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5.12 18:21최종 업데이트 23.05.12 1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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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는 시민방사능감시센터 활동가입니다.[편집자말]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현장시찰 한일 실무협의에서 우리 측 윤현수 외교부 기후화경과학외교국장(오른쪽)과 일본 측 카이후 아츠시 군축불확산과장이 회담하기 위해 자리에 앉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처리수'로 불러야 한다는 주장은 국민의힘에서 나왔다. 국민의힘이 만든 '우리바다 지키기 검증 TF' 위원장인 성일종 의원이 "처리해서 나가는 것이기 때문에 '오염 처리수'라고 쓰는 게 맞지 않을까"라며 '처리수'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외교부 관계자가 나서서 부인하기는 했지만, 한때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대신 '후쿠시마 원전 처리수'로 명칭을 변경한다고 해서 시끄러웠다.

우리는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또는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라고 부르는 물에 대해서 일본 정부는 '처리수'라는 명칭을 써달라는 요구를 꾸준히 해왔다. 후쿠시마 원전에서 나오는, 곧 바다에 버려질 133만 톤의 물은 오염수인가, 처리수인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를 식히기 위해 매일 냉각수를 퍼붓고 있고, 여기에 원전 건물로 흘러드는 지하수, 빗물 등이 합쳐지면서 녹아내린 핵연료와 만나 방사성 물질이 녹아든 고독성의 오염수가 된다.

일본은 이 오염된 물을 퍼 올려 다핵종 제거 설비(ALPS) 처리를 통해 일부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 후 저장탱크에 보관 중이다. 5월 현재 약 133만 톤의 오염수가 저장되어 있고, 일본 정부가 이를 바다에 대량 투기한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ALPS 처리했기 때문에 '오염수'가 아니라 '처리수'라고 부르고 있고, 국민의힘도 이 논리를 그대로 가져와 '오염 처리수'라 부르는 게 맞다고 주장하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보관하고 있는 약 133만 톤의 오염수는 ALPS 처리를 거쳤음에도 그중 70%에 기준치 이상의 방사성 물질이 포함되어 있다. 이 중 6500만 톤의 오염수에는 뼈에 흡착해 백혈병과 골수암을 일으키는 고독성의 방사성 물질인 스트론튬90이 기준치의 약 2만 배가 포함되어 있기도 하다. ALPS 처리를 했다지만, 방사성 물질이 심각한 수준으로 남아있기 때문에 '오염수'라 부르는 것이 맞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의 문제점
 

일본 후쿠시마 제1 원전 내 방사성 오염수 저장 탱크. ⓒ 연합뉴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일본 내 사회적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 입을 주변국의 이해도 받지 않았다. 오염수가 버려질 경우 장기적으로 환경에 악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태평양을 공유하고 있는 나라들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음에도 일본 정부는 단 한 번도 사과나 그에 대한 이해를 구한 적이 없다.

또한 일본 내정이라며 주변국의 오염수 해양 투기 반대 의사를 묵살하고 있다. 버려진 오염수가 후쿠시마 앞바다에만 머문다면 일본만의 문제라고 할 수 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버려진 오염수가 이미 태평양 전체에 영향을 준 사실은 연구 결과에 나와 있다.

두 번째 문제는 먹이 사슬에 의한 생물학적 농축이다. 현재 후쿠시마 원전 부지에 저장된 약 133톤의 오염수에는 ALPS를 통한 정화작업에도 불구하고 삼중수소, 탄소14 등 걸러낼 수 없는 많은 핵종이 포함되어 있다.

아무리 물로 희석해서 농도를 낮춰 버린다고 해도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의 총량은 변함이 없다. 30년에서 40년간 지속적으로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로 인한 먹이사슬의 오염으로 생물학적 농축을 통해 치명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연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가장 많이 이야기되는 삼중수소는 사람의 몸에 흡수될 경우 세포와 결합하여 몸에서 배출도 잘되지 않는다. 우리 몸에 들어온 삼중수소는 DNA 손상과 암을 유발한다. 임산부가 노출될 경우 삼중수소는 태반 장벽을 넘을 수 있기 때문에 태아에게 치명적이 될 수밖에 없다. 일본 정부는 이런 삼중수소를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다.

또한 방사성 물질이 바다에 버려질 경우 바다에 존재하는 다른 화학물질과 뒤섞이면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그동안 너무 많은 것들을 바다에 버려왔다. 그래서 특정한 생선에 대해 임산부와 영유아의 섭취 제한을 두고 있을 정도다. 바다에 버려지는 방사성 물질과 화학 물질이 우리 몸에 들어와 뒤섞여 내는 '상호작용의 위험성'도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세 번째 문제는 오염수 해양 투기가 30년으로 끝나지 않는 데 있다. 일본은 오염수를 30~40년에 걸쳐 바다에 버리겠다고 하는데 이는 일본 정부의 폐로 계획에 맞춘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에 존재하는 녹아내린 핵연료 잔해는 현재 약 880톤으로 추정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녹아내린 핵연료를 로봇팔로 한 번에 최대 10kg씩 제거해서 폐로를 하겠다고 한다.

계획대로 매일 10kg씩 880톤의 핵연료 잔해를 제거한다면 200년 넘게 걸린다. 후쿠시마 오염수는 그 기간 동안에도 계속 생성될 수밖에 없다. 오염수 해양 투기는 30년이 끝이 아니라 해양 투기의 시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물론 우리 정부와 국제원자력기구(IAEA)도 이 문제를 전혀 지적하지 않고 있다.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잘못된 결정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방한을 하루 앞둔 6일 서울 일본대사관 앞에서 시민단체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이 후쿠시마 원전오염수 해양투기에 반대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네 번째 문제는 IAEA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원자력계를 대변하기 위해 만들어진 IAEA는 일본이 분담금 납부 3위일 정도로 일본과의 관계가 매우 밀접하다. 또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처리에 대해 이미 2015년에 해양 투기를 권한 적이 있다. 이런 단체에서 오염수 해양 투기라는 답을 정해놓고 발행하는 보고서 내용을 얼마나 믿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이 보고서에서 일본 정부의 조사가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생물체 내 유기 결합 삼중수소(OBT) 형성 과정의 불확실성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고, 반감기가 긴 탄소14(반감기 5700년), 아이오딘129(1570만 년) 등에의 핵종에 대한 농도 추정치가 요구된다는 지적이다. IAEA도 반감기가 긴 핵종에 대한 생태계 영향이 전혀 고려되고 있지 않은 것에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3호기는 우라늄과 플루토늄을 섞어서 연료로 쓴 원전이다. 오염수에는 당연히 플루토늄도 녹아 있을 수밖에 없는데, IAEA는 이에 대한 어떤 지적도 하고 있지 않다. 플루토늄은 죽음의 재로 불릴 정도의 고독성 방사성 물질인데 이런 물질도 무시하고 있는 보고서를 신뢰하기 어렵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이미 최악의 해양 오염을 일으켰다. 여러 연구 결과에 따르면 후쿠시마 원전 사고 직후 버려진 방사성 물질로 인해 후쿠시마 해안 갯벌의 생물 다양성과 수가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만약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오염수가 몇십 년에 걸쳐 태평양에 버려질 경우 전체 해양 생태계와 먹이 사슬의 오염을 예측할 수 없고 되돌릴 수 없는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지구에서 가장 큰 바다의 생명들과 그 바다에 기대어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 될 것이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는 잘못된 결정이다. 전 세계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오염수는 해양 투기해서는 안 되며 견고한 대형탱크에 의한 육상 보관이나 다른 대안을 찾을 것을 요구해 왔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오염수 장기 보관 등 대안에 대한 고민 없이 해양 투기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해 1000여 시민단체가 일본오염수해양투기저지 공동행동이란 이름으로 활동 중이다. 5월 20일 오후 3시 서울 청계광장에 모여 일본 오염수 해양투기 반대 집회를 하고 6월 8일 바다의 날에는 전 세계 시민들과 함께 국제 행동을 계획 중이다. 오염수 해양 투기를 막기 위한 시민 여러분의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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