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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에서 잠시 기분전환 할 수 있는 재미난 곤충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보통 사람의 눈높이에 맞춘 흥미로운 이야기이므로 얘깃거리로 좋습니다. [편집자말]
강세황을 스승으로 모신 단원 김홍도는 이후 조선 화단에 큰 영향을 끼치며 새 시대의 물꼬를 열었다. 김홍도와 강세황의 만남은 18세기 조선의 일대사건이었다. 단원은 표암의 가르침과 추천을 받아 20대에 도화서의 화원으로 발탁되어 눈부신 업적을 쌓는다. 도화서는 나라에 필요한 그림을 수급하던 관청이었으며 여기에 소속된 화가를 화원이라고 한다.

불과 스무살에 화원이 된 김홍도는 영조 임금의 칠순을 축하하기 위한 행사에서 경현당수작도(景賢堂授爵圖) 병풍의 그림을 완성하며 정조의 총애를 받는다. 29세에는 영·정조의 초상화를 그리는 왕실 직속의 어진화사로 천하에 명성을 드높인다. 48세에는 충청도 연풍현감이 되었으나 3년만에 해임되어 행정력은 부족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홍도와 강세황은 처음에 스승과 제자 사이였으나 관청에 근무하면서 부터는 같은 길을 가는 동료였으며 노년에는 친구와 같은 감정을 느낀 평생의 인연이었다. 강세황은 표암고(豹菴稿) 단원기(檀園記)에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화가는 각자 하나의 분야만 능숙하지 모두를 잘 하는 능력을 겸비하지 못하다. 사능(士能, 김홍도의 자)은 못하는 것이 없다. 인물·산수·선불(仙佛)·화과(花果)·금충(禽蟲)·어해(魚蟹)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신묘한 경지에 들었으니...  이것은 옛 사람에게도 없었던 일이다... 이미 현세에 만족스러운 울림이 있으며 후대까지 말이 이어질 것이다."

민정수석으로 정조의 눈과 귀가 되다

단원은 화원으로 있으면서 정조의 눈과 귀가 되었다. 평소에 저잣거리에 나아가 보통 사람들의 살림살이를 그림으로 남기는 것을 즐겼던 그에게 어느날 정조가 명을 내린다. 18세기 조선을 개혁하기 위한 정조의 정치이념에 김홍도의 그림이 딱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그렇게 단원은 조선 백성들의 풍속을 정치적 필터링 없이 정조에게 올렸다.

안타깝게도 단원을 총애하던 정조가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고 김홍도에게 경제적 시련이 닥친다. 보통 사람처럼 생활에 구애를 받는 성격이 아닌데다가 건강마저 악화되면서 노년의 김홍도는 형편이 어려워진다. 지금까지도 정확한 사망 날짜를 알 수 없는 까닭이며 아마도 환갑을 넘은 뒤에 별세한 것으로 추측된다.

단원의 여러 수작중에서 황묘농접도(黃猫弄蝶圖)는 바위 틈새로 패랭이 꽃이 돋아나 자라고 그 옆으로 긴꼬리제비나비로 보이는 검은색 나비가 나풀대고 있다. 제비꽃이 핀 땅에는 노랑털 고양이가 고개를 한껏 젖히고 금방이라도 나비를 향해 뛰어오를 것처럼 자세를 취하고 있다.
 
연꽃과 잠자리를 묘사한 김홍도의 작품.
▲ 하화청정. 연꽃과 잠자리를 묘사한 김홍도의 작품.
ⓒ 공유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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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세황의 글에 김홍도의 그림이 어우러진 협접도(蛺蝶圖)에는 호랑나비와 왕오색나비, 큰멋쟁이나비가 나온다. 하화청정(荷花蜻蜓)은 한자 그대로 '연꽃과 잠자리'를 묘사한 작품이다. 
 
오방색이 어우러져 색동옷을 보는 듯 하다.
▲ 왕오색나비. 오방색이 어우러져 색동옷을 보는 듯 하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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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짝 피어난 분홍색 연꽃과 무르익기 시작하는 열매 위로 고추잠자리와 푸른색의 밀잠자리가 서로를 희롱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서식하는 잠자리는 120여 종이며 이중에서 밀잠자리류는 5종(밀잠자리, 어리밀잠자리, 중간밀잠자리, 홀쭉밀잠자리, 큰밀잠자리)이 산다.

하루에 2백 마리의 모기를 잡아먹는다

전 세계적으로 3000여 종이 넘는 잠자리는 실잠자리아목(Zygoptera)과 잠자리아목(Anisoptera)로 나뉜다. 전자는 날개를 접어서 갈무리할 수 있지만 후자는 그렇지 못하다. Anisoptera는 라틴어 Anisos(불균형)와 Pteron(날개)의 결합으로서 앞날개와 뒷날개의 크기가 달라서 붙여진 이름이다.

잠자리가 시속 60km로 빠르게 날 수 있는 비결은 앞뒷 날개를 교대로 움직여 떨림을 없애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날개 끝에 있는 계급장 모양의 네모난 연문(Stigma)이 불규칙한 진동을 제거하여 정지비행은 물론이요 후진비행도 가능하다.
 
비색 겹눈이 얼굴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 밀잠자리. 비색 겹눈이 얼굴의 절반을 넘게 차지한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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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리는 대략 얼굴의 2/3가 겹눈으로 이루어져있어 사냥감의 작은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다. 아울어 다리에 돋아난 가시털이 사냥감을 옭아매는 역할을 하므로 잠자리는 하늘의 날쌘 포식자로 활약한다. 나비와 나방, 파리류, 딱정벌레 같은 여러 작은 곤충을 잡아먹는 것은 물론이요 주식인 모기는 하룻밤에 200여 마리나 거뜬히 해치운다.
 
배 부분이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얗다.
▲ 밀잠자리. 배 부분이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얗다.
ⓒ 이상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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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체적으로 연한 남색의 밀잠자리 수컷은 성숙하면 배 부분이 밀가루를 뿌려 놓은 듯 하얗게 변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다. 영어권에서는 흰꼬리제비갈매기(White-tailed skimmer)라고 부른다. 암놈은 노란색 배에 끝이 검은색이라 차이가 난다. 몸 길이는 45mm 정도이며 4~10월까지 볼 수 있다.

턱힘이 강하며 심심치 않게 된장잠자리와 같은 다른 잠자리를 잡아먹는 동족포식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충과 학배기(잠자리 애벌레) 모두 적응력이 뛰어나 깨끗하지 않은 하천에서도 잘 살아간다. 수놈은 영역을 지키려는 본능이 강해서 돌이나 풀줄기, 나뭇가지 등에 앉아서 주변을 경계한다.

덧붙이는 글 | 해당 기사의 사진은 글쓴이의 초접사 사진집 <로봇 아닙니다 곤충입니다>의 일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태그:#김홍도, #밀잠자리, #왕오색나비, #강세황, #정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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