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에 나선 남자 시니어 대표팀.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에 나선 남자 시니어 대표팀. ⓒ 박장식

 
동호인 신분으로 세계선수권 무대에 나선 한국 남자 시니어 컬링 대표팀이 심상치 않다. 선수들이 승리의 기쁨을 넘어 첫 출전 대회에서 첫 메달까지 가시권에 놓고 있다.

21일부터 강릉하키센터에서 개최되고 있는 2023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 이번 대회에 출전한 강릉솔향 팀(신만호, 천인선, 최종경, 함영우, 허정욱)이 잉글랜드와 라트비아를 꺾고 2승째를 기록했다. 선수들은 태극마크를 달고 시니어 세계선수권에 첫 출전한 데 이어 첫 승까지 기록했다.

특히 상대 국가의 선수들은 컬링이 올림픽 정식 종목이 되기 전부터 세계선수권이며, 각종 국제대회에도 출전했던 바 있었던 선수들. 그런 선수들을 누르고 2승까지 기록한 선수들은 "강릉시청 '팀 킴' 선수들이 특별훈련을 해 준 덕분"이라며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

완승도 하고... 막판 대역전극까지

그야말로 기적이다. 대표팀에 선발되기 전까지는 강릉 시내 곳곳에서 자신의 생업을 이어오면서, 저녁이나 휴일이면 올림픽 덕분에 생긴 좋은 경기장에서 즐겁게 브룸을 잡곤 했던 선수들이었다. 그런 선수들이 한국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을 위해 합을 맞추면서 해외 여느 팀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 선전을 펼치고 있다.

한국 선수들의 첫 경기였던 잉글랜드전에서부터 선수들은 날다시피 했다. 잉글랜드의 스킵은 잉글랜드의 '컬링 원로' 존 브라운. 특히 1980년대 세계선수권에 나서기도 한 데다가, 오랜 기간동안 잉글랜드 대표팀 선수들을 지도해 왔기에 경기 감각 역시 나쁘지 않은 선수다.

대표팀 선수들은 첫 엔드부터 잉글랜드에 석 점을 내주는 등 초반에는 고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경기 중반인 4엔드, 한국이 하우스 밖의 스톤을 투구한 스톤과 함께 하우스 안으로 끌고 와 넣는 레이즈 샷을 극적으로 성공하면서 두 점을 가져오며 경기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그러자 잉글랜드의 진영이 무너졌다. 잉글랜드는 한국에 5엔드부터 7엔드까지 연거푸 1점씩 스틸을 내줬다. 결국 경기는 6-4로 역전되었고, 잉글랜드는 8엔드에 2점 이상의 득점을 만들어 연장전으로 경기를 끌고 가려 시도했지만 한국의 전략에 결국 최종 스코어 8대 4로 한국 대표팀의 첫 승 제물이 되었다.

시니어 대표팀은 이어지는 라트비아전에서 대역전극을 펼쳤다. 한국은 3점 스틸로 상대에게 역전을 허용하며 패색이 짙어졌던 경기 후반 스틸로 극적인 균형을 맞추며 연장전에 돌입했다. 연장전에서 선수들은 두 점을 더 스틸해내며 최종 스코어 10대 8로 극적인 승리까지 따내는 데 성공했다.

다만 24일 오전 열린 독일과의 경기는 4대 5로 아쉽게 석패했지만, '한두 번 승리를 하는 것이 최선'이라던 선수들이 다른 국가의 엘리트 출신 선수들을 누르고 승리를 따낸 것은 놀라웠다. 선수들의 목표 역시 플레이오프와 메달권으로 더욱 높아진다.

특히 선수들이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게 된 계기는 진천선수촌 입소였다. 특히 대한컬링연맹은 선수들의 진천 훈련 지원과 더불어 실업팀과의 연습 경기를 주선하고, 강릉시는 소속 선수인 '팀 킴'과의 특별 훈련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도왔다. 모두가 도운 덕분에 이룬 2승이었다.

"'팀 킴' 선수들, '쫄지 말라'고 조언해주더라"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허정욱 선수가 스톤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22일 강릉하키센터에서 열린 시니어 컬링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대표팀 허정욱 선수가 스톤 투구를 준비하고 있다. ⓒ 박장식

 
승리를 따낸 시니어 국가대표 선수들은 밝은 표정이었다. 천인선 선수는 "첫 경기 때 처음부터 걱정이 많았다"면서, "세계대회는 첫 경기라서 쉽지 않은 면이 있었는데, 잉글랜드한테 첫 엔드에만 석 점을 내줘서 '몸이 안 풀렸다' 느끼기도 했다"며 첫 경기 때의 소회를 드러냈다.

천인선 선수는 이어 "그런데 경기를 하면서 몸이 풀리더라"면서, "하나씩 잡아나가니 점수도 따라왔다. 특히 4엔드 때 탭 샷으로 2점을 따낸 것이 첫 경기 승리 요인"이라며 웃었다. 그러자 함영우 선수도 "오늘 천인선 스킵이 라인을 잘 본 덕분"이라면서, "스킵만 믿고 경기했다"고 거들었다.

허정욱 선수는 "'팀 킴' 선수들 특강의 효과를 너무 잘 봤다"며, "자세나 릴리즈도 알려주고, 마인드 컨트롤 하는 법까지 알려줬는데, '쫄지 말라'고 해주더라. 사실 실수 때는 약간 긴장되기도 한데, 스킵한테 가는 부담 좀 덜어주려고 최선을 다했다"면서 소감을 전했다.

최종경 선수는 "올림픽 메달리스트가 직접 와서 응원까지 해주지 않았냐"면서 '팀 킴' 선수들의 현장 응원에 감사를 보냈다. 첫 경기 승리에 대해서는 "잉글랜드가 강팀이긴 하더라. 그런데 원래 승리를 예상했던 팀이라면 더 어려웠을 것 같다"며, "선수들이 강한 팀을 만날 것 같아 부담을 미리 가진 게 승리 요인"이라며 웃었다.

그러면서 최종경 선수는 "우리 선수들이 동호회 회원으로 활동하다가 코치 지도를 처음 받았다"며, "그런데 정장헌 코치께서 하자는 대로 우리가 잘 못하니 서운한 점도 많았을 테다. 그래도 코치님이 계속 마음을 편하게 해주신 덕분에 경기도 잘 풀어나간 것 같다"고 대표팀을 돕고 있는 정장헌 코치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함영우 선수는 "이번 대회에서 우리는 얼터네이트를 돌아가면서 한다"면서, "돌아가면서, 즐기면서 잘 해보겠다. 많이 응원 해주시라"며 웃었다. 신만호 선수는 남은 라운드로빈 경기에 대해 "별 생각 없다. 나가서 부딪혀 보는 것 아니겠나, 열심히 가서 닦아보겠다"며 남다른 각오를 드러냈다.

기적을 써내고 있는 시니어 남자 국가대표팀은 25일 정오에 스웨덴과의 4차전을 치른다. 한국이 현재 조별리그 공동 2위에 오른 가운데, 조 3위까지 주어지는 PO 진출권을 따낼 수 있을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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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기사를 쓰는 '자칭 교통 칼럼니스트', 그러면서 컬링 같은 종목의 스포츠 기사도 쓰고, 내가 쓰고 싶은 이야기도 쓰는 사람. 그리고 '라디오 고정 게스트'로 나서고 싶은 시민기자. - 부동산 개발을 위해 글 쓰는 사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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