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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 이재용 재판 출석하는 박영수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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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검찰은 이른바 '대장동 50억 클럽' 명단에 포함된 박영수 전 특별검사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했다. 지난 3월 30일에 이어 두 번째 강제수사다. 

드러난 상황만 보면 검찰이 박 전 특검에 대한 수사를 치열하게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뒷북 수사'라는 비판은 계속 되고 있다. 

검찰은 2021년 9월 대장동 관련 수사에 착수한 뒤 박 전 특검에 대한 강제수사 요구를 끊임없이 받았다. 하지만 그때마다 '제기된 의혹 전반에 대해 수사를 진행 중'이라며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3월 30일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50억 클럽' 특검법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상정되자 태도가 급변했다. 검찰은 이날 박 전 특검에 대한 압수수색을 전격 실시했다. 

검찰은 박 전 특검이 2014~2015년 우리은행 이사회 의장으로 재직하면서 대장동 민간개발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 등 대장동 일당의 컨소시엄 구성을 돕고, 대장동 일당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을 우리은행에 청탁하는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의 땅과 건물 등을 받기로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당초 대장동 일당의 성남의뜰 컨소시엄 참여를 검토했지만 2015년 3월 회사 내규 등을 이유로 불참 결정을 내렸다. 대신 PF 대출에는 참여하겠다며 1500억 원의 여신의향서를 제출했다.

박 전 특검은 3월 30일 1차 압수수색 당시 입장문을 내고 "허구의 사실로 압수수색을 당해 참담하다"며 "대장동 개발 사업에 참여하거나 금융알선 등을 대가로 금품을 받거나 약속한 사실이 결코 없다"라고 항변했다.

'국민특검' 박영수의 추락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2017년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 박영수 특검팀, 이재용 첫 재판 등판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양재식 특검보, 윤석열 수사팀장이 2017년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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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출신인 박영수 전 특검은 1952년생으로 서울대를 졸업한 후 1978년 제20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0년대 검찰 재직시절엔 32명이 사망한 오대양사건의 주임검사를 맡아 언론의 큰 주목을 받았다. 이후 박 전 특검은 2000년대 들어 검찰 내 대표적인 재벌 수사에 전문성을 가진 특수통 검사로 이름을 날렸고, 2005년 대검 중수부장을 역임하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다. 

2009년 변호사 개업 이후에도 여러 법무법인의 대표변호사를 역임하며 영향력을 과시했고 2016년 12월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에 임명됐다. 그는 특검팀을 이끌며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뇌물 공여 혐의로 구속기소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을 뇌물 혐의로 입건하는 등의 성과를 내면서 '국민특검'으로 불리게 됐다. 

하지만 국정농단 사건 공소유지를 맡고 있었던 2020년,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아무개씨로부터 지난 86만 원 상당의 수산물을 받고, 월 대여료 250만 원 상당의 포르셰 차량을 무상으로 이용해 청탁금지법 위반 의혹에 휘말렸다. 결국 그는 2021년 7월 특검 출범 4년 7개월 만에 불명예 퇴진했다. 

지난 18일 열린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첫 재판에서 박 전 특검의 변호인은 "특검은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특검은 공직자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공직자 등에게 1회당 100만 원이 넘거나 1년에 300만 원을 초과하는 금품을 주는 것을 금지한 청탁금지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취지다.

대장동 의혹 곳곳에 등장하는 이름 석자, 박영수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 이재용 재판 출석하는 박영수 박영수 특별검사가 2017년 7월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에 출석하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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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수 전 특검의 이름은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과 관련해서도 반복해서 등장한다.  

당장 그는 2015년 2월 화천대유 설립 이후부터 2016년 11월 특검에 임명되기 직전까지 화천대유의 고문으로 지내면서 연간 2억 원의 고문료를 받았다. 그의 딸도 2016년 8월 화천대유에 입사해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이 불거진 2021년 9월께까지 6000만 원 정도의 연봉을 받으며 보상 업무를 담당했다.

박 전 특검의 딸은 또 화천대유로부터 월급 이외에 2019년 9월부터 2021년 2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대여금 명목으로 11억 원에 달하는 돈을 받았다. 또 대장동 미분양 아파트를 시세보다 낮게 분양받아 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은 의혹도 받고 있다.

검찰이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증거로 내세우고 있는 '정영학 녹취록'에는 박 전 특검과 딸의 이름이 동시에 등장하는 장면도 여럿이다. 2020년 10월 30일 분당 정자동 노래방에서 김만배와 유동규, 정영학이 모여 나눈 대화가 대표적이다. 

유동규 : "그거는 저기 그, 그걸로 주신다면서요. 변호사들은. 고문료로."
김만배 : "응."
유동규 : "그건 세금처리 되잖아요."
김만배 : "우리가 내는 게 아니라 그 사람들이 내지."
유동규 : "그러니까요. 우리는 여기서 들어온 돈에서 주면 되니까. 여기서는 상계처리(비용처리)가 된다는 거죠."
김만배 : "응, 응."
유동규 : "비용처리가 되잖아요."
김만배 : "두 사람은 고문료로 안 되지. 00(박영수 특검 딸)이 하고 곽상도는."
유동규 : "그거는 저기 저기, 그리 주면 되잖아요. 아들한테(곽병채 대리), 배당으로."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장동 관련 범죄수익은닉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대장동 관련 범죄수익은닉혐의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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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특검의 외사촌인 분양업자 이기성씨도 대장동 개발업자들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유지했다. 이씨는 대장동 15개 블록 중 화천대유가 직접 시행에 나선 5개 블록의 아파트 분양대행을 독식한 인물이다. 

특히 이기성씨는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가 화천대유 설립 초기 자금을 마련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5년 2월 김씨가 화천대유를 설립할 당시 자본금은 1000만 원에 불과했다. 한 달 뒤인 2015년 3월 김만배씨가 주도한 화천대유-하나은행 컨소시엄이 대장동 개발사업 민간사업자로 선정됐다. 2015년 4월 3일 화천대유 자본금은 3억1000만 원으로 늘어난다. 이기성씨가 마련한 5억 원이 박 전 특검을 거쳐 김만배씨에게 전달됐고, 이중 3억 원을 화천대유 자본금으로 넣었다.

지난 4일 <뉴스타파> 보도에 따르면, 김만배씨는 2021년 11월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박 전 특검을 거쳐 송금받은 이유에 대해 "박영수에게 빌리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였던 것 같다. 박영수에게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해 좀 생색을 낼 수 있는 외형을 만들어주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라고 답했다. 화천대유 설립부터 박 전 특검의 영향력이 직간접적으로 이어졌음을 뒷받침하는 증언이다.

실제 '정영학 녹취록'에는 관련 내용이 언급된다. 2020년 7월 2일 김만배씨는 정영학 회계사에게 "우리 법인(화천대유) 만들 때 돈 들어온 것도 박영수 고검장 통해서 들어온 돈이야. (이)기성이 통장에. 그것은 해줘야 돼. 무슨 말인지 알겠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렇게 쌓인 '관계'는 결국 김씨에게 '부담'이 돼 돌아온다. 같은 날 대화에서 김씨는 정 회계사에게 이기성으로부터 받은 제안을 설명하며 "기성이 이 XX 참 염치없는 XX야"라면서 "나한테 00이(박영수 딸) 돈 50억 주는 거를 자기(이기성)를 달래. 이기성이가 00이를 차려주겠대"라고 덧붙인다. 

대장동 초기 사업자 조우형씨와도 인연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수사팀장이 2017년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
▲ 이재용·삼성 재판 직접 등판하는 특검팀 특별검사팀 박영수 특검과 윤석열 수사팀장이 2017년 4월 7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첫 공판에 참석하기 위해 엘리베이터에 오르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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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특검은 대장동 초기 사업에 참여했던 조우형씨(천화동인 6호 실소유자)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검찰은 27일 조우형씨에 대해 이해충돌방지법위반, 특경법 위반(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를 적용해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조우형씨는 박연호 전 부산저축은행 회장의 사촌 처남으로, 대장동 사업에 1155억 원의 대출을 알선했다. 2015년 대장동 사업이 진행될 때는 SK 계열사인 킨앤파트너스로부터 400억 원가량의 투자금을 끌어오기도 했다. 대장동 사업 진행 과정에서 자금줄을 대는 결정적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조씨다. 

박 전 특검은 2011년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부산저축은행 비리를 수사하면서 조씨를 '불법 알선' 혐의로 조사할 때 변호를 맡았다. 두 사람을 연결해 준 건 김만배씨로 알려졌다. 참고인 조사만 받고 온 조씨는 결국 무혐의 처분받았다. 박 전 특검의 친분이 작용해 대검 중수부가 조씨를 봐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생긴 이유다. 당시 대검 중수부 부산저축은행 수사 주임검사가 윤석열 중수2과장이었다.

하지만 조씨는 2015년 부산저축은행 사건과 관련해 재수사가 진행될 때 법망을 피하지 못했다. 구속기소돼 징역 2년 6개월을 복역했다. 당시 변호인 역시 박영수 전 특검이었다. 

한편, 50억 클럽 멤버로 지목된 인물은 박 전 특검을 비롯해 김수남 전 검찰총장, 권순일 전 대법관, 곽상도 전 의원,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6명이다. 하지만 이중 기소된 인물은 곽 전 의원이 유일하다. 곽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검찰은 곽 전 의원과 아들 곽병채씨의 혐의를 입증하겠다며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태그:#박영수, #윤석열, #김만배, #곽상도, #이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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