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21 16:28최종 업데이트 23.05.21 1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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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네트워크 넥스트 브릿지(Next Bridge)는 지식경제, 기후, 디지털,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 등 전환의 시대를 직면하여 비전과 정책과제를 연구하는 포스트 386 세대(9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에서 90년대생 청년) 중심의 연구자·정책 전문가의 네트워크다. 넥스트 브릿지는 주권자인 국민들이 사회 지향과 정책과제에 대한 이해가 높아야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한국의 민주주의와 사회발전이 가능하다는 데 뜻을 모았다. 정책담론을 위한 대중적인 소통을 희망하며 다양한 분야의 정책 전문가들이 자기 분야의 정책과제를 가지고 매주 정책 칼럼을 연재한다.[편집자말]
2021년 법무부는 그동안 법적 지위가 물건에 불과했던 동물을 '비물건화'하는 민법 개정을 추진했다. 같은 해 10월 정부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선언한 제98조의2를 신설하는 민법 일부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민법 개정을 추진한 배경에는 여러 요인이 있겠으나 당시 법무부가 '사공일가'(사회적 공존을 위한 1인 가구) TF를 시행한 결과 1인 가구와 함께 반려 인구(반려동물을 보유한 인구)가 증가함에 따라 동물의 근본적인 법적 지위 개선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 주요한 원인이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1인 가구뿐 아니라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이 빠르게 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가 조사해 발표하는 동물보호 국민의식조사(이하 의식조사)를 보면 2022년 기준 전체 가구 중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구의 비중은 25.4%로 602만 가구에 달한다.

반려동물 둘러싼 갈등
  

반려동물 산책 시 대·소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각적, 후각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 pixabay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반려 인구가 증가하고, 반려동물을 단순히 동물이 아닌 가족과 같은 존재로 인식하는 이들 역시 빠르게 늘고 있으나 안타깝게도 반려동물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 역시 덩달아 커지고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기르는 주민과 그렇지 않은 주민이 함께 살고 있는 아파트나 주택에서는 반려동물 소음 문제로 갈등이 일어나곤 한다. 또 반려동물 산책 시 대·소변 처리를 제대로 하지 않아 시각적, 후각적 불쾌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2014~2019년 서울시에 접수된 층간 소음 민원을 유형별로 보면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뛰거나 걷는 소음'을 제외하면 '망치질·가구 끌기·문 여닫는 소음'(8.2%), '악기·운동기구·가전제품 사용'(5.2%), '애완동물 짖는 소리'(4.4%), '주방·화장실 사용'(1.8%) 순으로 유형이 정리되어 반려동물로 인한 소음 문제가 적지 않게 발생함을 알 수 있다.

또 반려동물을 데리고 산책 또는 외출 중 반려동물이 사람을 물거나, 다른 이의 반려동물을 무는 사고도 발생한다. 소방청 통계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간 개 물림 사고 환자 이송 건수는 1만 1152건으로 매년 2천 건 이상 꾸준히 발생하는 것으로 파악되었다.

다른 이들과의 갈등만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가족 구성원 중에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가정 내에서도 갈등이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냄새, 털 빠짐 등의 문제로 다른 가족 구성원의 불편을 초래할 수 있으며, 산책 등 반려동물을 돌보는 책임을 부모, 형제, 자녀에게 전가해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러한 갈등에서 사람들만 피해를 입는 것은 아니다. 반려동물이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2022년 4월 부산 남구의 한 공터에서 피해자가 강아지와 산책하는 것을 보고 아무런 이유 없이 다가가 강아지를 발로 차고, 피해자로부터 "뭐 하시는거냐"라는 이야기를 듣자 손으로 피해자의 머리와 얼굴을 때리고 머리를 잡아당겨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했다(부산지방법원 동부지원 2022. 10. 20 선고 2022고단824).

또 2019년 7월 강원도 원주시에서는 옆 건물의 개가 짖는다는 이유로 목줄에 묶여 있는 개에게 다가가 미리 소지한 부채로 개의 입 부분을 수 차례 찔러 입 부분에서 피가 나게 하는 등의 상해를 입히는 사건도 있었다(춘천지방법원 원주지원 2020.2.6선고 2019고정303).

이처럼 반려동물을 둘러싼 골이 깊어 가는 원인 중 큰 부분은 반려인과 비반려인 사이의 시각차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농림부의 '2022년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를 보면 반려인들이 반려견 외출 시 목줄·가슴줄 및 인식표 착용, 배변 시 수거 등 준수 사항을 지키고 있는지 묻는 말에 반려인은 응답자의 83.1%가 '준수하고 있다'고 답했으나 비반려인 중에서는 33.6%만 이에 동의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반려인이 지켜야 할 주요 에티켓(펫티켓)에 대해 반려인은 80% 내외가 '잘 준수하고 있다'고 응답한 반면, 비반려인은 30% 내외만이 '잘 준수되고 있다'고 인식해 양쪽의 인식 차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반려견 관련 갈등에 대해 반려인은 '비반려인의 행동·인식'을 가장 큰 문제로 지적한 반면 비반려인은 '반려동물의 위생·소음'을 지적했다.

준비되지 않은 반려동물 분양

반려동물을 둘러싼 문제 혹은 갈등의 원인을 딱 하나만 꼽기는 어려운 일이다. 그럼에도 가장 큰 원인을 꼽으라면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반려동물을 맞이하는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지난해 10월 28일부터 11월 2일까지 전국 2천 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에서 반려동물을 기르게 된 경로를 묻는 말에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38.2%), 펫숍 등 동물판매업소에서 구입(24.1%) 등의 순으로 응답했다.

1/3 정도가 지인에게 무료로 분양을 받았다고 응답했는데 이 경우 어떠한 정해진 절차도 없으며, 단순히 사인 간 거래로 취급된다. 펫숍 등 동물판매업소에서 구입하는 경우에는 동물을 실물로 보여주고 현행 동물보호법에서 동물판매업자가 구입자에게 동물의 습성, 특징 및 사육 방법 등을 반드시 알려주도록 명시하고 있다.

그럼에도 실제 구입 과정에서는 이러한 절차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으며, 심지어 전화 한 통만으로 운송업체를 통해 집에서 배달받을 수 있다. 쇼핑을 하는 것처럼 쉽다 보니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나 어려움 등에 대해서는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채 덜컥 분양받아 데려오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러나 조금만 생각을 해보면 반려동물을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적지 않은 노력이 요구된다는 사실을 어렵지 않게 알 수 있다. 인간 사회에서 사람들과 어울려 생활해야 하는 특성을 감안하면 더욱 그러하다. 사람만 하더라도 아이가 태어나면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 적응하고 생활할 수 있도록 성장 과정에서 오랜 시간 가르치고 교육한다. 하물며 말이 통하지 않는 동물을 우리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는 구성원으로 키우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많으면 많았지 결코 적지 않을 것이다.

먼저 반려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다. 반려동물에게는 상호 작용과 관심이 필요하며 운동과 놀이 그리고 적절한 음식과 보호를 제공해야 한다. 여기에는 적지 않은 시간과 비용이 들 수 있다. 농림부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1마리당 월평균 양육 비용은 약 15만 원으로 조사됐지만 전문가들은 적정한 양육과 관리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라고 입을 모은다.

시간 측면에도 개의 경우 산책을 통해 운동과 놀이를 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어 개를 키우는 반려인들은 상당한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다. 독일 등의 국가에서는 개를 산책시키지 않는 경우 동물 학대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또 반려인들은 자신이 키우는 동물의 건강을 전적으로 책임져야 한다. 적절한 예방 접종, 건강 검진 그리고 질병 예방을 위한 적절한 예방책을 제공해야 하는데 아픈 곳이 있더라도 동물이 이를 표현할 수 없어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집 안에서의 적절한 생활 습관과 타인 또는 타인의 반려동물 등과 접촉하거나 오토바이, 자동차 등 이동수단과 마주쳤을 때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훈련하는 것 역시 필수적으로 해야 한다.

이밖에 반려동물 역시 감정을 지닌 생명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반려동물이 반려인에게 많은 감정적 지원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반려인도 반려동물의 스트레스와 감정적인 변화에 대해 인지하고 적절히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 정서적 안정감을 제공하고 스트레스를 느끼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러한 점들을 간과하고 새끼 때의 귀여운 외모에 혹해 관련된 문제나 어려움에 대한 고민 없이 맞이한 반려동물은 그 짧은 순간이 지나간 후부터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기 쉽다.

농림부의 의식 조사를 보면 반려동물 양육자의 22.1%가 양육을 포기하거나 파양을 고려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로는 '물건훼손·짖음 등 동물의 행동 문제'가 28.8%로 가장 많았고, '예상보다 지출이 많음'(26.0%), '이사·취업 등 여건 변화'(17.1%) 등이 뒤를 이었다.

 

2022 동물보호에 대한 국민의식조사 결과, 단위%(농림축산식품부. 2023.2.2. 보도자료) ⓒ 농림축산식품부

   
실제로도 국내에서는 반려인들의 실수 혹은 고의에 의해 거리로 나오는 유실·유기동물이 매년 11만 마리 이상 발생하고 있다. 지난해 유실·유기동물 발생은 11만 2226건으로 이중 자연사 27.1%, 안락사 17.0%로 절반에 가까운 44.1%의 동물은 보호소 내에서 죽음을 맞이했다.

준비가 안 된 반려 생활의 종착지는 유기뿐 아니라 동물 학대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경찰청 통계를 보면 동물보호법 위반 사건은 2011년 98건에서 2021년 1072건으로 10배 넘게 증가했다.

결국 반려동물을 키우는 데는 많은 시간적, 금전적, 체력적, 정서적 노력이 필요하며 이를 제대로 충족하지 못할 경우 동물은 물론 이웃과 반려인 자신에게 피해가 돌아올 수 있다.

미비한 제도와 사회 인프라, 배려 부족도 한몫

그렇다고 반려동물을 둘러싼 문제의 책임과 원인을 모두 반려인들에게 지우는 것은 온당치 않다. 먼저 반려동물의 분양 과정만 보더라도 외국과 비교하면 허술하기 짝이 없다. 영국에서는 루시법(Lucy's law)에 따라 펫숍 등 제3자가 6개월령 미만의 강아지와 고양이 파는 것을 금지했으며, 전문 브리더에 의해 번식된 2개월령 이상의 동물만 어미와 함께 있는 상태에서 직접 대면에 의해서만 판매할 수 있다. 영국뿐 아니라 미국 뉴욕주에서도 2024년부터는 펫숍에서 개와 고양이 등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했다.

독일의 경우에는 일찌감치 펫숍에서 반려동물 판매를 금지했을 뿐 아니라 반려동물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은 동물보호소를 통해 입양토록 하고 있다. 입양 절차 역시 까다로운데 우선 입양 희망자의 기본 인적 사항 확인은 물론 모든 가족 구성원이 입양에 찬성해야 하며, 세입자의 경우 집주인의 동의를 얻고, 실제 반려동물을 제대로 관리하고 키울 수 있는지 환경을 확인한다.

입양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동물보호소를 방문하여 반려동물에 대한 기본 상식과 통제할 수 있는 훈련 수업 등을 이수해야 하고, 니더작센주 등 일부 주에서는 자격검정 시험을 치러 합격해야만 비로소 반려동물을 집에 들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데려온다고 해서 끝이 아니고, 제대로 양육을 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보호소 측에서 반환을 요구할 수 있으며, 동물을 키우는 동안에는 개의 경우에는 보유세를 납부해야 한다. 보유세는 지방세로 주마다 다르기는 하나 보통 한 마리당 100유로 정도이며, 마릿수가 늘어나면 마리당 세금도 늘어나는 누진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이는 무분별하게 많은 동물을 키우는 것을 막는 장치로 작용한다.

입양 과정을 까다롭게 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반려동물과 함께 생활하는 데는 사회적 배려와 준비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려 인구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나 이들을 위한 사회적 인프라나 편의 시설은 제자리걸음이다. 예를 들면 반려동물을 적절하게 양육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입양자 먼저 동물의 특징과 생태적 습성, 관리 방법 등에 대한 이해와 지식을 갖추고 있어야 하지만 관련 정보를 얻는 것이 쉽지 않다.

KB금융지주에서 발간한 '2021 한국반려동물보고서'에서 반려인들의 주된 양육 정보 습득 채널은 인터넷·모바일 포털 검색(44.4%, 복수 응답), 유튜브(37.4%), 카페·블로그·커뮤니티 자료(35.8%) 등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보다 온라인 검색 등에 의지하고 있다는 뜻인데 여기에는 온라인의 편리한 접근성도 작용했겠지만 동물병원을 제외하고는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기 어렵고, 사회화 교육 및 건강 관리 등에 대한 교육 프로그램 등도 지자체 등에서 정기적으로 운영하기보다 동물단체 등에서 비정기적으로 운영하는 등 참여 기회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이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 역시 2023년 현재 서울에는 단 10곳만 설치되어 있다. 반려동물을 동반한 이동도 쉽지 않은데 대중교통을 이용하고자 할 때 시내버스의 경우 버스운송회사마다 운송약관과 영업 지침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반려동물의 크기가 작고 운반 용기를 갖춘 경우에만 탑승을 허용하고 있어 중대형견은 원칙적으로 시내버스 탑승이 제한된다. 지하철 및 고속버스 등에서는 전용 이동 장비에 넣어 탑승할 수 있으나 역시 운송회사에 따라 혹은 기사에 따라 거절당하거나 동승한 승객의 항의 등으로 탑승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반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공항 및 공공시설에서 반려견을 동반해 이동하는 사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으며 반려견 동반자를 위한 시설 및 안내도 쉽게 볼 수 있다.

더불어 비반려인의 반려동물에 대한 인식과 펫티켓 역시 요구된다. 개개인에 따라 동물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으나 반려동물 또한 이 사회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 타인의 반려견을 허락없이 만지거나 눈을 지속적으로 마주 보는 등의 행동을 자제하는 것과 같은 기본 교육만 이루어진다 하더라도 많은 사고와 갈등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에게는 가족과 같은 소중한 존재인 동시에 비반려인에게는 불편함을 초래할 수 있는 존재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상호 존중과 이해가 필요하며, 동시에 사회적으로는 반려동물을 맞이할 때 충분한 고민과 준비를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고 우리 사회에 편입된 반려동물의 경우에는 잘 적응하여 살아갈 수 있도록 조금 더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관대한 인식을 형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 필자 소개 : 채일택은 동물운동단체인 동물자유연대의 활동가로 국내·외 동물복지 및 동물 권리에 대한 연구조사와 입법, 정책 수립을 담당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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