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차 오이 농부 김수연(50, 동탄) 씨가 오이 관련 책을 냈다. 에세이 <채록 ; 채소를 기록하다>다. 경기 화성 지역 출판사 백조에서 4월 17일 초판 1쇄를 발행했다.
남편과 오이 농사를 짓던 김수연씨가 책을 내게 된 계기가 궁금했다. 지난 9일 평택 서탄면 내천리에 위치한 그의 오이 농장 '채록'을 찾았다. 농장은 화성시 향남과 오산시 사이를 접한 평택에 위치해 있었다. 농장 문을 들어서자 녹색으로 가득 찬 오이밭과 농장 한편에서 낮잠 자는 고양이가 보였다.
"어서 오세요. 작업하면서 인터뷰해도 되죠?"라며 김수연씨가 기자를 맞이했다. 그는 오이를 크기별로 분류해서 상품을 박스에 넣고 테이핑을 한 이후 옮기는 작업을 하며 기자의 인터뷰에 응했다. 이제 막 50살이 됐다던 그의 건강이 염려됐다.
"허리는 괜찮으신가요? 손목이랑?"
"일 년에 몇 번씩은 삐끗해서 누워있어요."
김수연씨는 생계를 위해 논농사에서 하우스 농사로 갈아타는 과정에서 오이 작물을 선택했다. 오이 농사를 지으며 아이들을 기르고 대학을 보낸 지 십여 년이 지났다.
그리고 2021년부터 글쓰기 모임을 통해 시작한 글을 모아 <채록 ; 채소를 기록하다>라는 에세이집을 냈다.
그의 책 출판 소식에 주변에선 하나같이 '대단하다'라고 말했다. 농사를 짓고 살림도 하려면 24시간을 쪼개서 써야 겨우 가능할 것 같은데 책까지 내다니.
'대체 글은 언제 썼어요?'라고 묻자 그는 "잠자기 전이요"라며 웃었다.
지난 4월 17일 발간된 책 <채록>에는 공동체 기운이 듬뿍 들어 있다. 코로나가 정점을 찍던 2021년, 김수연씨는 동탄 지역 그물코 카페에서 '아카이빙랩 궁쓰궁쓰' 모임을 만들어 글쓰기를 시작했다.
"그물코에서 만난 친구들이 많은 도움이 됐어요. 농장일이 바빠서 일손이 부족할 때 요청하면 새벽에도 도와주러 와요."
끝으로 김씨에게 '오이는 무엇이고, 글쓰기는 어떤 의미인가요?'라고 물었다. 그는 "오이는 생계고, 글쓰기는 위안이에요"라고 답했다.
"물과 햇빛만 있으면 어떻게든 기댈 곳을 찾는 오이처럼 우리도 스스로 기댈 곳을 악착같이 찾아내고야 말 것이다. 어렵다고 피하지 말고 당당히."
글쓰기가 김수연씨의 기댈 곳이 아니었을까. <채록> 에필로그에서 "농부가 되는 줄도 모르고 농부가 되어 농부가 아닌 척 살다가 오이 덕분에 진짜 농부의 꿈을 키우게 됐다"라고 고백한 것처럼.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화성시민신문에도 실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