화 이글스는 시속 16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가진 버치 스미스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한화는 잦은 부상 경력에도 내심 스미스가 1선발 역할을 해주길 기대했지만 한화의 기대는 단 한 경기 만에 무너지고 말았다. 4월 1일 키움 히어로즈와의 개막전에서 60개의 공을 던진 스미스가 갑작스런 부상으로 자진강판된 것이다.

한화는 투구에 영향을 주지 않는 근육이 미세하게 손상된 스미스가 하루 빨리 부상을 털고 마운드로 돌아와주길 기다렸지만 스미스는 3주가 다 되도록 복귀하지 못했다. 결국 한화는 4월 19일 스미스를 웨이버 공시했고 20일 리카르도 산체스를 대체선수로 영입했다. 물론 산체스가 4경기에서 2승 0.90으로 좋은 투구를 이어가고 있지만 스미스의 부상과 조기퇴출로 한화의 시즌 초반 계획이 크게 틀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디펜딩 챔피언' SSG랜더스도 올 시즌을 앞두고 윌머 폰트의 대안으로 좌완 강속구 투수 에니 로메로를 총액 100만 달러에 영입했다. 하지만 로메로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도중 어깨 통증으로 교체됐고 인대파열이 의심된다는 진단을 받았다. 로메로의 회복을 마냥 기다릴 수 없었던 SSG는 지난 4일 새 외국인 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와 계약했고 결국 로메로는 국내 마운드에 한 번도 오르지 못하고 KBO리그와 SSG를 떠나게 됐다. 

두산 구단과 이승엽 감독 역시 라울 알칸타라에 이어 2선발로 활약해 주길 기대했던 새 외국인 투수 딜런 파일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 스프링캠프 라이브피칭 도중 타구에 머리를 맞는 부상을 당하며 시즌 개막을 부상자명단에서 시작했던 딜런은 복귀 후 2경기에서 9이닝 9실점(8자책)을 기록한 후 팔꿈치 통증으로 1군 로테이션에서 제외됐다. 그리고 딜런이 자리를 비운 사이 두산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안타까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페디-와이드너, 리그 최강 원투펀치 탄생?

2022년 시즌이 끝나고 4년 동안 53승을 기록한 에이스 드류 루친스키(오클랜드 어슬레틱스)가 팀을 떠난 NC는 새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심혈을 기울였고 174만 3000달러를 투자해 에릭 페디와 와이드너를 영입했다. 2022년까지 메이저리그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풀타임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페디는 올 시즌 10경기에 등판해 8승 1패 80탈삼진 1.47로 눈부신 호투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떠올랐다.

빅리그 통산 2승 3패 4.26의 성적을 가지고 있는 와이드너 역시 페디, 구창모와 함께 강력한 선발 트로이카를 구성할 수 있는 선수로 많은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와이드너는 시범경기를 앞두고 허리를 삐끗했고 허리디스크 신경증 진단을 받으며 개막엔트리에 합류하지 못했다. 강인권 감독과 NC구단은 와이드너가 부상만 나으면 충분히 팀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선수라 판단했고 와이드너가 재활을 마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하지만 와이드너는 시즌 개막 두 달이 가까워 오도록 마운드에 돌아오지 못했다. 일부 팬들은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와이드너를 기다리느니 하루 빨리 페디와 짝을 이룰 새 외국인 선수를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지만 NC구단은 와이드너의 회복을 기다렸고 와이드너는 30일 두산전을 통해 뒤늦은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그리고 와이드너는 첫 등판을 통해 NC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음을 증명했다.

와이드너는 이날 두산 타선을 상대로 시속 151km의 빠른 공과 슬라이더, 체인지업 등 위력적인 구위를 앞세워 6이닝 동안 2피안타 2사사구 9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한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와이드너는 이날 양의지에게만 2안타를 맞았을 뿐 나머지 타자들에게는 단 하나의 안타도 허용하지 않았다. 특히 2회에는 올 시즌 리그에서 삼진(4개)이 가장 적은 허경민을 상대로 삼진을 잡아내기도 했다.

물론 단 한 경기의 결과만 보고 와이드너의 올 시즌 활약을 섣불리 판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첫 경기에서 보여준 와이드너의 구위는 올 시즌 KBO리그 최고의 외국인 투수로 군림하고 있는 팀 동료 페디에게도 결코 뒤지지 않았다. 만약 와이드너가 앞으로 부상재발 없이 KBO리그 데뷔전에서 보여준 위력을 계속 이어간다면 NC는 페디와 와이드너로 이어지는 리그 최고의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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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NC 다이노스 테일러 와이드너 KBO리그 데뷔전 6이닝9K무실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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