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한 살 대학교 2학년 때 피아노 전공을 살려 시작하게 된 한 학생의 음악인생은 세션맨이란 운명으로 이어진다. 휘성, 빅마마, 거미, 2AM 등 2000년대를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수많은 공연 또는 앨범, 뮤직 비디오에 그의 이름과 얼굴이 담기게 된다.
 
다른 뮤지션을 돕는 전문 피아노 연주자로 자리를 잡은 후 자신의 앨범도 발표하고, 다수의 피아노 관련 책도 쓰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실욤음악과 피아노 전공 대학교수로서도 10년 넘게 강단에 서며 실력과 인성을 겸비한 음악인으로서 아름다운 삶을 그려나가고 있는 인터뷰의 주인공은 김지은 음악인이다.
 
20년 넘게 대중음악계에서 활동하면서 세션맨으로 출발했던 활동 영역을 하나하나 확장해 가며 자신의 재능을 세상에 드러낸 김지은 음악인. 1시간 가까이 대화를 나누면서 그가 일구어내고 있는 모든 음악의 원천은 '사랑'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사람에 대한 사랑, 일에 대한 사랑, 음악에 대한 사랑, 피아노에 대한 사랑. 그의 깊고 짙은 사랑이 음악인 김지은 그 자체다. 지난 5월 2일(화) 저녁 7시 경기도 용인시 기흥동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아래는 그와 나눈 일문일답.
  
"실용음악과 학생들 사회진출 교두보도 마련"
 
음악인 김지은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 중인 김지은 음악인

▲ 음악인 김지은 다양한 음악 분야에서 활동 중인 김지은 음악인 ⓒ 김지은

 
- 어떤 활동을 통해 음악계에 몸담게 됐나?
"2002년이니 햇수로 21년 정도 됐다. 대학교 2학년 때 휘성씨의 라이브 공연 피아노 세션을 담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했고, 이후 빅마마와 거미씨가 참여한 콘서트 무대에도 참여하게 되면서 꾸준히 활동을 이어갔다. 보컬 그룹 2AM과 에이트 등 초기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 팀들의 콘서트에서도 건반 세션으로 참여했고, 라이브는 물론 앨범 녹음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활동을 했다. 그 밖에 여러 음악 관련 분야 일을 하면서 현재에 이르게 됐다."
 
- 피아노 세션맨으로서 기억에 남는 활동이 있다면?
"우선 빅마마의 대표히트곡 'Break Away(브레이크 어웨이)' 뮤직비디오 2분 30초 무렵 2.5초 정도 피아노 연주자로 내 모습이 나온다. 가요 명곡에 함께 할 수 있어 큰 영광이자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아 있다(웃음). 공연 세션으로는 2AM의 여러 콘서트 무대에 선 것이다. 고려대 화정체육관이나 부산 킨텍스 등 5천 명 이상의 관객이 운집했던 큰 규모를 포함해 전국 투어에서 정말 많은 것을 배웠고 행복을 느꼈다."
 
- 음악을 직업으로 선택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친오빠가 음악을 워낙 좋아해 자주 들으며 성장기 때 나름 영향을 받았던 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좋아했던 3학년 오빠가 음악을 전공해 대학진학을 목표로 하고 있었다. 그 오빠와 친해지고 싶다는 마음에 어릴 때부터 쳐왔던 피아노 연주는 물론 음악 이론 공부도 열심히 했다. 그러면서 반주를 전문적으로 하는 세션맨이란 직업의 존재를 알게 됐고, 나도 그 일을 직업으로 가져야겠다는 꿈과 목표가 생겼다."
 
- 대학 재학 중 전문 세션맨이 됐다. 출중한 실력자로 인정받은 것 같다.
"그렇지 않다. 정말 운도 좋았다. 함께 세션활동을 했던 선배님들과 나이 차도 꽤 있어서 당시에는 막내로서 역할을 성실하게 할 후배가 필요해서 내가 선택된 것 아닐까 싶다(웃음). 고등학교 때는 친구들과 합주 약속도 아주 가끔 어길 정도로 불성실한 면도 있었는데, 사회에 나와 활동을 하다보디 절대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깨달으며 터특했던 것 같다."
 
- 롤 모델이 되는 음악인이 있나?
"송영주 선생님이다. 스승님이자 존경하는 음악선배이신데, 세션의 영역을 넘어 자신의 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서 정말 배울 것도 많고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는 분이다. 아마 그분의 조언이 없었다면 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절대 하지 못했을 거다."
 
- 그렇다면 아티스트 김지은 이름으로 앨범을 발매한 적도 있나?
"2016년 12월에 < Trace (흔적) >이란 정규 음반을 CD와 디지털 음원으로 발매했다. 세션맨 활동에 만족했던 나에게 송 선생님이 건넨 '지은아, 너도 네 것 해야지?'란 말이 큰 충격이자 자극으로 다가왔고, 6개월이 넘는 작업 기간을 거쳐 내 앨범을 세상에 선보였다."
  
김지은 여주대학교 교수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재직중인 김지은 음악인

▲ 김지은 여주대학교 교수 실용음악과 학과장으로 재직중인 김지은 음악인 ⓒ 김지은

 
- 아티스트 말고도 다른 음악 분야에서 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10년대 초반 대학에서 강의를 시작하면서 실용음악을 전공한 다수학생들이 졸업 후 진로 때문에 고민하는 모습을 자주 접했다. 선배이자 스승으로서 내가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고민하다 학생들이 발표한 음원들을 음악시장에 정식유통하는 창구로써 역할을 해보자 결심이 섰고, 결국 실천에 옮긴 적이 있다. 사업자를 낸 후 유통을 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현실의 벽에 직면한 적도 꽤 있지만, 나름 값진 경험이었다. 현재는 훨씬 더 음원 유통을 전문적으로 하는 기업체에 모든 권리를 양도했고, 그 회사에서 훌륭하게 운영을 하고 있다."
 
- 꽤 많은 음악분야 책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역시 운이 따랐다. 2007년부터 공저로 책을 내기 시작했다. 특히 2019년 10월에 나온 <지은쌤의 30일 피아노 코드 반주> 1편이 피아노를 배우려는 분들에게 큰 호응을 얻으면서 꾸준히 사랑받았고, 이듬해 5월 2편까지 발행하게 돼 감사할 따름이다. (웃음)"
 
-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순탄하게 음악인의 삶을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가? 음원유통 같이 해야겠다는 내 의지가 간절히 반영된 일도 있지만, 아닌 영역도 분명히 있다. 어떻게 모든 것을 원하는 대로 할 수 있겠는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고 어쩔 수 없는 운명이라면 받아 들이고, 잘 해 나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 시점에서 김지은 음악인에게 가장 중요한 현안은 무엇인가?
"먼저 시간의 여유가 없어 라이브 세션은 거의 못하고 있지만, 레코딩 작업의뢰는 가능한 하려고 한다. 그리고 새로운 책 집필 작업도 출판사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게을리하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이번 학기부터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학과장이란 직책을 맡게 돼 어깨가 상당히 무겁다. 정말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기에 맡은 바 최선을 다 해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다."
 
- 역점을 두고 있는 프로젝트가 있나?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선생님을 하나로 묶는 '소울 크루(Soul Crew)'의 브랜드화다. 우리 과가 설립된 지 20년이 넘었고, 음악계를 필두로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동문들도 꽤 많다. 전공 특성상 재학 중 대중음악계에 진출하는 경우도 있고, 졸업 후에도 계속 이어진다. '소울 크루'란 이름으로 여주대학교 실용음악과 출신 재학생과 동문들이 긴밀한 유대와 소속감을 통해 자부심을 갖는 등 긍정적 효과를 일으키려는 프로젝트다."
 
-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일들이 있는지?
"와이즈 라이브(Wise Live)란 레이블을 실용음악과 산하에 설립해 운영 중이다. 모두에게 문호가 열려있다는 의미로 '와라'로 줄여서 부르기도 하는데, 뮤지션이 되고 싶어 하는 학생들을 위한 일련의 인큐베이팅 시스템이다. 전국의 실용음악과 학생들 대다수가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토로한다. 학교가 학업을 하는 배움의 터전일 뿐만아니라 사회진출을 위한 교두보이기도 하다.
 
특히 아티스트가 되고자 하는 학생의 경우 불공적 계약 등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잘못된 관행도 많았다. 이런 잘못된 점들을 사전에 차단하고, 훨씬 자유로운 계약 시스템으로 학과 내 레이블을 운영해 향후 일반 음악 레이블 등에 진출하게 될 때 공정한 대우와 보장을 받을 수 있도록 사전경험을 할 수 있게 할 것이다. 교수님들이 사비를 들여 학교 근처에 소공연장을 마련, 우리 소울 크루들이 부담 없이 라이브 무대를 펼칠 수 있도록 해줘 진심으로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웃음)"

- 피아노를 배우거나 전공하고자 하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현재의 사소한 일들을 성실하게 감당하다보면 그 과정들이 쌓여 꿈과 비전이 이루어진다고 본다. 나 또한 그런 과정을 겪으면서 내가 꿈꿨던 일들을 현실로 만들게 된 것 같다. 찬란하고 대단한 꿈을 이루는 과정을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 끝으로 실용음악을 전공중인 학생, 후배들에게 전할 말이 있나?
"지금 꿈을 이루지 못한 것에 대해 좌절하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다. 안타깝지만 모두가 뮤지션이나 아티스트가 될 수 없고, 음악계에서 일할 수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반면 실용음악 전공자들이 가진 빼어난 예술적 감각과 마인드는 폭넓은 사회 여러 분야에서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든든한 토대임이 분명하다. 그런 장점들을 잘 활용한다면 각자가 꿈꾸는 미래를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전하고 싶다."
김지은 빅마마2AM 여주대실용음악과 소울크루와이즈라이브 피아노세션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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