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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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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28일은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이다. 해마다 이날을 앞두고 노동조합과 노동자건강권단체들은 4월을 노동자 건강권 쟁취 투쟁의 달로 정하고 각종 기획 사업을 진행해오고 있다.

그중 하나로 2006년부터 시작해 멈추지 않고 해마다 진행한 사업이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이다. 민주노총과 노동건강연대 그리고 <매일노동뉴스>가 참여하는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 캠페인단이 산재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업의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진행해온 사업이다. 캠페인단은 매해 노동부에서 제공하는 '중대재해 발생 보고' 자료를 정리해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해왔다.

2017년 6명이 사망한 삼성중공업 크레인사고, 2020년 38명이 사망한 한익스프레스 물류센터 공사현장 화재사고 등 해마다 벌어졌던 최악의 산재사고의 흔적이 역대 수상기록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뿐만 아니라 현장실습생을 사망에 이르게 한 교육부나 집배노동자를 과로자살로 몰아간 우정사업본부 등에게 특별상을 수여하며 한국사회에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대상을 매년 밝혀왔다. '수상자'를 공개해 재발방지대책 마련의 시급함과 필요성을 제기해온 의미 있는 사업이다.

그런데 지난 4월 27일에 열린 살인기업 선정식에서 캠페인단은 올해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지 못했다. 노동부가 기업의 항의와 명예훼손에 대한 우려를 이유로 자료 제출을 거부한 것이다.

캠페인단은 "노동부가 중대재해 예방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중대재해 기업 봐주기 행정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최악의 살인기업 배후세력이 아닌지 의심이 든다"고 비판했다. 결국 이날 캠페인단은 최악의 살인기업을 선정하지 못하게 한 윤석열 정부에게 '2023년 최악의 살인기업 특별상'을 수여했다.

산재사고, 엄정하게 수사‧책임추궁은 누구에게?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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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본인이 검사 시절 산재사고에 대해 엄정하게 수사해서 귀책을 묻고 형사책임을 추궁했다고 자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중대재해처벌법의 사업주 처벌규정을 완화시키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며 엄정 수사와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정권 출범이 만 1년이 다 된 지금, 산재사망 노동자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2022년에만 250여 건이 넘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중 중대재해가 발생했으나 검찰이 기소한 사례는 14건에 불과했다.

세계 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 날을 앞두고 정부는 산재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들에  대해 그 어떠한 애도도,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언급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그동안 산재사망사고 기업정보를 제공하던 노동부가 이번 정부 임기 시작 이후 태도를 바꿔 기업의 명예를 지켜주겠다는 이유로 정보제공을 거부했다. 사업장에서 어려운 일을 도맡아 땀 흘려 일하고 있는 노동자의 목숨보다 기업의 명예가 우선이라는 것인가? 한 나라의 정부에서 이같은 답이 나올 수 있는지 충격적이다.

기업의 명예를 우선하는 정부의 사고방식은 최근 정부가 내놓은 '일본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안'에서도 등장한다. 가해 기업의 배상이 아닌 재단을 통해 배상금을 지급하는 제3자 변제안을 정부가 제시한 것인데, 이를 두고 일각에선 '피해자인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게 아닌 가해자인 기업의 명예를 지켜주려 한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피해 노동자들이 정부의 제안에 비판적인 반응을 보인데 반해, 한국의 기업주들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정부의 대책에 환영의 뜻을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6개 단체는 지난 3월 6일 정부의 제안 발표 이후 곧바로 성명을 내고 환영의 뜻을 밝히며 "수출규제 해소를 통한 경제교류 활성화"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췄다. 피해 노동자 당사자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번 정부의 제안이 왜 나왔는지, 누가 이런 조치를 간절하게 원해왔는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2023 최악의기업상' 대상으로 선정한 윤석열 정부에게 상을 전달하고자 이동하던 중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산재사망대책마련 공동캠페인단이 4월 27일 오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2023 최악의 살인기업 선정식 기자회견을 마치고 '2023 최악의기업상' 대상으로 선정한 윤석열 정부에게 상을 전달하고자 이동하던 중 경찰이 이를 막아서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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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살인기업의 명단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노동부도, 기업주의 책임을 완화시키려는 개악 시도의 정황들도 모두 누구의 이익을 대변하고 싶어 하는지 일관된 태도를 보여준다.

산재사망 노동자나 일본 강제동원 노동자와 같은 피해자에겐 적절한 치유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그리고 가해자에 대해선 철저한 조사와 함께 원인을 밝혀내 제대로 된 재발방지대책을 만드는 것 또한 정부의 역할이다. 정부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안타까운 산재사망사고는 줄어들지 않고 계속해서 피해자가 늘어날 것이다.

덧붙이는 글 | 글쓴이 김영애씨는 김용균재단 이사이자 공공운수노조 노동안전보건위원장입니다.


태그:#김용균재단, #김영애, #살인기업선정식, #노동부, #세계산재사망노동자 추모의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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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0월 26일 출범한 사단법인 김용균재단입니다. 비정규직없는 세상,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하는 세상을 일구기 위하여 고 김용균노동자의 투쟁을 이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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