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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5.25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신축 본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정기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2023.5.25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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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25일 "해결 못하는 문제를 재정 당국이나 통화 정책 같은 단기 정책으로 해결하려 해선 절대 안 된다. 나라가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치권이 각종 사회 문제의 구조를 개혁하지 않고 재정 투입이나 금융 정책이라는 임시방편으로 모면하려고 한다는 비판으로 풀이된다.   

이 총재는 이날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이 장기적으로 저성장 국면에 들어선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국은 이미 장기적 저성장 구조에 들어섰다"고 답하면 이같이 밝혔다.

"IT·반도체 부문 회복 속도 느려"...한은, 성장률 전망치 낮췄다

실제 한은은 1.6%였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2%p 낮춰 1.4%로 전망했다. 이는 국내외 기관들 대다수가 전망하고 있는 1.5%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한은이 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건 국내 정보통신(IT)·반도체 부문의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더딘 데다 중국 경제 회복이 주변국으로 전파되는 속도 또한 느리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IT·반도체 회복이 느려졌다. 올해 '상저하고' (상반기는 낮고 하반기는 높은) 패턴이 나타날 걸로 예상했는데 한 분기씩 연기되는 면이 있다"며 "중국 경제가 회복하면서 주변국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날 걸로 봤는데 내수 중심으로 회복하면서 (전파) 속도가 느렸다"고 설명했다. 

늦어지긴 하더라도 상저하고 양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은 계속 유지했다. 이 총재는 "IT·반도체 전망은 중국 경제와 연관된 측면이 많다. 50%가 중국으로 수출되고 있기 때문인데 최근엔 몇 가지 좋은 '사인'들이 나타나고 있다"며 "삼성전자 주가가 오르는 것 또한 반도체 경기가 저점일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최근 중국에서 해외로 나가는 관광객 숫자를 보면 3월까지 18%를 기록해 코로나 이전에 비해 늘어났다"며 "또 최근에 그 속도가 점차 빨라지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또 "(경기 회복 과정에서) 중국도 재고를 먼저 소진해야 하는데 곧 제조 부문 소비가 늘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고 전망했다.

한은 총재가 저출산 고령화, 청년 실업, 비정규직, 노인빈곤 열거한 이유?

이 총재는 이날 간담회에서 '저성장 구조를 바꾸기 위해 각종 구조적 문제를 개혁해야 한다'는 기조에 가장 많은 발언 시간을 할애했다. 

이 총재는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하다. 빨리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현재는 낮은 성장률로 인한 청년 실업과 비정규직이 사회적 문제가 됐고 5~10년이 지나면 노후빈곤 문제가 굉장히 큰 사회적 걸림돌이 될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여러 구조 개혁이 절실한데도 한국의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가 아니라 이해당사자간 사회적 타협이 어려워 진척조차 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사회 개혁이) 수혜자가 아닌 공급자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어 한 발짝도 나서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구체적인 사례까지 들었다. 그는 "교육개혁과 관련해 한국에선 평생 할 일을 고등학교 3학년 때 정하고 있다. 말이 안 되는데도 공급자가 학과의 정원을 정하고 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합의를 보지 못한다"며 "연금개혁 또한 한국에선 위원회를 꾸렸어도 '모수개혁'은 예민한 문제니 빼고 가자고 한다. 사실상 하지 말잔 얘기랑 비슷하게 들린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인을 돌보는 문제에 해외 노동자를 어떻게 활용할 건지 이야기를 해야하는데도 진척이 없다"라고도 말했다.

이 총재는 또 "반도체가 수출이 안 된다고 하는데 서비스업만 생각해도 수출할 게 많다. 공항 편의점에서 한 명의 노동자가 (신속하게 업무를 처리)하는 것만 봐도 우리의 경쟁력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의료산업도 우수하다. 그런데 우리가 서비스 산업 발전을 논의하는 동안 태국이나 싱가폴은 지역 의료 허브가 이미 돼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어느 정부의 문제라기보단 사회의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이런 문제들을 구조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니까 재정을 풀어 해결해라, 금리 낮춰 해결해라는 식인데 이런 식은 부담이 올 수밖에 없고 절대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이날 기준금리를 지난 2, 4월에 이어 세 차례 연속 기존 3.50%로 동결했다.

태그:#한국은행, #기준금리, #구조개혁, #사회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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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오마이뉴스 류승연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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