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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캐나다인 남편과 살다보니 문화 차이에 대해서 이런저런 질문을 받는데, 최근에 여러 번 받은 질문이 바로 점심식사 후의 양치였다. 한국에서는 점심 먹고 나서 양치하는 것이 대세이다.

사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나 학교 다닐 때에는 점심시간 끝나고 화장실에서 양치하는 친구는 아무도 없었다. 이는 당연히 아침저녁으로 닦는 것이었고, 학교에서도 그렇게 배웠다.

그러다가 음식 찌꺼기가 오래 입안에 머물면 충치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3-3-3 계몽이 시작되었다. 하루 세 번, 식후 3분 이내에, 3분 동안 양치하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후에 이 양치를 학교나 직장에서도 당연히 하는 것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그런데 유학생이 학교에서 점심 먹고 양치했을 때 주변의 황당한 표정을 마주했다거나, 직장에서 식후에 이를 닦다가 한 소리 들은 이야기들이 종종 들린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가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점심 식사 후에 양치하게 해 주세요"라는 쪽지를 보내도, 대답은 안 된다고 돌아오니 참으로 답답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캐나다에서는 하루 양치는 두 번으로 권고되고 있다. 치과의 비용이 한국과 비교도 안 될 만큼 높은 이 나라에서 우리는 그 사실이 참으로 마땅치 않다. 하지만 캐나다 사람들이 더 충치가 심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무튼 그렇다고 해서 양치를 두 번 하거나 세 번 하는 것으로 실랑이를 하고 싶지는 않다. 치아를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은 좋은 일이니까.

캐나다인들에게 양치하는 모습이란
 
양치는 개인 화장실에서 하는 것이 좋다.
 양치는 개인 화장실에서 하는 것이 좋다.
ⓒ 김정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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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들은 어쨌든 공공장소에는 절대로 양치하지 않는다. 여기에는 관점의 차이가 있다. 

서양 사람들은 입 안의 것을 밖으로 보이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한다. 그래서 우리처럼 밥을 입에 물고 새로운 반찬을 추가해서 입에 넣는 것도 불편해한다. 한 번 입에 음식을 넣으면 그것을 삼키기 전에 새로운 음식을 입에 넣지 않는다. 만일 고기와 아스파라거스를 동시에 먹고 싶다면, 아스파라거스를 잘라서 고기에 얹은 후에 그것을 함께 입에 넣는 정도다.

그렇기 때문에 공공장소에서 양치를 하면서 입에 거품을 물고 다른 사람과 눈을 마주치는 일은 정말 하고 싶지 않거니와, 다른 사람의 입에 묻은 거품을 절대 보고 싶지 않다. 게다가 거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입에 들어있는 치약 거품 및 기타 음식 찌꺼기들을 뱉어야 하는데, 그걸 본다는 것은 정말 끔찍한 일인 것이다.

입 안에 음식 찌꺼기를 물고 있는 것이 더 지저분하지 그걸 씻어내는 것이 왜 나쁘냐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하지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면, 그들 기준에서 볼 때, 우리는 지금까지 그 음식을 맛있게 입에 넣고 삼키기까지 했는데, 그게 잠시 후에 갑자기 입안에 갖고 있기 어려울 만큼 더러운 것이 된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이상할 수 있다.

그래서 그걸 굳이 다 같이 사용하는 공공 화장실에서 닦아야 할까 싶은 것이다. 마치 가래침을 "칵! 퉤!"하고 뱉는 모습을 보면 비위가 상하듯이, 남의 입에서 뭔가 나오는 모습을 보기 싫다는 것을 뭐라 할 수는 없다. 가래도 입 안에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뱉는 게 낫지만, 남들 다 보는 앞에서 뱉는 것은 보기 흉하지 않은가. 조용히 휴지에 싸서 버린다면 몰라도 말이다.

우리나라처럼, 식사 후에는 직장 화장실에서 이를 닦는 것이 당연한 문화인 경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이 우리의 습관에 적응해야 하겠지만, 우리가 외국에 나가서 생활한다면, 입안의 것을 보이는 것을 결례라고 여기는 그들의 문화를 인정해 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꼭 닦고 싶다면, 남들이 사용하지 않는 시간에 되도록이면 그 모습을 보이지 않도록 하는 노력을 해주면 좋지 않을까 싶다.

덧붙이는 글 | 기자의 브런치에도 같은 글이 실립니다.


태그:#문화, #양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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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에 거주하며, 많이 사랑하고, 때론 많이 무모한 황혼 청춘을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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