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25일 열린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준결승전에서 승리한 부산고등학교 선수들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박장식

 
부산고등학교가 사상 첫 황금사자기 우승에 도전한다. 부산고등학교는 25일 오후 서울 목동야구장에서 열린 강릉고등학교와의 준결승전에서 강릉고를 6대 1로 누르고 결승에 올랐다. 부산고가 황금사자기 결승에 오른 것은 1992년 이후 31년 만이다.

지난해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이미 맞붙어 명승부를 펼쳤던 두 학교였다. 당시 봉황대기 결승에서는 투수전 끝에 부산고등학교가 강릉고를 1대 0으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부산고는 당시 2학년이었던 원상현이 8.1이닝을 무실점으로 책임지며 명품 투수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그랬던 원상현이 부상으로 이탈하며 강릉고와의 '리매치'가 불발되었다. 그러자 타자들이 화답했다. 매 이닝 점수를 뽑아내다시피 한 부산고는 마운드에서도 영건 김동후의 4.2이닝 노히트 피칭에 힘입어 승리를 만들어냈다. 부산고등학교는 27일 오전 10시 펼쳐지는 결승전에서 선린인터넷고교와 맞붙는다.

한 이닝 한 점씩... 마운드도 화답했다

이번 대회 팀 평균자책점이 1.54로 8강 진출팀 중 가장 실점이 적은 부산고등학교. 주요 선수들이 투구 수 제한으로 경기에 더 이상 뛸 수 없었던 부산고등학교는 3학년 조민우를 선발로 내세웠다. 강릉고등학교는 1학년 박지훈이 선발투수로 경기 초반 마운드를 책임졌다.

경기 시작과 동시에 양팀이 득점권에 주자를 배치시겼지만 득점과 연결되지는 못했다. 선취점은 강릉고의 몫이었다. 2회 초 강릉고는 4번타자로 나선 이율예가 담장까지 가는 3루타를 때려낸 데 이어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먼저 만들어냈다. 부산고는 2회 말 연준원의 적시타에 힘입어 다시 균형을 만들었다.

부산고의 타선이 본격적으로 힘을 받기 시작했다. 부산고는 타선에서 집중력보다 꾸준함을 발휘했다. 서너 점을 한 번에 얻는 빅 이닝은 없었지만, 2회부터 5회까지 4이닝 동안 연속 득점을 올리기 시작했다. 부산고는 3회 말 양혁준의 희생번트로 한 점을 달아났다. 주자 한 명이 더 홈으로 쇄도하다가 아웃을 당한 것이 아쉬웠다.

4회, 강릉고는 바뀐 투수 조대현이 올랐다. 투타겸업을 이어가고 있는 조대현은 이번 대회 무실점 피칭을 이어갔지만, 연준원이 적시타를 만들어내며 무실점 행진을 깼다. 스코어는 3대 1. 부산고는 5회에도 양혁준의 큼지막한 2루타가 터져나오며 스코어를 한 점 더 만들었다.

부산고는 2학년 사이드암 김동후의 피칭이 빛났다. 4회부터 마운드에 오른 김동후는 큰 키에서 나오는 구위를 바탕으로 강릉고의 타선을 잠재웠다. 김동후는 4회, 5회, 그리고 6회까지 탈삼진 세 개를 섞은 퍼펙트 피칭을 이어가며 현장에 나선 스카우터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7회에는 2사 상황 볼넷을 내주며 퍼펙트 행진이 깨지기는 했지만, 8회 2사까지 4.2이닝 무피안타 노히트를 만든 김동후는 예순 번째 공을 스트라이크 존 안에 던진 후 결승전 등판을 기약했다. 이어 등판한 천겸 선수도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무리지었다.

7회 말, 8회에도 연달아 한 점씩을 올린 부산고는 9회 초 타석에서도 활약을 펼쳤던 연준원이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만드는 중견수 플라이를 잡아내며 승리를 확정지었다. 부산고등학교가 20년 만에 황금사자기 결승 무대로 진출하는 순간이었다.

"모레 결승에서 만나자고 덕담했는데... 정말 이뤄졌네요"
 
 황금사자기 준결승에서 호투를 펼친 부산고 김동후 선수.

황금사자기 준결승에서 호투를 펼친 부산고 김동후 선수. ⓒ 박장식

 
이날 4.1이닝 동안 노히트 피칭을 선보인 김동후는 "전국대회에서 잘 던지고 싶어 주말리그에서 열심히 준비했는데 오늘 잘 던진 것 같다"며 웃었다. 김동후는 "작년 강릉고와의 결승에서 (원)상현 형이 자신있게 던지고 빠르게 승부해서, 나도 상현이 형처럼 하자는 마음으로 던졌다"며 준결승 호투를 펼친 마음가짐을 밝히기도 했다.

물론 두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김동후는 "상대 좋은 선수들 나올 때 두려움이 있었는데, 내 공 믿고 자신있게 던져서 이겼다"면서, "좋은 결과였지만 다음 경기는 더욱 좋은 피칭을 선보이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동후는 JTBC의 야구 예능 프로그램 <최강야구>에 나서 3이닝 무실점 피칭을 선보이기도 했다. 김동후는 "그때 좋은 계기가 되었다"며, "공이 잘 던져지지 않아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데, <최강야구>에서는 예능이라고 생각지 않고 잘 던지자고 생각했다. 정의윤 선배나 정근우 선배처럼 부산고 선배와 상대할 때 많이 떨렸는데, 경기를 통해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고 말했다.

김동후 선수는 "결승에 올라가면 더욱 자신감 갖고 던지고 싶다"며, "우리가 우승하면 황금사자기 학교 첫 우승이라고 하니 더욱 열심히 하고 싶다"고 웃었다.

부산고등학교 박계원 감독 역시 승리 이후 "오늘 강릉고등학교 마운드가 좋아 내심 걱정했다"면서도, "투수들과 타자들이 완벽하게 작전을 수행한 덕분에 승리한 것 같다"며 승리 소감을 전했다. 특히 박 감독은 "원상현 선수가 부상으로 결장했고, 성영탁과 김정엽이 투구 수 제한에 걸렸는데, (김)동후가 너무 잘했다"라고 칭찬했다.

박계원 감독은 "강릉고등학교는 몇 년째 최강의 자리를 위치하고 있는데, 그런 팀을 상대로 우리가 너무 잘 해줘 좋다"면서, "작년 결승에서 이긴 경험의 영향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선수들이 자신감 갖고 잘 해준 것 같다"며 강릉고와의 재대결 소감도 전했다.

박계원 감독은 "선린인터넷고 박덕희 감독과 친분이 있는데, 준결승 전에 '모레 우리끼리 붙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나눴다"면서, "그런데 정말 이뤄졌다"며 신기해했다.

하지만 승부는 승부다. 박 감독은 "모레 되면 성영탁은 물론 김정엽, 김동후를 모두 투입할 수 있다"며, "마운드에서 우리가 우위에 점하는 경기를 하겠다"며 결승 각오를 다졌다.

'57년 만의 리매치', 어떤 학교가 웃을까
 
 결승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결승까지 단 한 경기만을 남겨두고 있는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 박장식

 
선린인터넷고등학교와 부산고등학교, 단 두 학교만이 남은 황금사자기의 토너먼트다. 결국 결승전을 통해 황금사자상의 주인공을 가려야 한다. 공교롭게도 두 학교가 황금사자기에서 마주하는 것은 1966년 동대문야구장에서 열린 결승전 이후 57년 만이다. 1966년 결승전에서는 선린상업고가 4대 0으로 부산고를 꺾고 승리했다.

두 학교가 황금사자기에서 만든 성과도 사뭇 다르다. 선린인터넷고는 2015년까지의 우승을 포함해 무려 다섯 개의 황금사자상을 품었지만, 부산고등학교는 신문사가 주최하는 4대 전국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대기) 중 유일하게 황금사자기에서의 우승 기록이 없다.

두 학교의 황금사자기 기록도 독특하다. 부산고는 마지막 결승전이었던 1992년 손민한, 주형광 그리고 진갑용이 엔트리에 올라 경기를 펼쳤으나, 이경필·김동주가 활약했던 배명고에 막혀 우승이 좌절되었다. 선린인터넷고는 2015년 에이스 두 명의 할약을 바탕으로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두 학교는 27일 오전 10시부터 목동야구장에서 열리는 황금사자기 결승에서 격돌한다. 선린인터넷고 선수들이 여섯 번째 황금사자상을 들어올릴지, 부산고등학교가 단 하나 쥐어보지 못했던 황금사자기를 목동 하늘에 휘날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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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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