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 잡는 경찰이 없다."
수사부서 '엑소더스'(exodus·대탈출)를 바라보는 만년 형사의 깊은 탄식에서 위기감이 느껴진다.
올해 3월 기준 대한민국 경찰조직은 13만2402명. 이중 3만2180명이 수사 자격과 권한을 부여받은 '수사경과'(搜査警科)로 분류된다. 일선 경찰관 4명 중 1명이 '도둑 잡는' 수사관인 셈이다.
5년여간 1만694명 수사경과 포기
하지만 2018년부터 올해 현재까지 전체 수사경과자 3분의 1에 해당되는 1만694명이 수사경과를 포기했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굴곡을 겪으면서 가속화된 수사 조직의 붕괴와 기피 현상이 한계에 다다른 결과로 해석된다.
24일 경찰청이 <오마이뉴스>에 공개한 본청과 전국 18개 시·도경찰청 수사경과 해제 경찰관은 2018년 768명, 2019년 1545명, 2020년 1224명, 2021년 3664명, 2022년 2525명, 2023년 현재 968명에 달한다.
수사경과는 지난 2004년 형사와 수사, 과학, 사이버, 여성청소년, 교통 등 수사부서 경찰관의 전문화와 독립적 인사 운영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자 수사관의 필수 자격이다. 수사경과를 포기한 경찰관들은 일선 지구대와 파출소 등 비수사부서로 배치된다.
2018~2023년 현재 본청과 시·도경찰청별 수사경과 해제자는 ▲ 서울 1709명 ▲ 경기남부 1652명 ▲ 부산 870명 ▲ 경북 641명 ▲ 인천 613명 ▲ 경기북부·전남 각 600명 ▲대구 551명 ▲경남 548명 ▲충남 479명 ▲광주 422명 ▲강원 403명 ▲전북 351명 ▲충북 325명 ▲대전 303명 ▲제주 202명 ▲울산 193명 ▲본청 185명 ▲세종 47명 순으로 집계됐다.
경찰청도 빠져나간 수사 인력 확충을 위해 매년 형사법 시험과 관서장 추천제까지 도입해 수사경과를 적극적으로 부여하고 있다.
2018~2022년 본청과 시·도경찰청별 수사경과 신규 지정자를 살펴보면 ▲서울 3195명 ▲경기남부 2329명 ▲부산 991명 ▲경남 946명 ▲경기북부 821명 ▲인천 750명 ▲경북 698명 ▲충남 682명 ▲전남 549명 ▲강원 511명 ▲대구 461명 ▲충북 453명 ▲대전 390명 ▲울산 333명 ▲전북 295명 ▲광주 247명 ▲제주 226명 ▲본청 104명 ▲세종 83명 순으로 나타났다.
수사경과 선발이 이뤄지지 않은 올해를 제외하고 2018~2022년 수사경과 신규 지정자는 1만4064명으로, 같은 기간 수사경과 해제자 9726명(2023년 현재 968명 제외)에 비해 많았다.
중견 수사관 이탈... 낮아지는 수사 질
표면적으로는 나간 사람보다 들어온 사람이 더 많지만, 문제의 심각성은 수사관 숫자보다 수사 역량에 있다. 중견 수사관들이 이탈한 빈자리를 경험이 적은 수사관이나 비경과자들이 메우면서 수사의 질이 낮아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히, 2018~2022년 수사경과 정원에 근거한 해제자 대비 신규 지정자 비율이 낮은 광주와 대구, 전북, 전남청의 수사 공백은 우려스러운 수준이다.
광주청의 경우 지난 5년간 수사경과 정원 평균 1033.6명을 기준으로 해제자 평균은 80.6명(7.80%), 신규 지정자 평균은 49.4명(4.78명)으로 연평균 31.2명이 부족했다. 매년 나가는 수사관보다 들어오는 수사관이 적었다는 의미다.
대구청은 같은 기간 정원 평균 1580.4명 기준, 해제자 평균 102.4명(6.48%)에 신규 지정자 평균 92.2명(5.83%)으로 연평균 10.2명이 부족했다.
전북청은 정원 평균 1054.4명에 해제자 64.4명(6.11%), 신규 지정자 59.0명(5.60%)으로 연평균 5.4명이, 전남청은 정원 평균 1071.8명에 해제자 113.2명(10.56%), 신규 지정자 109.8명(10.24%)으로 연평균 3.4명이 적었다.
본청도 평균 정원 539.4명에 해제자 31.2명(5.78%), 신규 지정자는 20.8명(3.86%)으로 10.4명이 적어서 수사인력 유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외부에서는 수사관 이탈의 원인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른 업무량과 검찰의 보완수사 증가를 꼽지만, 현장에서는 근본적인 문제는 아니라고 말한다. 신고와 고소·고발 등 수사 민원은 해마다 늘고, 민원인의 수사 기대는 높아진 반면, 수사 여건은 제자리걸음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시·도경찰청에 근무하는 한 수사관은 "한 때 '경찰의 꽃'이라고 불리던 수사관 사이에서도 과거와 같은 자긍심을 찾기 힘들다"며 "휴식과 맞바꾼 시간외 근무수당만 아니라면 당장 떠나고 싶다는 수사관들이 차고 넘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직 수사관은 "일선에서는 베테랑 수사관이 나가고, 신입과 비경과자 비율이 높아지면서 수사 해결 능력이 예전만 못하다는 푸념이 늘고 있다"며 "새로 들어온 수사관과 손발을 맞추다보면 결국, 수사 역량 감소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