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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민주당 청년 정치인들이 당의 쇄신을 촉구하면서 코인 논란에 휩싸인 김남국 의원에 대해 '의혹이 사실이라면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자 김 의원 옹호하는 일부 강성 지지자들이 청년 정치인들에게 공격을 가하기도 했다.

2주가 지난 지금, 기자회견에 참여한 권지웅 더불어민주당 전 비대위원과 지난 24일 전화 연결해 김남국 사태에 대한 생각을 들어보았다. 다음은 권 비대위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동, 위법 여부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왼쪽부터), 이동학 전 최고위원, 박성민 전 최고위원 등 청년정치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권지웅 전 비대위원(왼쪽부터), 이동학 전 최고위원, 박성민 전 최고위원 등 청년정치인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더불어민주당 쇄신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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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국 의원 관련 기자회견에 비대위원님도 참여하셨죠. 민주당 강성 지지자들에게 공격 많이 받을 것 같은데.

"비판하시는 분들이 유튜브나 페이스북에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죠. 저는 비판할 부분에 대해 의견 내는 것 자체에 대해 전혀 불쾌하지 않아요. 그건 소통이니까요. 그런데 욕설을 하신다거나 너무 협박하고 아예 공론장을 나가라는 식의 주장 들으면서 이렇게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듭니다."

- 민주당 일부 강성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부나 국민의힘 문제엔 목소리 안 내면서 왜 민주당 문제를 비판하고 나서느냐'고 주장하는 것 같은데요.

"정치 자체가 경쟁이기 때문에 당연히 경쟁자보다 좀 더 나아지기 위해 못 하는 지점 짚는 건 당연한 생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건 경쟁하는 상대만 바라보고 있을 때 할 수 있는 이야기고요. 상대방보다 잘해야 되는 것뿐만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서 잘못한 게 있으면 자기 문제라도 스스로 해결해야죠.

전당대회에서 국회의원들이 돈 주고받았다는 의혹이나 혹은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남국 의원이 가상자산 거래를 하기 위해서 상임위원회, 그리고 심지어 이태원 참사와 관련한 보고 받는 자리에서 코인 거래를 했다는 건 아무리 우리 당의 문제고, 설사 그 문제 짚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이 우리를 공격할 만한 빌미가 만들어진다고 하더라도 잘 드러내서 바로잡고 다시 그러지 않겠다는 반성을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왜 보수언론에 먹잇감을 주냐'고도 하는데.

"김남국 의원의 문제를 우리가 잘 드러내고 반성하자고 하는 건 (보수언론에) 먹잇감 주는 행위가 아니라 국민들 눈높이에 너무도 당연한 조치라고 생각해요. 정말 별문제가 아닌데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거라면 그런 비판을 하실 수 있겠지만 이것은 많은 국민들이 '국회의원도 그냥 각자도생하고 있었구나. 그럼 내가 굳이 세금을 왜 내야 되나'라는 식의 생각까지 할 수 있는 문제입니다."

- '검찰의 야당 탄압'이라는 게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이기도 한데.

"지금 당장 진실을 알 수는 없죠. 소위 시중에 도는 이야기 중에, 검찰이 캐비닛에 (사건을) 넣어 놓고 있다가 타이밍 좋을 때 내놓는다는 의심도 있잖아요. 그런 의심을 하면 안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은 게 아니라 그런 의심이 있는 것과 별개로 이것은 사실에 근거한 우리의 잘못이기 때문에 바로잡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검찰의 기획이든 아니든 상관없어요. 그것 자체가 본질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 '코인 하는 것 자체가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란 의견은 어떻게 보세요?

"코인 투자는 당연히 불법이 아니고, 국회의원 신분이더라도 저는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데 지금 논의가 되는 건 위법 여부가 아니라 국회의원의 직업윤리가 완전히 무너진 것에 대한 국민들의 싸늘한 비판이에요.

국회의원에게 1억 5천에 가까운 세비를 주고 보좌진들을 고용할 수 있게 해주고 입법권과 다른 정보 열람권 등 상당한 권한을 주는 건 그 사람이 국회의원을 하는 동안에는 아주 집중해서 공동체의 문제, 사회의 문제 풀어주기를 기대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것을 완전히 저버린 행동한 거죠. 신뢰를 잃어버리는 행동을 한 것은 위법 여부랑 상관없이 심각한 문제죠.

김남국 의원의 행동은 지금 보도된 것만 봤을 때 통상적 시간 때우기 위해서 하는 행위와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아요. 가상화폐 거래의 규모, 빈도 그리고 시점을 봤을 때 여러 차례의 상임위에서 거래했다는 게 보도되었잖아요."

- 김남국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보세요?

"저는 김남국 의원이 국회의원의 직업윤리를 아주 심각하게 저버린 것이 첫 번째 본질이라고 생각하고요. 그런데 직업 윤리적으로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고 아주 소수의 몇몇 의원님들이 그런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는 돈 벌면 안 되냐? 가난한 정당이어야 되냐'라거나 '진보가 도덕성을 지켜야 된다는 건 폐기해야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요. 국회의원의 직업 윤리쯤은 신경 쓰지 않는 뻔뻔한 정당의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문제가 발생했는데 그다음에 그 문제를 대하는 태도가 이 문제의 두 번째 본질이 되어버렸다고 생각합니다."

- 국회의원의 직업윤리를 뭐라고 보세요?

"여러 측면에서 볼 수 있는데 최소한 자기 직무에 최선 다한다는 것이 일단 있겠죠. 근데 지금 김남국 의원과 관련된 것 보면 최선을 다하기 매우 어려웠다고 보는 게 훨씬 더 상식적인 판단 같아 보이고요. 두 번째 국회의원은 사익보다 공익을 추구하길 기대하는 직업입니다. 그러니까 상당한 권한을 주는 거죠. 그런데 가상화폐 자산을 그 정도 빈도로 거래했다는 것, 심지어 업무에 집중해야 될 아주 분명한 시기에도 그랬다는 것도 충격적이지만 해명하는 과정의 태도가 논란을 더 키웠다고 생각해요. 

당에서 진상조사단을 꾸려서 조사할 때는 물론, 진상조사단 위원들이 있는 자리에서 일부를 보여줬다고는 하나 결과적으로 지금까지도 관련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이건 문제가 안 되고 다 소명하겠다'고 했던 자신의 말과도 배치될뿐더러, 되레 더 의혹을 낳으면서 논란이 커졌어요. 문제가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드러내고 필요한 부분은 사과하는 태도가 아니라 숨기고 있는 모습이죠."

- 그럼, 김남국 의원이 민주당 탈당한 건 어떻게 해 보세요?

"개인의 탈당이 쉬운 선택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어쨌든 무책임한 탈당이 되어 버렸다고 생각합니다. 최소한 진상조사에 응한 다음에 그것과 관련된 처분이나 징계를 받고, 진상이 확인된 다음 책임을 지는 차원에서 탈당한 게 아니라, 이를 회피하고 탈당하는 꼴이 되어버렸죠. '당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고 본인은 주장할지 모르나,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진상조사 회피하기 위한 탈당이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시민들이 다시 정치를 신뢰할 수 있게 노력해야"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연설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김남국 무소속 의원이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연설에 참석하지 않아 자리가 비어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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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힘에서는 '김남국 의원의 코인이 대선 자금과 연결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는데.

"이 사안을 더 이야기할 부분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알고 있기로 하태경 의원실에서 제보를 받았다고 하면서, 대선 자금과 연결될 수 있다고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요. 그럴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일축할 필요는 없지만, 이런 주장을 하려면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따라붙어야 돼요. 그런데 그런 것 없이 '대선 자금과 연결될 수 있다'고만 반복해서 이야기하시는 것 같아요. 정치적 공세로 보이고, 만약에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근거가 나오기 시작하면 또 다른 국면으로 넘어가겠죠."

- 민주당이 김남국 의원 국회 윤리위에 제소했죠. 늦었다는 지적도 있던데.

"아쉬운 지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쇄신 의총을 한 날이 일요일(5월 14일)이었고 쇄신 의총 문안에 관련한 제소를 하겠다는 분명한 행위까지 담아서 발표하고 다음 날 제소했다면 이런 비판이 안 나왔을 텐데 며칠 있다 제소하게 된 거잖아요. 좀 아쉽죠. 그러나 제가 듣기로는 윤리위에 제소하지 않으려고 했다기보다, 이미 윤리위에 국민의힘이 제소했기 때문에 그 절차가 진행될 거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저는 당이 스스로 반성한다는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 저희가 더 일찍 제소를 하는 게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 김남국 의원 문제로 이재명 대표 체제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던데.

"지금 현 지도부의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존재하는 게 사실인데 저는 김남국 의원의 문제가 이재명 대표 체제를 흔드는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김남국 의원 문제를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지금 이재명 대표 체제가 더 크게 흔들릴 수도 있고, 이 어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서 오히려 신뢰가 쌓이는 방향으로 움직여질 수도 있어요. 

만약 민주당이 (윤리위) 제소는 했지만 실제로 징계 절차를 진행하지 않는다면 이재명 대표 체제의 리더십에 금이 갈 테고, 그게 아니라 징계 절차를 진행해서 민주당이 최선을 다하는 모습 보인다면 되레 신뢰가 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 체제의 대응에 따라서 달라질 거라고 봅니다."

- 공교롭게도 이낙연 전 대표가 6월에 귀국하잖아요. 이낙연 전 대표 귀국이 민주당에 변화를 줄 수 있을까요.

"그것만으로는 이재명 대표의 리더십이 더 의심받는다든가 이럴 일은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이재명 대표 체제가 발생하는 위기를 잘 대응하지 못하면 그 자체로 흔들리는 거지, 그게 이낙연 대표의 귀국과 연결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최근 정치 전체에 대한 신뢰가 많이 떨어진 것 같아요. 20대 같은 경우 무당층이 절반을 넘는다는 여론조사도 나오죠. 저는 정치권이 무너진 신뢰 회복하기 위해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상대 탓하면서 '저쪽이 더 못하니까 우리는 좀 괜찮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제발 버렸으면 좋겠어요. 이걸 버려야만 정치가 이 사회를 좀 더 낫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요.

지금 한국 사회는 정치가 너무 절실합니다. 전 지구적인 문제인 기후 위기 문제를 풀기 위해서도 그렇고, 개인이 벗어날 수 없는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그래요. 그리고 수도권에 50% 이상의 인구가 몰려 있는 상황이 계속 가속되고 있는데 이런 것들을 풀기 위해서도 너무 정치가 절실합니다. 정치에 시민들이 다시 신뢰를 줄 수 있게 스스로 뼈를 깎는 노력을 해야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태그:#권지웅, #김남국, #코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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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터뷰와 이영광의 '온에어'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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