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5 13:27최종 업데이트 23.05.25 1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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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위치 및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5.15 ⓒ 연합뉴스

 
지난 15일 규모 4.5 지진이 강원도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에서 발생했다. 이 인근에서 4월 23일부터 5월 22일 한 달 동안 발생한 지진은 무려 61회로 1993~2022년까지 30년 동안 이 지역에서 일어난 지진 횟수(총 56회, 최대 규모 4.2)를 넘어섰다.

이번 지진이 현재까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은 '미지의 단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면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으며, 더 큰 지진 발생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동해에는 육지와 가까운 근해에 대략 남북 내지 북북동 방향의 대규모 단층인 후포 단층과 울릉 단층이 존재한다. 이번 지진은 이들 단층이 아닌 두 단층 사이에서 일어났으며 대략 동-서 방향으로 발생했다.

기상청은 지난 15일 전문가 회의를 통해 이번 동해안 지진이 횡압력에 의해 상반이 위로 올라간 단층을 일컫는 '역단층' 운동에 의해 발생하였으며 더 큰 규모의 지진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으나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발표하였다.

지속적으로 지진 발생
 
동해안에서는 오래전부터 지진과 해일에 의한 피해가 보고되어 왔다. 1521년 9월 24일 울산광역시 앞바다에서 추정 규모 5.0의 지진이 일어났으며 1630년과 1643년에 울진군과 울산광역시 앞바다에서 각각 추정 규모 5.5와 6.5~7.4 지진이 발생하였고 1643년에는 쓰나미도 발생했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681년도에도 양양군 앞바다에서 추정 규모 6.5의 1차 지진과 추정 규모 7.5의 2차 지진이 쓰나미와 함께 발생하였으며 경상북도 울진군 앞바다에서도 추정 규모 5.5와 6.4 지진이, 강원도 삼척시 앞바다에서 추정 규모 5.5 지진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이후에도 동해 지역에서 지진 발생이 보고되었다. 1963년 일본 기상청이 포항 먼바다(포항 앞바다 약 120km 지점)에서 규모 6.0, 6.2의 지진이 일어났다고 보고하였다. 이때 전국에서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그 이후 1974년 강릉 해역에서 규모 4.6의 지진, 1980년 울릉도 해역 북북서쪽 약 87km 해역에서 규모 5.2 지진, 1981년 포항 동쪽 약 65km 해역에서 규모 4.8 지진이 발생하였다. 1981년 지진 당시 부산을 비롯한 경남북 해안지방에서는 진동을 느낀 시민들이 대피하기도 했다.

그다음 해인 1982년 경상북도 울진 북동쪽 약 45km 해역에서 규모 4.7 지진이 발생하여 경북과 울진 지역 주민들이 자다가 깨어나 대피했다. 1996년 강원도 양양 동쪽 약 80km 해역에서 규모 4.2 지진이 발생하여 강릉, 동해, 양양 지역에서 다소 강한 흔들림이 감지되었다. 이 지진의 진앙은 2019년에 일어난 규모 4.3과 이번 5월에 일어난 규모 4.5 지진의 진앙 인근이다.

2004년과 2016년도에는 경북 울진 동쪽 약 80km 해역과 울산광역시 동구 동쪽 52km 해역에서 각각 규모 5.2와 5.0 지진이 발생하였고 앞에 언급한 바와 같이 2019년 4월 19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4km 해역에서 규모 4.3 지진이, 올해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9km 해역에서 규모 4.5의 지진이 발생하였다.

동해에 활성 단층 다수 존재
 
이처럼 동해안 일대에서는 최대 추정 규모 7.5 (역사 지진 추정치로 불확실성이 높음)의 지진을 포함 규모 4 이상의 지진이 지속적으로 발생하였다. 이는 동해에 활성단층이 다수 존재하고 있으며 향후 이들에 의한 지진과 쓰나미 피해가 동해안 지역에 발생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하지만 이들 지진의 원인에 대한 연구는 매우 미진한 형편이며 이들 동해안 해저 지진에 관한 정부의 연구 투자 또한 매우 적어 가까운 장래에 이들 해저 지진의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기란 불가능한 상태다. 이는 지진 피해에 대한 불안감을 더 높이고 있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해저 지진들은 태평양판과 필리핀판들이 각각 서쪽과 북서쪽으로 유라시아판에 밑으로 섭입(攝入)되면서 발생하는 힘에 의해 일어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한반도에서 보고된 지진들은 대체로 북동 내지 북북동 단층을 따라 일어난 것으로 알려져왔다.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km 해역에서 규모 4.5 지진이 발생한 15일 오전 서울 동작구 기상청에서 관계자들이 지진 발생 위치 및 진도 분석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2023.5.15 ⓒ 연합뉴스

 
하지만 남한에서 지진계 설치 이후 확인된 규모 5 이상의 지진들은 포항과 백령도를 잇는 지역에서 인지되었으며 대략 서북서 내지 북서의 방향성을 갖는다. 한반도에서 이 방향의 단층 또한 많은 곳에서 발견되나 이에 관한 연구는 아직 시작 단계이다.

내가 참여한 연구팀은 북동 및 북북동 방향과 관련된 지진은 12km보다 낮은 지역에서 기존 단층이 재활성되어 일어났을 것으로 추정하고 규모 5.0 이상의 지진은 12km보다 깊은 지역에서 새로이 생성되고 있는 단층에 의해 발생하였을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제기하였다.

이번 동해 단층의 진앙 분포가 대략 동-서인 점과 진원이 지하 32km인 점을 고려할 때 이번 지진도 기존 북동 내지 북북동 단층과 관련된 지진이 아닌 북서 내지 서북서 방향의 지진과 관련이 있을 수도 있어 이에 관한 연구가 향후 필요하다.

동해 지역 원전 어쩌나
  
앞에 언급된 동해 지역의 지진은 동해를 따라 구축된 원전 발전 시설에 큰 피해를 줄 수도 있어 관심이 더욱 집중된다. 과거 국내 원전은 규모 6.5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었으며 최근에 건설되거나 건설되고 있는 원전은 규모 7.0 정도의 지진에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하지만 앞에서 언급된 바와 같이 역사 지진 연구를 통해 그 주기가 몇백 년으로 길 것으로 생각되는 추정 규모 6.5~7.4 지진들이 보고되었으며 일부 학자들은 앞으로 한반도에서 규모 7.1~7.4의 지진이 일어날 수도 있음을 보고하였다. 또 원전이 설치된 한반도 동남부 일원에서 최근 연구를 통해 많은 활성 단층이 보고되었다.

이러한 사실들은 이번에 동해에서 발생한 지진들과 함께 동해 지역에 설치된 원전들이 위험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동남부와 주변 해역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발생한 지 약 380년이 지났으며 이는 한반도에서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확률이 높아질 수도 있음을 가리킨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주변 30~50km가 심각한 피해를 입었다. 국내 원전들이 부산이나 울산 등 대도시에서 30~50km 이내에 있으며 국내 원전 집적률이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것을 고려할 때 규모 6.5 내지 7.0 이상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부산과 울산을 포함한 경상도 지역의 심각한 피해와 함께 국가 전체가 심각한 경제 위기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앞으로 동해 지역의 해저 지진에 관한 연구를 활성화하고 이러한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원전의 내진 시설을 보강해야 하며 보강이 어려운 원전은 점차 폐쇄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최근 10년 사이에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는 재생에너지 가격이 전 세계적으로 각각 90%와 60% 감소하여 원자력 에너지보다 훨씬 경제적임이 확인되고 있다. 앞으로 이런 현상은 더 가속화될 것이다.

따라서 향후 원전 피해를 방지하고 좀 더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인 에너지 사용을 위해 점차적인 원전 폐쇄 정책과 함께 원전이 공급하던 전기를 대체할 수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이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021년 12월 29일 오후 경북 울진군 신한울 3·4호기 건설중단 현장을 방문, 탈원전 정책 전면 재검토와 신한울 3·4호기 건설 즉각 재개 등 원자력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진은 원전 피해뿐 아니라 2016년에 일어난 규모 5.8인 경주 지진과 2017년에 일어난 규모 5.4인 포항 지진과 같이 건축물에 큰 피해를 입힐 수 있다. 경주 지진은 포항 지진에 비해 지진 에너지가 4~5배 더 컸으나(지진 규모 1이 증가할 때 지진에너지는 약 30배 증가함) 포항 지역의 피해가 훨씬 더 컸다. 그 이유는 포항 지역 지반이 약해 지진파가 증폭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지진을 일으킬 수 있는 활성단층에 관한 연구와 함께 국내 혹은 각 지자체에서 지진 발생 가능성이 크고 지반이 약하며 인구가 집중된 지역을 선정해 이들 지역 내 내진 설계가 필요한 건물들을 체계적으로 조사하여 이들에 대한 우선적인 지진 대비 시설 및 정책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제한된 예산으로 가장 효율적인 지진 대비 정책이 시행될 수 있다. 전북도에서는 이와 관련된 초기 단계 연구 및 정책을 선도적으로 추진한 바 있다.
 
지진은 예측할 수 없으며, 따라서 지진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은 잘 준비된 지진 대책이다. 1989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일어난 규모 7.0 지진 당시 사망자가 50명이었던 것에 비해 2010년 아이티에서 일어난 규모 7.0 지진 때에는 사망자가 16만 명이었다. 이 사례를 통해 잘 준비된 지진 정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지난 10년간 한반도가 더 이상 지진에 안전지대가 아님이 확인되었으며 이번 동해  지진은 그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하게 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지진에 관한 연구와 지진 대비책은 매우 미진한 상태이다. 따라서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한 많은 연구 및 정책 개발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특히 해저 지진에 관한 연구 및 지진 피해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지역 선정에 관한 연구와 그에 근거한 체계적인 지진 피해 대응 정책 수립 및 시행이 필요하다.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전북대학교 지구환경과학과 명예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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