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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의 진실은 어떠한 역사왜곡이나 폄훼에도 흔들리지 않습니다. 4·3은 낡은 이념의 틀을 뛰어넘어 인류의 보편적 가치로 나아갈 것입니다."

김성훈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회장은 제16주년 창립기념대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30일 서귀포 학생문화원에서 4․3유족회원과 내빈 10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개최된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제16주년 창립기념대회는 오전 10시 시작이었지만, 참석자들은 오전 8시부터 삼삼오오 대회장으로 모여들었다. 어떤 지회에서는 버스를 대절하여 단체로 참가하기도 했다.

2007년 창립 이후 16번째를 맞이하는 이날 행사에는 이종우 서귀포시장과 위성곤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서귀포), 김영대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장,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김성훈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회장,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를 대신하여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을 대신하여 김이택 사무처장을 비롯한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식전행사로 4․3역사 동영상 강의를 마련한 이날 행사는 1부 창립16주년 기념식에서 경과보고, 김성훈 서귀포 시지부회장의 대회사,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의 격려사, 김이택 사무처장이 대독한 고희범 제주4‧3평화재단 이사장의 격려사, 유공자 표창,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이 대독한 오영훈 제주특별자치도지사의 축사, 위성곤 국회의원의 축사, 김영대 서귀포시교육지원청 교육장의 축사, 이종우 서귀포시장의 축사, 김대진 제주특별자치도의회 부의장의 축사 순으로 진행되었다. 다음으로 2부 유족 어울림 한마당에서는 초대가수로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 문희경 가수의 공연과 도내가수의 공연이 이어져 유족 모두가 하나되는 시간을 가졌다.
 
대회사를 하는 김성훈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회장
▲ 김성훈 서귀포시지부회장 대회사 대회사를 하는 김성훈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회장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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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코로나 이후 이번 창립대회를 많은 유족분들을 모시고 개최하게 됨을 매우 뜻깊게 생각하며, 눈물로 지새운 지난날의 아픔을 잘 이겨내고 이제 제주4․3은 진정한 명예 회복을 통해 대한민국의 당당한 역사로 만들어가야만 하겠다. 이것이 4․3 희생자에 대한 우리 후손들이 할 수 있는 최고의 사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은 격려사에서 "4·3 과제를 해결할 길은 아직도 멀고 험하다. 개정된 시행령에 담지 못한 가족관계등록부 출생년월일 정정, 혼인신고 및 입양신고 특례조항을 담은 가족관계 특례조항과 희생자와 유족 등의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조항 등 제주4·3특별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어 행정안전위원회에 상정되어 있다"라며 "자연의 봄은 스스로 찾아오지만, 역사의 봄은 우리 스스로가 찾아 해결해야 한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격려사를 하는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 김창범 회장 격려사를 하는 김창범 제주4?3희생자유족회 회장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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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훈 제주도지사는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이 대독한 축사에서, "진실과 정의를 향한 회원들의 부단한 노력에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이제 제주4·3은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인이 유산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과거사 해결의 모범사례인 제주4·3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어 지구촌 곳곳에 평화와 인권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주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축사를 대독하는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
▲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 축사 대독 오영훈 제주도지사의 축사를 대독하는 조상범 특별자치행정국장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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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우 서귀포시장은 축사를 통해 "올해는 4․3 추념식도 성황리에 개최되어 오랜만에 생존희생자와 유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4․3 희생자의 영령을 위로하고 화해와 상생의 4․3 정신을 국민과 공유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라며 "보상금 지급과 함께 하반기에는 뒤틀린 가족관계를 바로 잡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며, 4․3의 정의롭고 완전한 해결을 위해, 화해와 상생의 새 역사를 만들어 나가는데 서귀포시정이 함께 하겠다"라고 유족에게 위로와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축사를 하는 이종우 서귀포시장
▲ 이종우 서귀포시장 축사를 하는 이종우 서귀포시장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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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행사에서는 유공자 표창 및 감사패 수여가 있었는데, 오순명 직전회장이 재직기념패를 받았고 고미숙 서귀포시 4.3지원팀장이 감사패를 받았다. 또한 안봉수 전 표선지회장이 이종우 서귀포시장으로부터 표창패를 수상했다.

또한 '제3회 제주4‧3 문예백일장' 시상식이 있었는데, 문예부문 대상은 서귀포여자중학교 2학년 김호연 학생이 '동백 지는 자리'라는 시로 수상하였고, 미술부문 대상은 한국국제학교 3학년 박하준 학생이 '동백꽃 눈물의 역사'로 수상했다. 이밖에도 토평초등학교 5학년 오나현 학생이 '43'이라는 제목의 시로 문예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또한 신산중학교 3학년 한결 학생과 서귀서초등학교 4학년 고다온 학생이 문예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이어서 서귀북초등학교 3학년 진규원 학생과 동홍초등학교 5학년 박하율 학생이 각각 미술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또한 서귀서초등학교 1학년 김호연 학생과 대정서초등학교 6학년 최소예 학생이 각각 미술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제3회 제주4?3 문예백일장 시상식에서 상장을 받은 수상자들
▲ 문예백일장 시상식 수상자들 제3회 제주4?3 문예백일장 시상식에서 상장을 받은 수상자들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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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상식에 이어, 문예 부분 대상(서귀포시장상)을 수상한 서귀포여자중학교 김호연 학생의 시 낭송이 있었는데, 참석한 4․3 유족들에게 깊은 감동과 울림을 주었다.

다음은 김호연 학생의 '동백 지는 자리'라는 제목의 시 전문이다.

동박새야
동박새야
한라산 끝자락 눈꽃이 저물면
우리도 끝이라더라

동박새야
동박새야
우리 여물어도 알맹이도 못된대도
우리 아물어도 아문게 아니라며
이 자리에 새살 다시는 트지 못하게
아예 둥지를 틀어라

동박새야
동박새야
우리 털어지거든 다신 동백낭에 얼씬도 하지 말고
향기 없는 겨울을 보내버리려
그리던 고향을 훨훨 보내버리곤
네가 왜 동박새인지 잊어버려라

그리고 겨울이 다시 오지 않게
겨울을 기다리지 말고 날아가 버려라
우리는 고장
동백 고장

 
자신의 시'동백 지는 자리'를 낭독하는 서귀포여자중학교 김호연 학생
▲ 김호연 시 낭독 자신의 시'동백 지는 자리'를 낭독하는 서귀포여자중학교 김호연 학생
ⓒ 고창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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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최근 일부 국회의원 등의 제주4‧3 왜곡과 망언을 규탄하는 결의문 낭독이 있었는데, 결의문은 제주4.3희생자유족회 서귀포시지부회 김상민 청년회장이 낭독했다.

이날 행사의 마지막은 초대가수 기념공연이었는데, 서귀포시 남원읍이 고향인 문희경 가수가 무대에 올랐다. 4․3유족회원과 참가자들은 문희경 가수가 '옵서예 서귀포'를 부르자 흥겨운 박자에 맞춰 박수를 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기념공연에서 '옵서예 서귀포'를 열창하는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 문희경 가수
▲ 문희경 가수 기념공연에서 '옵서예 서귀포'를 열창하는 서귀포시 남원읍 출신 문희경 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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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시민포커스>와 <제민일보>에도 같은 내용으로 송고할 예정입니다.


태그:#제주4.3, #희생자유족회 , #서귀포시지부회, #제16주년 창립기념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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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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