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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며 글을 쓰다보니 로스터가 되었습니다. 이야기를 섞어 커피를 내립니다. [기자말]
라테
 라테
ⓒ 언스플래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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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커피가 맛있으면 맛있는 라테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유가 섞이는 이유로 맛있는 커피가 맛있는 라테로 가는 길은 조금 다른 문제가 됩니다. 그런 이유로 '라테 맛집'이라는 표현도 따로 등장하게 된 것이겠지요.

커피도 그렇지만 언뜻 보기에 비슷해 보이는 우유도 꽤 다양한 맛을 갖고 있습니다.

A 브랜드는 우유의 단맛과 향이 강하고 B 브랜드는 짠맛이 조금 강합니다. C 브랜드의 경우 고소하다고 할 수 있는 지방의 맛이 어마어마하고요. D 브랜드는 약간의 발효된 요구르트와 같은 풍미가 있습니다. 이외에도 나열하자면 끝이 없겠죠. 그리고 각 브랜드의 카페용 우유도 같은 회사의 우유들과 맛이 조금씩 다릅니다.

혹시나 싶어 먹기 전 성분표를 찾아보면 브랜드별로 큰 차이가 없어 직접 제작자의 취향과 사용하고 있는 커피의 성격이 맞는지를 테스트해 보지 않으면 모르는 영역이 되곤 합니다. 그런 이유로 새로 매장을 준비하시는 분들이 아메리카노를 기준으로 원두를 고르시고 원하는 라테의 맛이 나오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일도 종종 있곤 합니다. 때로는 라테에 사용할 원두를 따로 준비하는 매장들도 있지요.

당연한 이야기지만 맛이나 균형감 같은 것은 취향의 영역이다 보니 비싼 우유가 각자에게 흡족한 맛을 보장해 주지도 않습니다. 한때 독특한 향과 고소함을 이유로 수입 멸균 우유가 인기를 끌었던 시기도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생기가 없다고 생각하거나 느끼하다는 표현을 쓰는 분들도 종종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자주 먹어온 우유들과 맛의 결이 다르니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맛있는 라란?

음료의 첫인상이 중요한 분들에게는 밀크폼의 부드러움이나 첫 모금에 들어오는 우유와 커피의 비율, 입안에 퍼지는 온도가 중요한 맛의 포인트가 되기도 합니다. 상대적으로 다 마시고 난 다음의 느낌이 중요한 분들도 계시지요. 이런 개인 취향의 변수들을 다 통제할 수가 없어서 오직 커피와 우유의 조합으로만 맛있는 라테를 생각해 본다면 기준은 크게 3가지 정도가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커피가 우유 위에 떠오르는 느낌의 라테가 있습니다. 이는 싱글오리진 에스프레소를 이용한 라테를 생각하시면 좋은데 우유 위에 향미와 산미가 살짝 얹어진 맛입니다. 흔히 신맛이 나는 라테를 이야기할 때 이와 같은 형태의 라테가 많고 신맛이나 향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전통적인 라테보다는 우유를 적게 담아 커피의 특징을 도드라지게 구성하곤 합니다.

두 번째로 우유와 싸워 이기는 커피들로 만드는 라테가 있습니다. 묵직하고 진한 커피의 맛이 우유의 무게감을 뚫고 나와 맛을 주장하는 것이죠. 보통 강배전 커피를 사용하던 시기에 많이 등장했었고 이렇게 맛이 강한 커피를 사용하면 넉넉하게 우유를 넣어도 커피의 맛에 모자람이 없어 포만감과 함께 큰 만족감을 줄 수 있습니다. 물론 그 안에서 좋은 균형감과 맛이 함께 해야 하죠. 때로는 주장이 넘쳐 설탕을 넣었나 싶을 정도로 풍부한 맛을 내기도 합니다.

세 번째는 커피와 우유가 착 붙어 음료의 맛이 바뀌는 인상을 주는 라테가 있습니다. 브라질 원두가 함유된 커피를 이용한 라테의 경우 우유와 만나 땅콩 계열의 재료를 넣지 않았음에도 마치 땅콩버터를 넣은 것 같은 맛을 내기도 하고 어떤 커피는 우유의 결을 헤치지 않으면서 혼연일체가 되어 자극적이지 않은 향미와 함께 부드러운 인상을 남깁니다. 이럴 때는 의외로 커피 맛이 안 난다는 이야기를 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런 은은함을 선호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선택의 어려움

흥미로운 부분은 각각의 장점이 드러나는 라테를 먹고 흡족할 때, 모두 라테가 맛있다거나 라테와 잘 어울리는 원두라는 표현을 쓴다는 점입니다. 방향성은 세 가지인데 언어는 하나로 정리되곤 하는 것이죠.

그런 이유로 매장에서는 본인의 취향과 방향성 그리고 방문하는 손님들의 의도를 잘 읽어야 합니다. 진하고 넉넉한 느낌, 향긋하고 선명한 느낌, 부드럽고 포근한 느낌 모두 각각의 좋은 맛이 있으니까요.

저는 거의 매일 아침 라테를 마십니다. 아침마다 마시고 싶은 라테의 느낌을 생각하며 커피를 완성하곤 합니다. 오늘은 우유 위에 얹어진 향긋한 형태였습니다. 그리고 이 좋은 느낌을 손님에게도 전하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하곤 합니다. 아마 이는 저뿐만 아니라 모든 커피 업계 분들의 마음일 겁니다.

그러니 커피를 고를 수 있는 매장을 방문하시는 경우 어떤 형태의 라테를 선호하시는 지를 말씀해 주시면 아마 즐거운 마음으로 커피를 추천해 드릴 겁니다.

꼭 즐거운 한 잔을 만나시길 기원하며 오늘의 글을 마칩니다.

태그:#커피, #카페라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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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볶고 내리고 마시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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