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9 13:51최종 업데이트 23.05.19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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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인 2022년 4월 KBS를 비롯한 주요 언론은 내린천 휴게소 영업 중단과 관련한 보도를 잇따라 내놨습니다. 

뉴스에 따르면 내린천 휴게소를 운영하는 소노호텔&레조트는 계약 기간이 만료되는 2022년 6월 30일에 맞춰 더는 운영하지 않고 도로공사에 휴게소를 반납하겠다고 했습니다. ​특이한 점은 코로나19로 영업이 제한된 데 대한 보상으로 도로공사가 2년간 추가 운영을 보장해 주었는데도 스스로 운영을 포기한 것입니다.


"전망이 멋있는 휴게소인데 아쉽다"부터 "휴게소가 운영을 포기할 정도로 어려운가 보다", "앞으로 해당 도로를 지나는 자동차는 어디 가서 휴식해야 하나?" 등등 많은 이가 높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그런데 해당 뉴스의 출발은 2022년 3월 31일 자 <오마이뉴스> 기사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 내린천 휴게소의 비극(https://omn.kr/22hxy)이었습니다. 1년 만인 지난 5월 11일 내린천 휴게소의 근황이 궁금하여 들러 보았습니다. 

내린천 휴게소 근황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로 널리 알려져 있는 내린천 휴게소 ⓒ K휴게소

 
1년 만에 찾은 내린천 휴게소는 수소 충전소도 새로 설치되고, 휴식을 취하는 고객도 눈에 띄는 등 여느 휴게소와 다를 바 없어 보입니다. 그런데 휴게소 이곳저곳을 둘러보니 공실로 비어 있는 매장이 기자가 확인한 것만 4곳이었습니다. 휴게소 2층에 있던 롯데리아 매장도 문을 닫았고, 4층에 있던 김밥 매장도 문을 닫았습니다.
 

내린천 휴게소 공실 매장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내린천 휴게소에는 영업을 멈춘 공실 매장이 많았다. ⓒ K-휴게소

   

내린천 휴게소 공실 매장 롯데리아 매장이 있던 2층이 텅 비어있다. ⓒ K-휴게소

 
원래 내린천 휴게소는 1층부터 4층까지 매장이 있었는데 지금은 2층과 3층은 이용하지 않고 양양 방향 휴게소를 이용하는 손님은 1층만, 서울 방향 휴게소를 이용하는 손님은 4층만 이용하는 형태로 바뀌었습니다.
 

스티커로 가려진 안내도 2층, 3층에 있던 매장은 모두 문을 닫고 도로공사 홍보관만 남아 있다. ⓒ K-휴게소

 
그런데 이 휴게소 운영을 새로 맡은 회사는 이웃한 홍천(상/하) 휴게소를 운영하는 회사입니다. 휴게소 업계에서는 관록과 실력 있는 회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몇 군데 매장을 비워둔 이유는 무엇일까요? 

기자는 1년 전에도 내린천 휴게소는 누가 운영을 맡더라도 힘들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우선 투자금이 너무 많고, 도로공사에 납부할 임대료는 높으며, 비영업 시설 면적이 너무 넓어 관리비 부담이 클 뿐 아니라 무엇보다도 휴게소 설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설계

'휴게소는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매우 다양한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하지만 그 대답은 결국 하나로 수렴됩니다.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고객을 위한 편의시설'이 바로 그것이죠.

휴게소 설계를 마치 전문가의 영역인 것만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복잡한 공사 내용과 방법에 대해서는 굳이 알 필요가 없습니다. 휴게소를 목적에 맞게 만들었는지만 따져보면 됩니다.

그런 관점에서 내린천 휴게소를 보면 이 휴게소는 전시 목적이 너무 강해 본말이 전도된 휴게소의 대표적 사례입니다. 

핵심 문제는 고객이 이용하기 불편한 휴게소라는 것입니다. 내린천 휴게소는 빼어난 건물 외형에만 치우쳐 고객 편의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증거가 너무 많습니다. ​왜 이렇게 외형에 집착했을까요? 알 수 없습니다. 아마도 작품을 만들어 언론에 알리고픈 욕심이 우선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볼 뿐입니다.
 

국토교통부 장관상 내린천 휴게소는 국토부가 주관한 2018년 대한민국 국토대전에서 공공디자인분야로 장관상을 받았다. ⓒ K-휴게소

 
내린천 휴게소가 설계부터 고객 편의를 우선으로 삼지 않았다는 근거는 미로와 같은 통로와 숨겨진 편의시설입니다. 이 휴게소는 마치 보물섬을 모티브로 설계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매장과 편의시설을 이렇게 구석구석 숨겨놓을 필요가 있었을까요?

​두 번째는 주변 환경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당연히 야외 공간은 바람과 햇볕, 비를 피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내린천 휴게소는 야외에 지붕이 있는 쉼터가 없습니다. 휴게소를 이용하는 고객의 휴식 패턴도 몰랐던 듯싶습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카페도, 백화점도, 테마파크도 아닙니다. 휴게소를 방문한 고객은 맑은 공기를 마시며 쾌적한 야외에서 쉬는 것을 가장 좋아합니다. 실내 매장을 둘러보는 것은 다음입니다. 그런데 이 휴게소는 야외에서 쉬는 게 여간 불편한 게 아닙니다.

바로 태양 때문인데요. 양양 방향은 해가 뜨면 오후 서너 시까지 야외에 그늘이 없습니다. 반면 서울 방향은 점심부터 저녁까지 그늘이 없습니다. 오전은 양양 방향 이용객이 많고, 오후에는 서울 방향 이용객이 많은데 거의 햇볕과 겹칩니다. 그늘을 제공하는 캐노피가 정말 필요해 보입니다.
  

내린천 휴게소 일출·일몰 지도(5월) 내린천 휴게소는 연중 내내 햇볕 아래 노출되어 있다 ⓒ 구글어스, hinode.pics

 
세 번째는 진입로 문제입니다. 양양 방향 휴게소에 들르려면 먼저 휴게소에서 빠져나오는 차를 피해야 합니다. 진입로 → 진출로 순서로 입구와 출구가 있는 게 아니라 진출로 → 진입로 순서로 도로가 나 있습니다. 운전자가 사고 위험을 느끼며 방문하는 휴게소라니 말이 되나요? 양양 방향 주차장이 텅 빈 채 버스가 없는 이유를 알 듯합니다. 
 

텅 빈 주차장 내린천 휴게소 양양 방향은 진입로가 위험해 대형버스들은 진입을 기피한다. 사진은 텅 빈 양양 방향 버스주차장. ⓒ K휴게소

 
마지막으로 온실형 지붕 문제입니다. 최근 자연 채광을 선호해서인지 휴게소 지붕을 유리로 설치한 곳이 여럿 있는데요. 푹푹 찌는 열기로 숨이 막힐 정도였습니다. 겨우 핫바 판매로 운영되는 휴게소가 그 많은 냉방비를 감당할까 싶습니다.

테마형 휴게소의 조건

내린천 휴게소와 같은 대형 또는 테마형 휴게소는 보통의 임대 휴게소와 성격이 다릅니다. 설계를 잘못하면 건물만 큰 임대 휴게소, 돈만 많이 들고 관리도 안 되는 휴게소가 됩니다.

테마형 휴게소는 시설만 특이하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사실 휴게소 건물이 특이하다 해도 휴게소에서 접하는 자연경관에 비하면 보잘것없습니다. 그러므로 테마형 휴게소는 입지 환경과 독특한 역사적 배경, 독특한 지역 문물을 토대로 하는 것이 좋습니다.

휴게소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다면 소프트웨어도 중요합니다. 휴게소는 식사와 휴식의 공간이므로 그에 걸맞은 특화 음식과 대표 간식 그리고 휴식 공간이 필요하겠죠. 강원도를 대표하는 휴게소답게 강원도 음식과 간식으로 꾸미는 게 좋을 듯합니다. 

도로공사의 의지와 지원도 중요합니다. 휴게소는 열심히 일하는데 거기에 임대료를 가산하여 부과한다면 열심히 일할 의지는 사라질 것입니다. 한 방향 휴게소에 비해 2배의 시설을 유지하려면 고정비도 2배로 듭니다. 늘어난 비용은 고려하지 않고 오히려 두 곳 매출을 합산해 추가 임대료를 받는 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합니다.

타산지석이라고 하죠. 내린천 휴게소의 근황과 문제점을 통해 더 나은 휴게소를 위한 방법을 찾고 적용해 주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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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초의 상공형 휴게소, 내린천 휴게소의 비극(https://omn.kr/22hx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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