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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대안공간 '산수싸리'에서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광주 대안공간 '산수싸리'에서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 전시가 열리고 있다.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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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민주화운동을 주제로 한 기획전시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가 광주광역시의 대안 공간 '산수싸리'에서 열린다(지난 12일부터 오는 6월 4일까지). 이번 전시는 산수싸리의 김한라, 서혜민씨가 기획했고 남석우, 서혜민, 윤태준, 임수범, 임인자, 정덕용, 정한결 작가가 참여했다.

이번 전시를 기획한 김한라, 서혜민씨는 "오월은 고정 불변할 역사이기 때문에 매해 돌아오는 오월은 단지 달력 속 한 장의 오월이 될 수는 없다"며 "이러한 이유로 오월을 반복하는 것이 불가피한 우리는 이제 오월을 어떻게 반복할지 질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두 사람은 이번 전시를 기획한 의도에 대해 "출신지와 거주지를 불문하고 광주는 모두에게 도달해 있다"며 "광주를 딛고 선 현재의 초상들의 목소리를 듣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25일,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 전시와 관련해서 산수싸리 김민지 대표와 서혜민 코디네이터를 인터뷰했다.

아래는 일문일답.

- 산수싸리는 어떤 공간인가요?
김민지 : "산수싸리는 지난 2019년에 광주 동구청 전통시장활성화청년창업지원사업을 통해 산수시장에서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입니다. 산수싸리는 시각예술을 중심으로 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그동안 절실히 원했던 게 있다면 그것은 동료입니다. 그래서 기획 활동에 뜻있는 동료들을 모아서 세미나나 리서치, 전시 등을 해왔습니다. 지역사회에 비평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광주 비평 소생 프로젝트 이-음'을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산수싸리는 광주에 존재하는 아시아문화전당(ACC)이나 비엔날레 같은 대규모 기관과 달리, 청년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모여 기획자로서의 무게를 덜고 자유롭게 이야기를 시도하는 공간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주류적인 기관에서 쉽게 할 수 없는 시도를 해보고자 합니다."

- 이번 전시는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김민지 : "이번 전시는 산수싸리의 김한라 기획자와 서혜민 코디네이터가 기획했습니다. 저희는 지난해부터 오월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습니다. 5.18을 경험하지 못한 비경험 세대의 무게감을 줄이고, 다양한 시각에서 오월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그동안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재현 위주의 작업은 더할 나위 없이 보여줬다고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 오월의 역사를 계승하는 일은 비경험 세대의 몫이 될 것이니, 지금의 청년 예술인들이 감각하고 있는 걸 보여주자고 생각했습니다. 오월에 대한 부채감도 부채감이지만 이것을 경험 세대의 전유물로 남기지 않기 위해 노력할 계기가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청년 예술인들의 공감을 살 수 있었고, 산수싸리에서 별도의 기금 없이 관객 후원 및 작품 판매만으로 전시를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서혜민 : "5.18에 대한 전시를 하겠다고 마음먹고 기획안을 쓰면서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무척이나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5.18에 대한 기존과는 다른 접근 방식을 찾기 위해 고민하던 차에, 오월은 누구에게나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라지 않았어도, 광주에 살지 않아도 오월은 누구에게나 도달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오월은 희생과 아픔이 묻어 있는 역사입니다. 그날로부터 시간이 훌쩍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이 아픔을 마주하지 못하고 있는 분들이 있고, 끊임없이 간접 경험하는 세대들이 존재합니다. 저에게 5.18은 처음에는 학습된 정보였습니다. 그러나 저의 가장 친한 친구의 부모님이 5.18 당시 피해를 입으셨음을 알고, 그 고통과 함께 사는 삶을 목격하고 5.18이 저와 멀지 않음을 알게 됐습니다.

오월은 멀지 않고 맞닿아 있는 역사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5.18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광주에 거주 중인 작가들의 과거에서부터 출발해서 현재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로 했습니다.

이번 전시에 포함된 제 작품은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 시작한 작품이었습니다. 저는 그동안 제 개인사적인 아픔을 극복하는 하나의 방식으로써 사진을 촬영했습니다. 사진을 통해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나무가 성장하면서 나이테가 한 줄씩 늘어나듯, 제가 찍은 사진도 저의 나이테가 돼 그게 곧 제가 될 것이라 여겼습니다. 그런데 다시 보니, 제 작품에도 오월에 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수싸리에서 진행되는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 전시.
 산수싸리에서 진행되는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 전시.
ⓒ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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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씀이 있다면요?
김민지 : "저에게 5.18은 여전한 숙제입니다. 저는 대학에 진학하면서부터 광주에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자로 일하기 시작하면서 5.18과의 접점이 깊어졌고, 이것을 어떻게 풀어낼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이 공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내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는 자신의 초상을 그릴 수 있는 관객 참여 부스가 있습니다. 관객의 참여를 통해 '오월의 초상'이라는 전시 기획이 완성되는 것인데, 많은 분들이 이번 전시에 오셔서 함께 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기획전시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는 매주 수요일부터 일요일 사이에 대안 공간 '산수싸리(광주 동구 충장로46번길 8-8)'에서 볼 수 있으며, 관람시간은 오후 2시부터 7시까지다.

태그:#산수싸리, #5.18기획전시, #하나에서 열의 초상으로, #광주 예술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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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에 대해 고민하며 광주의 오늘을 살아갑니다. 페이스북 페이지 '광주의 오월을 기억해주세요'를 운영하며, 이로 인해 2019년에 5·18언론상을 수상한 것을 인생에 다시 없을 영광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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