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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야당 단독 처리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3.5.16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여당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일부개정법률안' 야당 단독 처리에 항의하며 퇴장하고 있다. 202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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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개정안이 지난 16일 국회 교육위에서 야당 단독으로 통과됐다. 이를 두고 여야는 물론 시민들의 의견이 분분하다.

기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은 가구소득 8구간 이하 대학생에게 등록금 및 생활비 대출을 해주고, 기준 소득을 넘어선 시점부터 갚는 제도다. 2023년 상환 기준 소득은 세금 공제 전 연간 2525만 원, 공제 후 1621만 원이다. 현행 제도에 따르면, 원리금 상환이 시작되기 전에 붙는 이자도 모두 갚아야 한다. 올해 학자금 대출은 1.7% 변동금리가 적용 중이다.

그러나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라고도 불리는 이번 개정안은 연간 소득 금액이 상환기준소득에 못 미치는 때, 즉 대학 재학부터 취업 전 상환이 시작되지 않은 기간에 발생한 이자를 면제해 준다는 내용이 담겼다. 상환 도중 육아휴직·실직·폐업 등으로 기준 소득에 미치지 못할 때도 이자를 면제한다.

현재 여야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을 두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청년 부담 경감'이라 주장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거대 야당의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한다.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에 대한 여러 의견을 듣고자 기존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제도를 이용한 이들을 수소문했다. 현재 대출을 받는 대학생, 취업 후 상환을 마친 직장인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 학자금 대출 경험이 없는 일반 시민들과도 이야기를 나눴다. 

#1. 상환 전인 20대 대학생
영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 A씨는 성인이 되자마자 독립했다. 이듬해엔 휴학하고 조연출 일을 시작했다. 그는 생활비가 필요했고, 주택 마련이라는 꿈이 있었기에 학생 신분으로 가능한 금리 낮은 대출을 받았다.

대학생 B씨는 학업과 동시에 미술 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며 생활비를 충당하고 있다. 부모가 새 아파트로 이사한 후 국가장학금 지원 구간이 4계단이나 올랐고, 부담할 금액이 커지자 등록금 대출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1.7% 금리가 당장은 부담이 되진 않지만, 취업이 불확실한 상황이기 때문에 취업 준비 기간만큼은 무이자가 되면 좋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좋다. 좋다는 거 말고 무슨 말을 할 수가 있죠?" (대학생 B씨)

"이자를 없앤다는 문구는 파격적이지만 금액을 생각해 보면 고작, 이런 느낌이긴 해요. 저는 총 11만 9천 원 쌓였는데 사실 얼마 안 돼요. 그런데 취업이 늦어질 수도 있는데, 그동안 쌓인 이자를 내는 것보다는 안 내는 게 훨씬 낫죠." (대학생 A씨)


그러면서 A씨는 주변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는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 혜택을 봐도, 대학에 들어가면 기숙사에 살아야 하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그 비용이 없는 친구들도 있어요"라면서 이들에게 '취업 후 상환 학자금' 제도를 권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의 시행도 좋게 평가했다. "앞에 말한 것처럼 생활이 힘든 친구들도 분명히 있고, 아직 취업 전인 학생 입장에서는 무이자면 내야 하는 돈이 적어지니까 좋아요. 미비해 보여도 대출 받은 입장에서는 분명 부담이 덜해져요"라고 말했다. 

B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그는 무이자에 긍정적이면서도, 수혜 대상을 축소해야 한다는 의견을 조심스레 밝혔다. 현재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받는 학생은 전체의 약 16%로, 이들이 유예한 대출금은 평균 650만 원 정도다. 여기서 1.7%의 이자를 면제해 줄 경우 1년에 11만 원, 한 달에 1만 원 정도 줄어드는 데 큰 도움이 되는 금액은 아니라는 것이다.

"국민의 시선에서 보자면, 한 달에 겨우 만원 꼴이라니 '굳이'라는 생각도 들어요. 더 낮은 분위의 학생들을 위한 제도로 바꿀 순 없나요? 일부 학생들은 1.7%를 면제해 주지 않아도, 국가장학금이랑 교내장학금으로 해결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대학생 B씨)
 
 2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3 인천 일자리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 내 일자리는 어디에  23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송도컨벤시아에서 열린 '2023 인천 일자리 한마당'에서 구직자들이 채용 공고 게시대를 살펴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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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상환 완료한 30대 직장인
인천 한 대학의 상경 계열을 졸업한 30대 C씨는 취업한 지 1년 만에 원리금을 모두 상환했다. 그는 대학 4년 동안 아르바이트를 했다면서 "집안 사정이 조금 안 좋아서 대출받게 됐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일반 은행에서 대출받다가, 학교 측의 추천으로 금리가 낮은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 제도로 전환했다. 등록금을 내기 위해 800만 원 정도 대출을 받았다.

학자금 대출이 부담스럽진 않았냐고 묻자, C씨는 "이자가 발생하긴 했지만 애초에 이자율이 높지 않아서 감당할 수 있는 범위였다"며 "저축하기 어려운 것 외에는 취업 후 상환하는데 큰 부담은 없었다"고 했다.

'취업 후 상환 학자금대출'을 이용한 C씨는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대학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할까? 잠시 머뭇거리던 C씨는 "솔직히 말해도 되나요? 당장은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그런데 장기적으론 크게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있어요"라고 말문을 열었다.

"취업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빚에 대한 강박감이 있었거든요. 저는 이 악물고 빚을 갚아냈는데, 주변엔 아직 반절도 상환 못 한 사람도 있어요. 대출받으면 상환을 우선해야 하잖아요. 그런데 주변은 맨날 돈 없다면서 여행 다니고, 아이폰 새로 나오면 사고, 여가에 쓰기 바쁘더라고요. 이자가 부담이 안 되니까 그런 거겠죠. 애초에 지금도 싼데, 세금을 이런 데까지 투입해야 하나 생각이 들어요."

그는 "대학생의 이자를 면제해 주는 것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다"라며 "최소한의 압박이라는 게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그걸 아예 없애주겠다는 건, 돈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모르게 되는 거죠"라고 말했다. 

#3. 학자금 대출 경험 없는 시민
서울 소재 대학에 다니는 20대 D씨는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을 활용해 학비를 납부한다. 아르바이트로 번 돈이면 충분해 따로 생활비 대출이 필요하지 않다. 두 명의 대학생 자녀를 둔 개인사업자 50대 E씨 또한, 국가장학금과 교내장학금이 나오고 있어 자녀의 학비 지출이 많지 않다.

이들에게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이 대학생에게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지 물었다.

"당연히 무이자면 이자 부담이 아예 없어지니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것 같아요." (20대 D씨)
"이자 없이 돈 빌려주면 당연히 좋은 거죠." (50대 E씨)


"1.7% 이자, 대학생에게 이미 큰 혜택"

D씨는 "근데 이미 이자가 1.7%로 낮은데, 무이자까지 하면 대학생 아닌 사람들의 반발이 있지 않을까요?"라고 되물었다. E씨도 "무이자까지 지원해 주는 게 맞는지는 의문"이라고 했다.

D씨와 E씨 모두 시중은행과 비교했을 때 1.7%의 이자는 이미 대학생들에게 큰 혜택이라는 생각을 밝혔다. 50대 E씨는 "1.7% 정도의 이자면 대학생에게 돈을 빌린 적당한 책임감을 부여한 것이다. 학생들도 본인이 빌린 돈의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자가 없으면 원리금 상환의 동기부여가 없지 않나"라고 덧붙였다.

"과연 실효성 있는 제도인가 의문이 들어요. 대학생 때 무이자로 대출받아서 그 돈 그대로 예금만 해도 은행 이자가 쌓여 이득이 되는데 이런 점을 악용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리고 내야 하는 돈이 있으면 더 빨리 취업하려고 노력할 것 같기도 해요." (20대 D씨)

"현재 8분위까지 학자금 대출이 가능한데, 사실 8분위면 1.7% 이자 정도는 감당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8분위 내의 학생 중 굳이 대출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무이자니까 대출받는 경우도 생길 수 있는데… 과도한 국가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수도 있고요. 그리고 대학생이 아닌 취약계층 청년들도 많은데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50대 E씨) 

이렇듯 '학자금 무이자 대출법'은 대학생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지만, 도덕적 해이를 유발하고 형평성에 맞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형평성에 대한 여러 논의

국민의힘은 "2023년 1학기 기준 8구간 경곗값인 월 1080만 원 소득의 가구도 학자금 무이자 대출 혜택을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보다는 저소득 가구나 자립 청년 등 취약계층 청년들을 지원하는 게 형평성에 맞다고 주장한다.

민주당은 월 소득 1천만 원은 (해당 가구의) 실질 소득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소득 인정액에는 근로 소득뿐만 아니라 보험·연금·차 등의 재산도 포함되어, 8구간의 실질적인 소득은 월 527만 원이라는 것이다.

이에 저널리즘과 정치커뮤니케이션을 연구하는 서울여대 정낙원 교수는 "복지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할 때 '필요'가 발견되면 지출되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다른 영역과의 '비교'에 집중하여 필요함에도 반대하는 논리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이런 논리로는 편성과 지출의 당위성을 가지는 복지예산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복지 예산 비율은 OECD 국가와 비교해 최하위 수준이므로 복지예산을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가 2023년 발표한 보고서 '우리나라 고등교육재정 확충 필요성, OECD 주요국과의 비교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인구 1만 명당 학생 수와 고등교육 이수율이 가장 높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공재원 투입액은 가장 낮다.
▲ OECD 주요국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공재원 투입액 비교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2023년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공공재원 투입액은 가장 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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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학생 1인당 고등교육 정부부담 공공재원 규모는 대한민국이 OECD 주요국에 비해 가장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는 "우리나라 국가경쟁력 및 대학교육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 고등교육 재정 확충을 위한 단계적인 재정투자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도 "청년과 교육 영역에서의 복지예산은 특별히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육은 사회경제적 수준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장벽을 낮추어 공정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적은 양의 지원이라도 가능한 사회가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태그:#학자금무이자대출법,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학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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