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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12일, 국무총리 산하 국무조정실 소속 정부합동부패예방추진단에서 서울지역 초·중·고를 불시 방문해 조사한다는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조사 대상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교실로 온 평화통일' 운영사업 학교를 공모해 지정한 87개 초·중·고 가운데 일부였습니다(관련 기사: '[단독] 국무조정실, '통일교육' 중점학교 불시 조사 논란').

서울시교육청이 지원하는 사업에 굳이 국무조정실이 조사를 벌이는 것도 이상하거니와, 특정 사업을 지정하여 '표적 수사'를 벌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교사들의 수업에 대해 국무조정실이 나서서 들여다보겠다는 것이 흔한 일은 아니기에 통일교육을 한 것이 마치 무언가 잘못이라도 한 것처럼 여겨지게 됩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경기도교육청은 소속 전 기관에 대하여 정부가 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를 소속기관의 교직원에 홍보·전파하여 활용할 수 있도록 협조해 달라는 공문을 배포하기도 했습니다. '2023 북한인권보고서'는 올해 처음 발간한 것으로, 당연히 관련 공문도 처음입니다.

지난 3월, 국립통일교육원은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 '2023 통일문제 이해', '2023 북한 이해' 등 3종을 발간했습니다. 시리즈(?)처럼 발간된 책들은 정부에서 통일교육 지침서를 제공하고자 한 것들인데, 확연히 두드러지는 점들이 있습니다. '평화'가 많이 빠지고 '독재' 등 북녘에 대한 비판이 강조된 것입니다.

여기에는 '인권'도 비판의 맥락에서 많이 소개되고 있고 실제로 '2023년 북한 이해'에서는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내용이 전 정부의 3쪽에서 13쪽으로 대폭 늘었습니다(참고 : '尹정부 첫 통일교육 기본서…'평화' 빼고 '독재·인권' 강조', TV조선).

일련의 과정들은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통일교육의 원칙에 근거를 두기보다는 정부의 대북정책에 따라 통일교육의 방향성을 조정하려 하기 때문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은 "4) 윤석열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통일교육의 지침서에 노골적으로 '집권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이 포함된 점이 매우 의아합니다. 이와 함께 교사들 입장에서 '표적 수사'로 느껴질 수 있는 일들이 진행되고, 윤석열 정부가 처음으로 발간한 북한인권보고서를 교직원에 전파하여 '활용'하도록 협조 공문이 내려오니 장기적, 보편적 목표에 따라 통일교육을 진행하기보다는 현 정부의 인식에 맞추어 통일교육을 진행하라는 것 아닌가 우려스럽습니다.

또한 그 방향성도 우려스럽습니다. 언급한 것처럼 정부가 제공하는 통일교육 기본서는 '평화'와 같은 화해와 협력의 가치보다는 '독재', '인권 비판' 등 적대적 가치가 많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윤석열 정부 하에서 남북관계는 평화보다는 적대에 가까워졌고, 인권 문제는 보편적 인권 개념보다는 '북한의 인권'으로 분리 독립되어 정치화되고 비판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정부의 통일·대북정책을 기반으로 적대가 아닌 평화를 지향하는 통일교육을 진행하는 것이 가능할지 의문입니다.

올해부터 학교 통일교육은 '2023 통일교육 기본방향'을 따라야 하고, 2025년부터 학생들이 사용할 교과서 집필 기준과 개발·심의 기준도 지침을 따라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통일교육을 현 정부의 정책 방향대로만 이끌어 나가려는 시도를 중단해야 할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현직 교사로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참교육으로 여는 세상>은 역사의 진실과 정의, 민주주의와 평화 통일을 미래 세대에 가르치기 위해 함께 배우고, 함께 실천하는 교사, 예비 교사, 시민들의 모임입니다. 참교육으로여는세상에서는 정부의 성격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 통일교육 기준을 마련하고자 역대 남북 합의에 기반한 통일교육에 대해 공부하고 토론합니다. 관심 있으신 선생님께서는 연락 바랍니다.


태그:#통일교육, #교육, #대북정책, #통일, #윤석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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