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9 05:15최종 업데이트 23.05.19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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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문재인 정부 국정운영 참여자들의 모임인 <포럼 사의재>와 함께 윤석열 정부 출범 1년을 맞아 정치, 경제, 사회, 외교안보 전 영역에서 윤석열 정부를 집중진단하고,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자 공동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총 열 세 편의 글을 게재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그 열세 번째로 외교입니다. [편집자말]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4월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서 '자유를 향한 새로운 여정'을 주제로 연설한 뒤 조셉 나이 하버드대 교수와 대담 중 발언을 듣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정상외교란 한 나라의 이익을 확보하기 위한 최고의 외교행위일 뿐만 아니라, 이를 지켜보는 국민에게 국가에 대한 자부심을 주는 중요한 국정행위이다. 정상의 해외순방을 성공적으로 마치기 위해서 외교부의 사무관과 대통령실의 행정관부터 관련 부처의 장·차관, 대통령까지 하나하나 정성을 들여야 하는 시간이 요구된다. 정상외교는 국익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모든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대통령 전용기 내에 탑승한 언론인, 경호, 정부의 관련 공무원들은 녹초가 되어 대부분 깊은 잠에 빠져 버린다. 적어도 내가 경험했던 해외순방은 그랬다.


그런데 취임 1년차를 맞은 윤석열 정부의 외교는 뭔가 달랐다. 대한민국의 외교가 이렇게 불안하고 조마조마한 때가 있었을까? 대통령의 해외순방 때마다, 대통령이 의전과 언행에서 실수하지 않을까 국민들이 이토록 걱정을 많이 한 적이 있었을까? 그것도 모자라 대통령의 거친 말들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던 적이 있었을까? 온 국민이 "바이든", "날리면", "X팔려" 등을 듣고 청각 테스트를 강요받아야 했다.

대통령 전용기에 일반인이 탑승한 경우도 있었다. 동맹을 훼손하는 악의적 보도를 했다면서 비판 언론을 꼭 짚어, 대통령 전용기 탑승을 불허하기도 했다. 조문외교에 나서서는 문상을 생략하기도 했다. 국민은 다른 나라의 정상들이 격의 없이 서로 대화하는 화면 속에 우리나라 대통령과 영부인이 홀로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아야 했다. 물론 그 그림이 그날 만찬의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게 믿어야 한다. 첫해여서 이런저런 실수가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기본적인 실수는 시간이 지나갈수록 사라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윤 정부에서 사라진 외교의 기본정책

대한민국의 외교는 기본적으로 한반도 외교를 중심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6.25 전쟁 이후 우리는 분단질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평화를 구축하기 위한 외교전략을 각 정부가 나름의 방식으로 추진하였다. 특히 민주화와 탈냉전 이후 정부마다 나름의 방식은 달라도, 우리나라의 외교안보 정책의 큰 줄기는 일맥상통했다. 그것은 바로 '안으로는 외교·안보 역량을 키우고, 밖으로는 위협을 줄이는 전략'이다.

주변국과의 협력 외교를 통해 한반도의 정세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대한민국 역대 정부의 기본정책이었다. 노태우 정부의 북방정책, 김대중 정부의 포용정책, 노무현 정부의 동북아균형자론, 이명박 정부의 신아시아 정책,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정책, 그리고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와 신남방정책은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인식하되, 중국과는 전략적으로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북방지역(예 :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 우리의 경제력과 외교력을 투사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우리나라의 외교에 주요한 플랫폼이었다.

하지만 윤 정부는 한미동맹 편중에 확장억제 강화라는 명분으로 대미외교에 과도하게 편중된 전략을 구사한다. 이로 말미암아 대북 관여 정책은 중단되었다.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로 한중관계의 정무적 긴장도는 매우 높아져, 양국의 경제협력 전통은 불확실성이 커졌다. 동남아 지역의 우리 고유의 협력외교는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그 이름을 달리하여 일본과 차별성을 찾을 수 없다. 우리나라의 지역정체성인 아시아, 태평양은 사라지게 되었다.

윤 정부의 대북정책이라는 "담대한 구상"은 그야말로 구상단계에 머물고 있어 이행조차 못 하는 상황이 되었다. 아마도 통일부 직원들은 매우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다. 북한의 도발(미사일 및 유인기 도발)에 대한 대응은 미숙하였고, 오히려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 논란을 국내적으로 확산시켰다. 마치, 상대방이 폭주운전을 한다고 나의 안전벨트를 풀겠다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는 듯한 모습이다.

이번 정부에서 남북 간의 의미 있는 대화를 기대할 수 있을까.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능력을 확장억제로 '억제' 할 수 있을까. 과연 이 확장억제로 한반도의 평화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을까. 단절된 관계 속에 서로에 대한 원한과 증오는 더욱 커질 것이다. 그 깊어진 반목을 회복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워싱턴 조야에서 들려온 윤 정부 향한 볼멘소리
 

미국을 국빈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4월 26일(현지시간) 워싱턴DC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 연합뉴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이 빈번하자, 대통령부터 공개적으로 "1년 안에 마음만 먹으면 핵무장을 할 수 있다"는 독자 핵무장과 같은 정책담론을 생산하였다. 이러한 극단의 논리는 핵은 핵으로만 막을 수 있다는 인식을 드러낸 것인데, 마치 1990년대 중반 북한이 생산·유포했던 핵무장 정당화 논리와 유사하여 당황스럽기까지 하다.

이러한 비이성적인 담론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 내 굳건히 유지하고 있던 한국의 국제적 신뢰도를 하락시켰다. 워싱턴 조야에선 '도대체 한국의 보수정부가 왜 한미동맹을 신뢰하지 못하는가?', '얼마나 억제 공약을 해줘야 한국이 미국을 불신하지 않을까'라는 볼멘소리가 들릴 정도다. 이쯤 되면, 한미간 정책과 인식에서 균열이 걱정될 정도다.

급기야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윤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의 결과로 나온 '워싱턴 선언'에 "윤 대통령이 NPT와 한미원자력협정을 준수하겠다"고 공개적으로 약속해야 하는 상황까지 연출되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억제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서는 중국과 러시아와의 협력이 필수임에도 윤 정부 들어 한-중, 한-러 관계는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물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100% 비판과 비난의 대상이다. 하지만 이 전쟁이 끝나고 나면 러시아와 전략적으로 협력해야 하는 우리의 지정학적 운명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일본은 사할린을 통해 러시아의 LNG를 수입하는 상황이어서, 대러시아 관계에 완급을 매우 세밀하게 조절 중이다. 우크라이나 키이우를 방문한 기시다 총리는 일본의 지원이 인도적 분야에 국한될 것이라고 명확히 못 박는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해외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쏟아 내었다. 푸틴 대통령까지 한국이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지원하는 행위에 대한 경고성 발언을 한 것을 보면, 지금은 러시아와의 관계에 대해 장기적으로 전략적 고민을 해야 할 시기다. 

흔들리는 한중관계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어렵다. 아무래도 한미동맹 위주의 외교안보 정책이 한미일 안보 협력 구도로 이어지다 보니, 중국은 매우 민감하게 우리나라를 주시할 것이다. 문제는 "자유"라는 가치외교를 앞세우다 보니, 우리의 외교가 미국의 진영외교에 깊숙이 들어가게 된 것이다. 당연히 실리와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한중관계의 전통은 흔들리고 있으며, 3연임을 시작한 시진핑 정부는 윤 정부에 대해 매우 높은 의구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욱이 미국조차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미국식 보호무역 산업정책으로 한국 경제의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에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은 명확하다. 이럴 때일수록 중국과의 신뢰는 매우 중요한 과제가 되었고, 윤 정부가 한중관계의 신뢰를 어떻게 회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사실상 미국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 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서 획기적이거나 창의적인 국익 창출을 기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편으로 윤 정부가 자유 연대 가치 외교를 강조하고 있지만, 미·중 경쟁 시대에 자국의 이익 확보를 위해 주요국의 균형 외교 노력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급기야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은 유럽과 프랑스의 자주적 외교의 중요성을 강조하였으며, 독일 숄츠 총리는 대중국 경제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빈살만 왕세자는 민주주의를 전면에 내세운 미국의 진영외교에 불편함을 느낀 나머지 중국과 원유 거래를 위안화로 시작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은 중국과의 무역을 자국 화폐로 시작하기로 합의했으며, 인도 모리 총리는 코로나19 이후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움에 봉착한 '글로벌 사우스'를 대변하며 강대국들의 지원을 요구하고 나선 마당이다.

남과 북의 날선 무력시위가 일상화된 불안한 한반도 안보상황 속에서, 미국과 중국의 선택적 진영화가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와 국력이 비슷한 국가들의 실리외교가 지향하는 바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의 동맹 의존, 동맹 과신
 

윤석열 대한민국 대통령이 2023년 4월 26일 워싱턴 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열린 국빈만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켜보는 가운데 노래를 부르고 있다. ⓒ UPI=연합뉴스

윤 정부는 동맹 의존과 동맹 과신의 심리와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정보기관의 도청문건 공개 당시, 국민은 국가 안보와 관련된 깊은 논의가 오가는 대통령실이 도청되었는지, 미국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도 도청되고 있는지 등을 걱정하며 합당한 해명과 조치를 요구하였다. 하지만 정부는 국빈 방문을 의식한 듯 "사과 요구 않겠다", "상당수 위조", "미국 당국자들이 곤혹스러워하고 미안해했다" 식의 상식과는 다르게 대응하였다.

국민이 원하는 건 한미동맹의 본질적 가치인 상호신뢰에 대한 문제 제기를 단호히 하는 정부였지만, 윤 정부는 언론과 야당을 압박하며 이 문제를 넘기기에 급하였다. 서로 도움주고 도움받는 한미관계를 지향했던 문재인 정부 시대와는 완전히 다른 인식이다. 미국 맹신이 너무 강하여 오히려 윤 정부에 대한 미국 조야의 평가가 높지 않은 현실을 볼 때, 이 또한 아이러니하다.

미국은 대한민국 대통령의 국빈 방문을 충분히 예우해주면서도 자신들이 원하는 것은 충분히 획득하는 전략으로 이번 한미동맹 70주년 국빈 행사를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인들의 시각에선 동맹 70주년을 기념하는 '잔치'를 통해 밀착된 한미의 모습을 한국과 미국의 국민, 중국과 러시아 그리고 북한에게 시현하였다. 중국이 반발하였고, 러시아는 주시하였다. 일본은 윤 대통령이 한미일 협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연설하였을 때 만족하였으며, 북한은 워싱턴 선언에 맹비난을 쏟아내는 상황이다.

한미일 협력은 협력대로 진행하면 될 것을, 한일 간의 쟁점 사항인 '강제동원 배상' 문제를 "대승적 결단"으로 해결(?)해 버려 삼권분립을 교란하였다. 대법원의 판결이 일본 전범기업의 배상과 사과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대신 변제해 준다는 소위 3자 변제 방식으로 일본의 주장을 사실상 수용하는 결과가 우리 앞에 등장하였다. 대한민국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해야 하는 행정부가 피해자와 유족의 바람에 역행하는 선택을 해놓고는, 한일관계의 미래를 위해 결단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유족과 피해자들 그리고 국민의 자존감은 깊이 상처받았다.

강화된 안보영역에서의 한일협력이 얼마나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공헌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본의 전략적 셈법이 우리의 전략적 셈법과 유사할지 의문이다. 동시에 한미일 협력의 실질적 내용들이 대북 관여와 동북아의 건설적 안정이 아닌, 강대국 국제정치에 우리나라가 휩쓸려가는 쪽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지난 1년, 대한민국 외교안보의 기본은 철저히 무시되었다. 한반도 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자 하는 정책과 메시지는 실종되었다. 한미는 확장억제 강화라는 명목으로 대북용 연합훈련과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를 일상의 서사와 유일한 정책으로 만들었다. 동시에 한중관계는 사실상 긴장관계에 직면하고 있으며, 한미일 협력의 선봉에 서서 "자유"를 외치는 대한민국 정부의 모습을 우리는 보고 있다. 실제로 이익을 확보하고 있는지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지만, 과연 윤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으로 경제적 국익과 국민의 자존감과 한반도의 평화를 구현할 수 있을지, 불안함을 금치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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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포럼 사의재 외교팀장이자 연세대 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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