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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지 사람들에게 제주는 버려진 땅이었고 죄수를 보내는 유배지였다. 지금은 이익을 노려 자본이 몰려들지만 진정으로 제주를 위하는 이는 많지 않은 듯하다. 나 또한 제주 사람 눈에는 그렇게 비칠 수 있으리라. 그런 제주인의 한과 정서를 이해하려다 제주학에 빠졌고 도민이 됐다. 키아오라리조트를 운영하면서 제주가 진정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심이 되게 하겠다는 각오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을 설립했다. 제주는 오름의 섬인데 키아오라 바로 뒷산이 대수산봉이고 정상에는 봉수대가 있었기에 '수산봉수'라는 팻말을 발견하고 반가웠다. '수산봉수의 제주살이'는 제주학을 배경으로 내 일상에 사회적 발언을 실어 보내는 글이다.[기자말]
한국언론학회 2023년 봄철 학술대회가 5월 19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다시,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언론학’이란 표어를 내걸고 열렸다.
▲ 언론학회가 열린 신화월드  한국언론학회 2023년 봄철 학술대회가 5월 19일 제주 신화월드에서 ‘다시,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언론학’이란 표어를 내걸고 열렸다.
ⓒ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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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하지도 않은 학회에 참석한 이유

"한국은 대부분 대학이 언론 관련 학과를 두고 언론윤리도 가르치고 있는데 한국언론의 신뢰도는 왜 세계 꼴찌 수준일까요?"

지난 19일 서귀포시 신화월드에서 열린 한국언론학회 봄철 정기 학술대회에서 내가 발제하면서 던진 말머리다. 발표 주제는 '인문학을 배워야 언론윤리가 생긴다: MBC저널리즘스쿨과 한미리스쿨의 실험'.

사실 나는 한국언론학회 회원도 아닌데 이번 학술대회에서 내건 전체 표어가 "다시, 언론의 자유와 책임 그리고 언론학"이었기에 대주제 세션의 첫 번째 발표자로 초청돼 언론의 책임과 관련한 교육현장의 경험담을 나누게 된 것이다.

내가 언론학회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는 제천 시골에 한국 최초 정규 저널리즘스쿨을 정착시키려면 연구가 아니라 교육에 '올인'할 수밖에 없다는 절박함 때문이었다. 교수들에게도 연구보다 교육에 집중해줄 것을 부탁했고, 세명대 당국에는 교수 평가 때 연구실적 부담을 덜어줄 것을 요청했다.

'침묵의 카르텔'이 될 수도 있는 학회 활동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한국언론 현상에 대한 대토론’ 발제를 마치고, (오른쪽부터) 홍경수 대회 조직위원장, 이봉수 발제자,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이봉수 발제자와 홍경수 조직위원장 한국언론학회 학술대회에서 ‘한국언론 현상에 대한 대토론’ 발제를 마치고, (오른쪽부터) 홍경수 대회 조직위원장, 이봉수 발제자, 정길화 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장이 기념 사진을 찍었다.
ⓒ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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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방져 보일 수 있겠지만 나는 언론학회뿐 아니라 다른 학회와 중견언론인 모임인 관훈클럽 등 기자 단체에도 일절 가입하지 않았다. 학회와 단체는 순기능도 있지만, 학회나 단체 활동으로 자주 만나는 것은 극심한 연고주의 사회에서 자칫 서로 비판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 속으로 들어가는 통로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신뢰도 세계 꼴찌 수준으로 전락한 한국 언론의 위상은 학회와 언론단체들에도 큰 책임이 있다고 본다. 언론피해구제법 제정 등 언론개혁 국면에서는 한국언론학회 일부 전임 회장단이나 언론노조·기자협회 대표들과 정면으로 맞섰다. 2021년에는 칼럼기고, 방송출연, 토론회참석, 국회전문가진술 등으로 40여 차례 동분서주했다.

잘 아는 교수 중에는 전화나 메시지로 응원해주는 이도 꽤 있었다. 내가 "응원만 하지 말고 당신도 좀 쓰라"고 하면 "안면 때문에 쓰기 어렵다"고 했다. 결국 언론개혁은 공고한 정-언-학 기득권동맹 앞에서 무산됐다. 운용은 잘못되고 있지만 몇 가지 제도나마 도입한 검찰개혁에 견주면 한 발짝도 떼지 못한 게 언론개혁이었다. 마지막으로 문재인 대통령마저 그들 편을 들어 언론개혁법안이 폐기됐을 때는 좌절감이 너무나 커 꽤 오랫동안 견디기 힘든 시간을 보냈다.
    
"교육은 내게 남은 마지막 언론개혁 수단"

그런데도 이번 학회에 참석한 것은 제도에 의한 언론개혁이 좌절된 뒤 미디어교육이 내게 남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생각해 온 힘을 기울이고 있던 중 학회가 관심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홍경수 학술대회 조직위원장이 발제를 부탁할 때 거절하지 못한 또 하나 이유는 학회 장소가 내가 사는 제주도였기 때문이다. 육지에 연고가 많은 사람이 '제주살이'를 하면 장단점이 있다. 장점 하나는 어쩔 수 없이 참석해야 하는 자리를 피하는 핑계가 돼 길지 않을 여생에 시간이 많이 절약된다는 거다. 그런데 이번처럼 제주에서 행사를 하면 그 핑계가 통할 수 없다.

MBC스쿨과 한미리스쿨이 교양에 집중하는 이유
 
MBC저널리즘스쿨 교양특강은 예술 등 인문사회학 전 분야를 섭렵한다. 허효정 강사가 영화 <오만과 편견>에 삽입된 음악을 들려주며 클래식 음악사를 강연하고 있다.
▲ MBC저널리즘스쿨 교양특강  MBC저널리즘스쿨 교양특강은 예술 등 인문사회학 전 분야를 섭렵한다. 허효정 강사가 영화 <오만과 편견>에 삽입된 음악을 들려주며 클래식 음악사를 강연하고 있다.
ⓒ 정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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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는 MBC저널리즘스쿨과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의 설립 취지, 교과내용, 성과와 한계 순서로 했다. 내가 주도적으로 교과과정을 설계한 이들 스쿨이 우리나라 모든 대학 언론 관련 학과나 다른 저널리즘스쿨과 차별되는 지점은 교양교육에 집중한다는 것이다.

방송문화진흥에 노력해온 방송문화진흥회와 언론의 공공성 제고에 힘써온 MBC가 참담한 언론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식 직업학교이면서도 교육역량의 절반 이상을 교양교육에 투입하는 MBC저널리즘스쿨을 설립한 것이다. 2022년 초에 개원한 이 스쿨은 아예 '교양 중심 MBC저널리즘스쿨'임을 표방한다. 한국 언론의 신뢰도가 세계 꼴찌 수준으로 추락한 이유를 교양과 분리된 기능교육의 비극이 언론 현장으로 전가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균형 잡힌 가치관을 형성하지 못한 채 저널리즘의 기본도 배우지 않고 언론사에 들어가 선배들의 잘못된 보도관행과 문장, 심지어 가치관까지 닮아가는 게 한국 언론인 양성∙충원∙재교육 과정의 핵심 오류입니다. 가치관이 흔들리니 저널리즘의 표준보다 자기 회사 논조를 더 중시하고 팩트 왜곡도 서슴지 않습니다. 글이 안 써지는 근본원인도 교양과 분리된 글쓰기 교육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독일에서 논의된 교양(Bildung)의 개념은 '만들다' '형성하다'를 뜻하는 독일어 'bilden'에서 왔다. 정신적으로 미숙한 개인이 사회 속에서 성숙하는 과정이다. 학문을 통한 교양의 형성은 훔볼트에 의해 베를린대학의 건학이념이 됐다. 한편으로 헝가리 미학자 루카치(Lukács)는 기존 교양 개념이 개인의 사회화와 순응에 치우쳤다며 사회와 심각하게 갈등하고 그 대립의 변증법적 발전과정에서 진정한 의미의 교양을 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런데 우리 언론 교육은 교양을 소홀히 하니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청년들이 기자와 PD가 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언론교육은 학부에서 교양을 충분히 쌓은 사람을 대학원 과정에서 가르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유럽에서 '강의'는 원래 '책을 함께 읽고 교양을 쌓아주는 것'이었다. 독일에서 '강의한다'는 말은 '독해한다'(lesen)는 말이고, 영국에서 교수는 대부분 '책 읽어주는 사람'(Lecturer, Reader)으로 불린다. 옥스퍼드∙케임브리지 등 영국 대학이 신사 양성을 위한 교양공동체로 발전해왔다면 미국 대학은 기능 교육에 힘써왔다. 사회과학 분야에서 로스쿨, 비즈니스스쿨, 저널리즘스쿨의 3대 스쿨을 발전시킨 나라도 미국이다. 그런 미국은 한국과 더불어 언론 신뢰도 조사에서 선진국 중 꼴찌 근처를 맴돈다.

기능교육에 치우친 미국과 한국의 비극

"기능에 치우친 미국 교육의 문제는 교양을 소홀히 해 비판적 지성이 양성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미국을 국가 표준으로 삼은 우리 교육 시스템에서 최상위 학생을 휩쓸어간 법과대학, 특히 서울법대 출신 상당수가 독재와 국정농단의 1급참모가 되고 사법농단의 주역이 된 것은 고시과목만 열심히 공부하면 되는 법조인 양성 제도의 당연한 결과가 아닐까요? 유수 대학 경영학과 출신 상당수가 재벌 편법경영의 하수인이 되고, 명문대학 언론학과 출신 상당수가 한국언론을 망친 주역이 됐던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2022년 초 제주 성산읍 키아오라리조트에 한미리스쿨을 설립한 것은 언론개혁의 좌절과 언론인교육의 한계를 극복하려면 시민을 위한 미디어 교육에 힘써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기 때문이다. 국가의 역할이 위축된 고도자본주의 사회에서 그나마 자본을 움직이는 힘이 남아있는 세력은 소비자뿐이다. 뉴스 공급자가 아닌 수용자 위주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통해 수용자가 미디어 공급은 물론 매체 비평과 선별소비하는 능력까지 길러주면 대형 미디어도 바뀔 수밖에 없으리라 믿는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지금도 정부 산하기관과 단체, 학교에서 꽤 많이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권에 따라 정치적 편향성이 강요되는 등 한계 또한 분명합니다. 미디어 관련 교수와 교사 중에도 미디어를 매일 모니터링하고 균형잡힌 시각으로 교육할 수 있는 이는 드문 형편입니다. 정권 교체와 상관없는 민간 베이스 리터러시 교육·연구 기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는 다양한 매체를 이해하고 메시지를 평가하고 소통하고 생산하는 능력이며, 이것이야말로 미디어 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갖춰야 할 '최고의 능력'이다. 우리 국민의 한글 문맹률은 대단히 낮아졌지만 가짜뉴스가 난무하는 환경에서 실질적인 '미디어 문맹률'은 오히려 급등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미디어와 관련된 읽기·듣기·보기·쓰기·말하기와 콘텐츠 제작 능력을 기르는 것을 포괄한다.

한미리스쿨의 다섯 가지 특이점
 
왼쪽에 ‘초집중 언론인 양성과정’ 기숙사로도 활용된 키아오라리조트 객실, 오른쪽에 한미리스쿨 강연장 등으로 쓰이는 카페가 조금 보인다.
▲ 키아오라리조트와 한미리스쿨 왼쪽에 ‘초집중 언론인 양성과정’ 기숙사로도 활용된 키아오라리조트 객실, 오른쪽에 한미리스쿨 강연장 등으로 쓰이는 카페가 조금 보인다.
ⓒ 이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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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리스쿨이 내세우는 특이점(Singularity)은 다섯 가지다. 첫째, 교양 교육에 '올인'한다. 둘째, 무료 강연을 원칙으로 한다. 원하는 가족여행단은 물론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임직원, 안산 꿈의교회 청년회, 원주 반계초등학교 수학여행단 등에는 무료 강연을 했다. 다만 뉴스타파저널리즘스쿨 연수생들처럼 여러 개 강연을 요청하는 데는 최소한의 강연료를 받았다.

셋째 '교양공동체'로 운영한다. 한국의 논객이나 교수, 언론인이나 예술인 중에 한미리스쿨의 취지에 찬동한다면 우리 교육과정에 참여할 것을 제안한다. 아직 강의동이 지어지지 않아 당장 여러 강좌를 개설할 수는 없지만, 좋은 강연 주제를 갖고 있다면 강사진으로 초빙하겠다는 것이다. 강연 내용과 시간, 수강생수에 따라 강연료를 지급해야 되겠지만, 당장은 키아오라리조트에서 가족이 한동안 무료로 숙식할 수 있다는 조건만 내걸었다. 그런데도 PD 출신인 장해랑 전 EBS 사장 과 김동민 교수가 '초집중 언론인 양성과정'에 참여해주었다.

넷째, '북스테이' 공간을 마련한다. 독서와 토론, 글쓰기 강좌도 교양교육의 일환이다. '다 아는 국어를 왜 배우느냐'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프랑스·영국·독일 등 선진국일수록 국어 교육에 힘쓰는 이유는 모국어야말로 교양을 형성하고 감성을 길러주는 '필수도구'라 믿기 때문이다. 현재 원래 주인과 공동경영하고 있는 키아오라리조트에도 카페가 있어 강연과 워크숍 등을 하고 있지만, 숙소 옆 공터에 강연장과 '북스테이' 공간이 4층 규모로 들어서게 된다. 수강생은 물론 투숙객 가족도 책을 읽고 밤에는 영화도 볼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된다.

다섯째, 휴식과 지식여행을 겸하는 '그랜드 투어' 장소로 활용한다. 18세기 영국에서는 바이런 같은 지식인들이 귀족 자제들을 모아 유럽을 여행하며 역사와 문화를 배우는 '그랜드 투어'(Grand Tour)가 유행했다. '이야기의 보고, 제주'란 이름으로 강연자료(PPT)를 만들었는데 키아오라리조트와 한미리스쿨이 제주에서 싼 비용으로 휴식과 지식여행을 할 수 있는 거점이 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차등원칙' 적용한 언론인 양성과정 선발

한미리스쿨 '제1기 초집중 언론인 양성과정'은 지난 1월말부터 1개월간 수강료는 물론 숙식도 무료로 제공하는 기숙학교로 운영했다. 무료 과정을 만든 이유는 한국 언론 지형의 우편향이 언론인의 출신 배경에 많이 좌우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의 명문대 출신들이 주요 언론사 입사를 과점하는 것은 학벌주의와 서울중심주의에서 비롯된 바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언론고시' 준비단계부터 입사와 승진까지 혜택을 입습니다. 이런 언론인 양성·충원과정에 '반역'을 꾀하는 곳이 바로 이 과정입니다."

이 과정은 '평등 원칙'과 '기회 균등 원칙' 말고도 존 롤스가 강조하는 '차등 원칙'을 적용했다.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약자에게 이익이 돌아갈 때만 적용한다'는 건데, 학력·나이 제한이 없을 뿐 아니라 지방대학과 저소득층 출신, 장애인에게는 수학능력만 있다면 오히려 가점을 주었다.

학교 서열에 의한 '기득권 재생산'에 그리 넉넉지 못한 내 사재를 들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MBC저널리즘스쿨 1기생을 뽑을 때도 전문대 출신 1명을 합격시켰는데 지금은 좋은 언론사에 입사해 일을 잘하고 있다.

'27학점 수련'을 한 달에 끝내는 초집중과정
 
한미리스쿨 ‘초집중 언론인 양성과정’ 학생들이 PPT를 활용한 강연을 듣고 있다.
▲ 무료 언론인 양성과정 한미리스쿨 ‘초집중 언론인 양성과정’ 학생들이 PPT를 활용한 강연을 듣고 있다.
ⓒ 고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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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강료는 빼고 숙식비만 하더라도 10명 교육에 2천만원쯤 소요되는 고비용 기숙학교(Boarding school)로 운영하는 이유는 강연할 내용이 방대할 뿐 아니라 기숙을 함께해야 진정한 교양교육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서원과 옥스퍼드·케임브리지대학의 제도를 본뜬 것이다. 산업 경쟁력 등이 미국에 크게 밀리는 상황에서 영국이 교육 분야만은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비결은 기숙학교와 결합된 튜토리얼(Tutorial) 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한미리스쿨 '언론인 양성과정'은 하루 4~6시간 강연을 듣고 나머지 시간도 토론·취재·글쓰기·과제작성을 해야 한다. 사흘에 한 권씩 책을 읽고 독후감도 제출해야 하니 학생들은 온종일 공부에 몰입할 수밖에 없었다. 휴일 없이 총 400시간 이상, 시간수로는 27학점쯤 되는 수련을 한 달 안에 마치는 한국 최고 초집중(ultra-intensive)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 과정은 3개 세션, 곧 '유혹하는 글쓰기' '언론의 자유, 언론인의 책임' '한국사회 이슈탐구'로 구성되는데, 모두 인문사회 교양 강연을 글쓰기로 연결하는 신개념의 저널리즘 강좌다.

MBC저널리즘스쿨과 한미리스쿨의 학생들 만족도는 대단히 높다. MBC스쿨 1기생은 지난해 2월에 26명이 입학해 9월에 수료했는데 연말까지 벌써 지상파 3사와 CBS를 중심으로 21명이 취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만족도 높지만 숙식비용 조달이 관건

한미리스쿨은 '차등원직'을 적용해 가점을 준 덕분에 심장병을 앓아온 학생 등 장애인이 몇 명 합격했다. 심장병을 가진 학생은 제주로 오는 용기를 내지 못했지만 우울증 증세가 있던 학생들은 힘든 성취를 이룬 뒤 "병이 다 나은 것 같다"며 밝은 표정이 돼 나갔다.  

두 스쿨의 한계도 분명히 있다. MBC스쿨은 방문진의 부속기관처럼 돼있으니 교육기관으로서 독립성이 부족해 정치에 휘둘릴 수 있다. 좌우에 치우치지 않고 균형 잡힌 시각에서 교양과 저널리즘의 표준을 가르칠 교수진의 안정성이 중요한데 그걸 어떻게 확보하느냐는 문제도 관건이다.

또 교양 교육을 많이 받는다 해서 수료생이 이른바 '기레기'가 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세명대에서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장으로 일한 12년간 스스로 교양교육을 책임졌고 250여명이 주로 언론계에 진출했는데, 그중에는 저널리즘의 표준에서 심하게 일탈한 제자가 나와 상심하기도 했다. 숫자는 극소수였기에 교양교육의 효과는 컸다고 믿는다.

기숙학교로 운영되는 한미리스쿨 언론인 양성과정은 경비가 문제다. 수료식 때 학생들은 교수진보다 90끼 밥을 해댄 '사모님'에게 더 깊이 감사했다. 원래 키아오라리조트에서 나오는 수익금을 한미리스쿨에 투입할 계획이었지만 지금은 제주 관광업계가 극심한 불황이어서 리조트 자체가 큰 적자를 내고 있다. 육지에서 외부강연 등을 통해 버는 돈으로 적자를 메우면서 한미리스쿨을 운영할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패널 토론에서도 거론됐지만 쉽게 확산할 수 있는 모델은 아니다.

덧붙이는 글 | 시민언론 <민들레>에도 실립니다


태그:#한국언론학회학술대회 , #MBC저널리즘스쿨,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한미리스쿨, #키아오라리조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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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제주 키아오라리조트 공동대표,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한미리스쿨) 원장, MBC저널리즘스쿨 교수(초대 디렉터)로 일하고 있습니다. 글쓴이는 조선일보 기자, 한겨레 경제부장,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초대원장(2008~2019), 한겨레/경향 시민편집인/칼럼니스트, KBS 미디어포커스/저널리즘토크쇼J 자문위원, 연합뉴스수용자권익위원장 등을 역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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