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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30~40분씩 자전거 연습을 한 지 5일 차. 매일 연습하지 못한 탓도 있지만, 여전히 날마다 실패하고 있다. 유튜브에서 '50대 나이에도 연습 첫날 3시간 만에 자전거 배우기 성공' 같은 영상을 여러 개 시청한 뒤 시도했지만, 나의 경우는 성공 사례와는 거리가 멀었다. 

운전도 30대 중반에 배우기 시작했고 어려웠지만, 자전거 타는 건 또 다른 난이도의 일이었다. 차량 운전은 그래도 기기 조작만 어느 정도 잘 하면 감이 잡혔는데, 자전거 타기는 안장에 앉은 상태에서 균형을 잡지 못해 쓰러지기를 반복했다. 이 저주받은 균형감각! 

겁을 이겨내야 나아갈 수 있다 
 
지난 2020년 7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주변 따릉이 대여소.
 지난 2020년 7월 24일 오전 서울 광화문역 주변 따릉이 대여소.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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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연습 때는 안장을 낮춰서 양 발을 땅에 딛고 출발했다. 넘어지는 게 두려웠기 때문에 처음엔 그 방식이 안도감을 주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지나치게 안장을 낮춘 것 때문에 페달을 밟기 더 어렵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무릎이 솟아올라 핸들을 잡은 손에 닿을 뻔하고, 그럴 때마다 주춤하게 되니 페달을 밟기 힘들었다. 

이런 고민을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자, 온라인 지인들이 다양한 조언과 정보를 전해주었다. "안장은 적당히 높이는 것이 더 낫고, 살짝 내리막길에서 연습하면 자전거가 넘어지는 게 덜하다"는 것이었다. 반려인이 자전거를 뒤에서 잡아주거나, 보조 바퀴를 장착한 자전거를 타면서 연습하면 어떠냐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현재 자전거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쉽게도 보조 바퀴를 장착할 수는 없었다. 또한 공유 자전거 '따릉이'의 특성상 무게가 무겁기 때문에 반려인이 잡아주는 것도 실행하기는 어려웠다. 

다행히 곧장 적용할 수 있는 부분도 있었다. 안장을 너무 낮추지 말고 오히려 높이라는 조언은 큰 도움이 되었다. 안장을 어느 정도 높이자 페달을 밟고 돌릴 때 무릎이 더욱 편해졌다. 가파르지 않은 내리막길에서 자전거를 타자 넘어지지 않고 페달을 밟는 게 훨씬 수월했다. 결국 핵심은 '겁을 이겨내야 나아갈 수 있다'는 거였다.

어느새 나를 응원하는 사람들
 
다리는 뻐근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귀가하는 순간에는 '여전히 자전거 못 타는 나'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다. '나는 왜 이리도 무언가를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따라붙어 뒤가 따가운 느낌마저 든다.
 다리는 뻐근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귀가하는 순간에는 '여전히 자전거 못 타는 나'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다. '나는 왜 이리도 무언가를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따라붙어 뒤가 따가운 느낌마저 든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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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점점 더워지면서 자전거 타기를 연습하는 날이 반갑지만은 않다. 다리는 뻐근하고 땀에 흠뻑 젖은 채 귀가하는 순간에는 '여전히 자전거 못 타는 나'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렵다. '나는 왜 이리도 무언가를 남들처럼 잘 해내지 못하는 걸까?' 싶은 생각이 따라붙어 뒤가 따가운 느낌마저 든다. 

그러다가 어느 날엔 또 한 번 색다른 경험을 했다. 5일 차 연습 날, '이번에 마지막으로 한 바퀴 돌아보고 귀가하자'는 마음을 먹고 내리막길에서 자전거 페달에 발을 올렸다. 그날도 40분 정도 실패만 경험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이었다. 

오늘의 마지막 도전. 내리막길을 향해 자전거를 세우자 일순간 모든 것이 고요해진 느낌마저 들었다. 나 혼자만의 생각일 수도 있지만, 근처 벤치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이유를 알 수 없지만 조용해진 것 같았다. 

"어어, 탄다. 탄다, 탄다." 

내리막길로 자전거가 미끄러져 내려가는 동안 페달 위에 발을 얹고 3~4회 이상 굴렀다. 몇 초 뒤에 자전거가 균형을 잃고 다시 쓰러지기 직전에 브레이크를 밟고 세웠지만, 그전까지는 아주 잠깐이나마 자전거를 탔다.

그 순간에 벤치에 앉아있던 누군가 나를 보면서 '그렇게 넘어지더니 드디어 타네'라고 작게 말하는 게 들렸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누군가 나를 응원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고 보면, 소셜 미디어에서 나에게 조언해 준 사람도 나를 응원해주고 있었던 셈이 아닐까. 일상 속의 작은 도전을 멈추지 말아야 할 이유가 또 하나 늘어났다. 

긴장 풀고 페달 자유롭게 밟는 날까지

"너무 상체에 힘이 들어가서 더 균형을 잡기 힘들 거야. 긴장하면 힘이 들어가니까... 상체에 힘을 빼는 연습을 해보자." 
"그걸 머리로는 알겠는데 몸이 말을 안 듣네." 
 

나의 연습을 옆에서 지켜봐 주던 반려인이 조언해 주었다. 분명 상체에 힘이 들어가서 자전거 핸들을 꽉 잡을수록 더 자주 넘어졌다. 내리막길을 내려갈 때 속도가 붙은 상황에서는 자전거가 쉽게 쓰러지지 않기 때문에 상체에 힘이 덜 들어갔고, 페달을 밟기 쉬운 거였다. 이걸 이해했지만 평지에서는 쓰러지는 게 무서워서 또 핸들을 꽉 잡게 된다. 

내가 수영을 못 하고 물을 무서워 하는 이유도 같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릴 때 물에 빠졌던 경험이 트라우마로 남아서, 물에 들어가서 몸이 어느 정도 잠기면 긴장이 심해져서 몸에서 힘을 뺄 수가 없다. 그러면 당연하게도 물에 뜨지 못한다.

자전거도 결국 마찬가지의 과정을 극복해야 탈 수 있는 거였다. 아직 수영을 못 배운 내가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될까? 언젠가는 긴장을 풀고 자유롭게 페달을 밟을 수 있게 될까? 알 수 없지만 이번에는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태그:#자전거, #자전거배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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