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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 석탄발전 투자중단 캠페인
해외 석탄발전 투자중단 캠페인 ⓒ 그린피스
 
후쿠시마 사고는 적어도 나에게는 일어나서는 안 될 최악의 핵발전소 사고이자, 2011년 3월 11일에 벌어진 과거의 사건이었다. 그러나 최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대두되면서 후쿠시마는 과거만이 아닌 지금까지 지속해서 일어나는 현재진행형의 사고로 바뀌었다.

일본 정부의 오염수 해양 방출 계획과 이에 대해 수수방관하는 대한민국 정부 사이에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사람 중 그린피스의 장마리 캠페이너가 있다. 신문과 방송, 라디오와 팟캐스트에서 그를 쉽게 만날 수 있지만, 특정 사건이나 이슈에 대한 설명 너머 장마리 캠페이너와 그가 해왔던 활동들이 궁금해졌다. 지난 4월 6일 그린피스 서울사무소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 현재 일하고 있는 기후에너지 팀을 소개해달라.
"기후에너지 팀에서 진행하는 캠페인은 기후참정권, 내연기관차 반대, 기업들의 재생에너지 확대, 후쿠시마와 국내 원전 캠페인으로 총 4가지예요. 정책 제안을 위한 정책 자문위원과 금융 자문위원들도 함께 일합니다. 이외에도 그린피스에서는 생물다양성 캠페인, 플라스틱과 해양 캠페인 등 여러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어요. 시민참여팀은 일반 시민들이 지역 중심으로 혹은 활동 중심으로 그린피스 캠페인을 더 가깝게 만나는 일들을 하고 있어요."

장마리 캠페이너는 그린피스 입사 6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부터 기후에너지 팀에 배치되어 한국 정부의 세금으로 해외에 석탄발전소를 건설하는 것을 반대하는 캠페인을 진행하였다. 그러나 그는 그린피스에 들어오기 전부터 '원전 캠페인'에 관심이 많았다고 했다.

"원전 캠페인을 하고 싶어서 그린피스에 입사했어요. 당시 제가 들어왔을 때가 2018년도 2월이니까, 신고리 5, 6호기 건설 허가 취소소송의 1심이 진행 중이었었어요. 제가 맡았던 해외 석탄 캠페인과 함께 신고리 5, 6호기 취소소송을 3심까지 진행했어요. 해외 석탄 캠페인, 후쿠시마 캠페인과 함께 국내 원전 이슈에 대해 계속 관심이 있었죠."

- 그럼 본격적으로 국내 원전 캠페인을 시작한 것은 언제였나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국내 원전 캠페인을 시작했어요. 기후변화를 알리는 중점 캠페인들에 집중하다가 다시 국내 원전 캠페인이 진행된 지 한 2~3년 정도 된 거죠. 그린피스 단체 자체는 반세기 넘게 원전 반대 캠페인을 해왔지만, 제가 국내 원전을 다룬 시간이 그 정도입니다. 첫 번째 주요 프로젝트로 '월성 원전 1호기 사용후핵연료 누설 문제'를 다루기 전에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국내 원전 이슈를 알리는 데 시행착오를 겪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내놓는 여러 형태의 콘텐츠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나, 이슈 메이킹을 하는 것에 대한 언론의 반응... 사실 그때는 원전 캠페인을 국내에서 진행하기에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문재인 정부 말기였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비판만이 아니라 원전을 다시 지으라는 요구가 거셌잖아요. 탈원전과 친원전이라는 첨예한 입장 차가 나라 전체를 뒤덮었고요."

장마리의 말처럼 당시 원전 문제는 대통령을 뽑는 하나의 중요한 잣대일 정도로 갈등이자 이슈의 중심에 있었고, 원전의 경제성과 안전성이 압도하는 상황에서 원전의 문제를 알리기에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마리는 시행착오와 어려움만을 말하지 않았다.

"우리 메시지가 언론을 뚫고 대중에게 전달되는 힘이 가장 약했던 시기이지만, 그것이 아주 무의미하지는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우리가 올바른 '방향'을 잡게 되었기 때문이죠."

시행착오 끝에 나온 국내 원전 캠페인의 방향
 
 장마리 캠페이너
장마리 캠페이너 ⓒ 그린피스
 
- 그 방향이란 것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저희는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를 통해서 캠페인을 진행하는 단체이다 보니, 시민들에게 '지지'받으며 시민들의 '참여'가 확대되는 방식으로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거든요? 물론 모든 캠페인을 그렇게 할 순 없지만, 국내 원전 캠페인은 함께 하는 시민의 숫자와 얼굴과 목소리, 의견들이 더 눈에 드러나고 같이 진행해야 한다고 생각했고, 힘들더라도 그걸 기준으로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장마리는 당시 상황을 떠올리며 다음의 말들을 덧붙였는데, 한 자 한 자 힘이 실려 있었다.

"시민들에게, 복잡하고 첨예한 문제를 어떻게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을까? 언론이 이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이슈에는 무엇이 있을까? 어떻게 우리가 접근해야 문제의 본질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언론과 시민들에게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들을 알릴 수 있을까, 더 많이."

구체적으로 그린피스에서 장마리 캠페이너가 했던 첫 번째 국내 원전 캠페인인 월성 원자력발전소 이슈에 대해 물었다.

"시행착오를 겪은 후 나와 우리에게 맞는 가장 적절한 방법을 찾기 위해 여러 가지를 시도했고 그 과정을 거치면서, 우리가 누구에게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 너무 많은 원전이슈가 있는데, 어떤 부분부터 다뤄야 할까, 이런 것들을 구체적으로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역이나 서울에 있는 원전 관련 활동가들과 함께 전문가 강의를 20회 가까이 진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월성 원전 문제를 더 깊이 알게 된 거예요. 그래서, "이건 그린피스가 나서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기에 좋다"고 생각했죠. 왜냐하면 구체적인 문제의 정황을 드러낼 수 있었잖아요.

사실 우리가 원전 캠페인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방사능이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위험이 원자력발전소 울타리 안에서 일어나기 때문에 문제의 실체에 가까이 가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이었는데, 월성 원전에서 발생한 문제들은 물리적인 확인할 수 있는 문제였죠. 게다가 월성1호기는 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사람들이 많이 알고 있는 원전이었어요. 이미 '정치화'가 된, 사건의 중심에 월성1호기가 있었으니까. 원전이 어떻게 생겼고, 몇 개이며 어디에 있는지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에게 원전이 위험하다는 것만 계속해서 알리는 것보다, 이미 알려진 것, 익숙한 것을 활용하는 것이 캠페인으로 효과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거대하고 단단한 성벽을 뚫고 문제에 다가가기

장마리 캠페이너가 시작한 월성 원전 캠페인의 중심에는 '방사성물질 누출 문제'가 있다. 이 사건은 내부고발자가 보고서와 자료들을 오랫동안 월성 원전의 안전 문제를 제기해온 경주환경운동연합에 전달한 것에서 시작되었다. 수백 페이지가 넘는 보고서와 자료들을 꼼꼼히 읽은 경주환경운동연합 이상홍 사무국장은 결국 사용후핵연료 저장수조(SFB)의 차수막이 파손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차수막 밑의 지하수 방사능의 양이 주변 지역보다 월등히 높다는 것을 2020년 연말부터 알리기 시작했다.

이처럼 내부 고발자와 전달받은 내부문건을 해석하고 고발한 경주환경운동연합과 이를 함께 보도한 언론사와 다양한 활동가들이 있었기에 은폐될 수도 있었을 '사용후핵연료 누출 문제'를 사회에 알릴 수 있었다.

"원전 안전 문제의 핵심은 이 중차대한 문제를 제대로 다룰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잖아요. 기울어진 운동장 속에서 문제 자체에 접근할 수 없는 것처럼. 월성1호기 사용후핵연료 누출 문제는 그 구조적인 은폐, 왜곡, 불투명한 의사결정 구조 등 모두가 점철되어 있었던 거죠. 그래서 내부고발로 시작된 이 문제를 캠페인 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했고, 이 문제로 월성 원전의 안전 문제로 진입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을 했죠."

물론 이러한 상황에서도 장마리는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원전 문제를 다루고 알리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인데, 장마리는 이것을 '거대한 성벽과 단단한 방패들로 가려진 문제'에 싸우는 느낌이라고 비유했다.

"원전 문제의 어려움은 그 문제에 접근하는 것 자체가 막혀있다는 점도 있지만, 그걸 쉽게 전달하는 것도 어렵잖아요. 그런데, 그린피스에서 일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나의 기준'이 아니라, 이 문제를 '처음 접하는 사람의 기준'에서 생각하고 고민하게 된다는 거예요.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지만(웃음) 이런 어려운 문제를 효과적이고 전략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가. 언론이나 대중에게 이 문제가 잘 전달될 수 있을까. 이러한 것들이 잘 진행되었을 때 비로소 이 사회가 저희에게 응답하는 거잖아요. 물론, 저도 '이게 과연 가능할까?'라는 고민을 계속 했죠. '마치 거대한 성벽같이 만들어진 원전과 관련된 가려진 단단한 방패들로 문제들을, 뭐 하나라도 뚫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은 있었지만, 그 가능성을 본 거죠. '가능하다!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문제의 본질을 드러내려는 노력이 있다면, 할 수 있다'라는 확신이 들었어요."

덧붙이는 글 | 국내원전 캠페인과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관련 이야기들은 다음 두 번째 이야기에서 계속됩니다.


#장마리#그린피스#후쿠시마 오염수#국내원전#캠페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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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학교 환경대학원 박사수료생 환경문제에 관심이 많고, 관련 글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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