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3 18:20최종 업데이트 23.04.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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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시대정신이자 미래의 침로인 'ESG'가 거대한 전환을 만들고 있다. ESG는 환경(E), 사회(S), 거버넌스(G)의 앞자를 딴 말로, 더 나은 세상을 향한 세계 시민의 분투를 대표하는 가치 담론이다. 삶에서, 현장에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실천하는 사람과 조직을 만나 그들이 여는 미래를 탐방한다. [기자말]

삼소섬 ⓒ 삼소섬

 
재생에너지 100%로 운영되는 동화 속 같은 섬이 존재한다. 덴마크 삼소섬(현지 발음으로는 '삼쇠'이지만, 많이 알려진 '삼소'로 표기)은 1997년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후 탄소 제로를 넘어 실질적 탄소 배출량이 마이너스인 탄소 네거티브를 달성했다. 재생에너지 생산 외에 지속가능성을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다. 

1997년 삼소섬이 덴마크 올보르대학 등과 공동으로 기획한 '삼소섬 개발 프로젝트'는 덴마크 환경에너지부 재생에너지 아이디어 경진 대회에서 우수작으로 채택되면서 시작됐다. 재생에너지섬으로 지정된 삼소섬은 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지지를 바탕으로 2005년에 탄소 제로를 달성했다.[1][2]


2년 뒤인 2007년엔 1인당 탄소배출량 -3.7톤을 기록하며 프로젝트 시작 10년 만에 탄소 제로섬을 넘어 탄소 네거티브섬으로 자리 잡았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1997년 삼소섬의 1인당 탄소배출량은 15톤이었으며, 재생에너지 소비량은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3%에 불과했다. 삼소섬은 세계 최초 재생에너지 100% 섬이다.[3]

삼소섬에는 1메가와트(MW) 규모 육상 풍력발전기 11기와 2.3MW 규모 해상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가동 중이다.[4] 육상 풍력발전기 1기는 600가구, 해상 풍력발전기 1기는 2000가구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할 수 있다. 육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전력만으로 삼소섬 전체 전력 소비의 100%를 충당할 수 있다.[5]

해상 풍력발전기에서 생산된 잉여 전력은 본토로 수출한다.[6] 삼소섬은 소비하는 전력보다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해 섬 주민이 석유 보일러와 휘발유 및 디젤 차량을 사용하여 발생시킨 탄소를 상쇄한다.
 

삼소섬 위치 ⓒ 덴마크 정부

  
상쇄에 만족하지 않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쪽으로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꾸는 중이다. 난방에너지의 약 70%가 바이오매스, 태양광 등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서 조달된다. 2000가구 중 절반 이상이 친환경 난방, 태양열 발전소, 열 펌프 시설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난방 형태를 바꿨다.[7] 삼소섬은 21기의 풍력발전기와 함께 밀짚 등을 사용하는 바이오매스 난방시설 3기와 태양열 및 목재 칩을 활용하는 난방 시설 1기를 가동 중이다.[8]

삼소섬은 대규모 재생에너지 시설을 운영하면서 일상에서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는 소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스포츠센터, 학교, 의회, 항구 등의 건물 지붕에 태양열 전지판을 설치한 것이 대표적이다. 태양열 전지판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578메가와트시(MWh)의 전기가 절약된다. 전기료 및 난방비로 환산하면 연간 50만 덴마크 크로네(9100만 원)를 절감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간 탄소배출량 역시 프로젝트 시행 후에 몇 년간 전년도 대비 매년 7~10% 줄었다.[9]

삼소섬은 풍력, 태양열, 바이오 등 재생 에너지 생산에 적합한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덴마크 삼소섬은 수심 5~15m의 얕은 바다가 둘러싸고 있다. 이러한 환경은 50m 높이에서 풍속 약 8.5~9m/s의 바람을 일어 풍력발전에 적합하다.[10]

덴마크 기상연구소(DMI)에 따르면 삼소섬은 연중 온도 변화가 크지 않아 일조 시간이 길고 강우량이 적다. 삼소섬의 연평균 기온(9.3°C)은 덴마크 평균(8.9℃)을 웃돌아 덴마크에서 세 번째로 높다.[11] 삼소섬의 주요 산업은 온화한 기후를 이용한 감자, 양파 재배 등의 농업이다.[12] 전체 토지 면적 114㎢ 중 절반이 넘는 81㎢가 경작지로 사용된다.[13][14][15] 

삼소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
 

공공 의제를 논의하는 삼소섬 주민들 ⓒ 유튜브 갈무리

   
삼소섬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는 참여자 간의 긴 논의 끝에 실현됐다. 무엇보다 이 프로젝트를 성사시키 위해선 4000명에 달하는 섬 주민의 참여가 필수적. 삼소섬 에너지 아카데미 소렌 헤르만센 이사는 주민들에게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논의 초반에 주민들은 헤르만센 이사의 제안에 미온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공익 실현과 주민 수익 창출이 동시에 가능한 프로젝트라는 점을 부각해 프로젝트 시행에 동의하게 된다. 실제로 프로젝트의 중요한 가치 중 하나는 참여자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었다.[16] 헤르만센 이사는 TED 강연을 통해 "수익성과 급여 등 프로젝트 참여자 개개인에게 필요한 요소를 보여주는 데 신경 섰다"고 설득 과정을 소개했다.[17]

삼소섬은 66세 이상 노인이 인구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비교적 낙후된 지역으로,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시작한 1990년대 후반에는 섬의 주요 산업 중 하나였던 도축업이 중단돼 80여 가구가 실직하는 등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18]
 

삼소섬의 육상 풍력발전 ⓒ 삼소섬


삼소섬 주민들은 지원금 5800만 유로(845억 원) 중 70%를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에 투자했다.[19] 재생에너지 설비의 대부분이 주민 소유이다. 삼소섬 육상 풍력발전기 11기 중 9기는 섬 주민이 개인 또는 공동으로 소유했으며, 나머지 2기도 협동조합 형태로 섬 주민이 보유했다. 해상 풍력발전기는 10기 중 5기를 삼소섬 자치정부가 소유했으며, 3기는 공동 소유, 2기는 협동조합 소유였다. 바이오매스 난방시설 3곳 중 2곳을 협동조합 등을 통해 섬주민이 공동 소유했다.[20]

잉여 전력을 판매한 수익은 섬의 풍력발전단지 지분을 소유한 수백 명의 주민들에게 돌아갔다.[21] 또한 재생에너지 설비 설치 및 유지보수에 섬 자체의 노동력을 활용하면서 삼소섬 내에 많은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2006년에는 '삼소에너지아카데미'가 건립돼 고임금 일자리가 창출됐다. [22]
     
최근 유지 및 관리 어려움으로 대다수의 주민이 에너지 회사에 풍력 발전 단지 지분을 매각했다. 매각에 찬성한 주민은 약 95%이다.[23] 재생에너지 설비를 가동하기 위해선 초기 설비자금과 운영자금이 필요하다. 설비를 운영할 주체와 인력도 확보돼야 한다.

그러나 긴 시간에 걸쳐 작동하는 설비를 유지 및 관리하는 일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단종된 부품을 확보해야 할 때는 막대한 비용을 들여 부품을 복제해야 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감소한다. 자본력을 갖춘 에너지 대기업은 이런 위기에 쉽게 대처할 수 있지만, 삼소섬의 주민은 그렇지 않다.[24]

삼소섬의 재생에너지 설비 소유구조는 내부 구성원 중심에서 외부 자본으로 바뀌었다. 삼소섬의 공동체성이 기업 이윤에 잠식된 것에서 프로젝트의 순수성이 훼손됐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재생에너지로 운영된다는 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혁신의 섬 프로젝트'
 

삼소섬의 해상 풍력발전기 ⓒ 삼소섬 에너지 아카데미


공동 소유의 시대는 끝났고 삼소섬은 다른 프로젝트에 착수했다.[25] 삼소섬이 유럽 국가들과 함께 진행하는 '혁신의 섬 프로젝트'는 섬에 기업 활동을 유치하고 인력을 모을 수 있는 공공정책 수립을 목표로 한다.

유럽의 섬 지역은 관광업과 농업에 의존하는 경제구조, 공공 서비스 중단으로 인한 생산 및 운송 비용 증가, 고령화 등의 문제를 겪고 있다.[26] 특히 제한된 취업 기회로 고등 교육을 받은 젊은 인구가 본토로 유출돼 섬 인구가 감소하고 있다.

삼소섬은 섬을 '테스트베드'로 만들어 젊고 혁신적인 사업가들이 새로운 기술과 제품의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자 한다. 사업가 유치를 통해 경제적 활력을 찾고 인구를 늘린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유럽 지역 간 교류를 통한 우수사례 선정, 공공 정책 실행을 위한 계획 계발 등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27]

'야간 조명 (제거) 프로젝트'는 빛 공해 저감과 밤하늘 보존을 위해 시행된다. 삼소섬이 속해 있는 덴마크는 빛 공해 분야와 관련된 정책이 없다. 삼소섬은 빛 공해에 대한 인식조사, 구체적인 조치 마련 등을 통해 덴마크의 빛 공해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고 있다. 네덜란드, 헝가리, 스페인 등 다양한 국가와 협력해 자연보호구역을 지정하고 어두운 밤하늘을 보존하는 생태관광 서비스 및 시설 도입 등을 추진 중이다.[28]
          
우리나라 울릉도와 가파도가 삼소섬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여 협력 중이다.[29] 2015년 9월 울릉도는 특수목적법인 울릉에너피아를 출범하며 에너지 자립섬 사업을 본격화했다. 2020년까지 울릉도 디젤발전기를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에너지저장장치 등으로 대체하는 것을 목표로 녹색 섬 만들기 프로젝트를 시행했다.

그러나 2016년 유가하락으로 신재생에너지 수익성 감소, 2017년 포항지진에 따른 지열 발전 사업 중단 등을 이유로 사업 추진동력이 상실됐다.[30] 제주 가파도 역시 태양광패널 38개, 풍력발전기 2대, 에너지 저장장치를 도입해 전력 자급자족을 이뤄낸 사례로 꼽히지만 특별한 진척사항을 확인하기 어렵다.[31] 덴마크 삼소섬과 달리 한국의 녹색 섬은 여전히 멀게만 느껴진다.

글: 안치용 아주대 융합ESG학과 특임교수, 이은서·이수빈 기자(지속가능바람), 이윤진 ESG연구소 연구위원
덧붙이는 글 [1]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2] Diane Cardwell. (2015.01.17). Green-Energy Inspiration Off the Coast of Denmark. The New York Times.
https://www.nytimes.com/2015/01/18/business/energy-environment/green-energy-inspiration-from-samso-denmark.html

[3]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4] Facts about Samsø
https://www.visitsamsoe.dk/en/inspiration/facts-about-samsoe/

[5] Energy Academy
https://energiakademiet.dk/wp-content/uploads/2018/12/Folder20DK_v12_FINAL-2.pdf

[6]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7] Energy Academy
https://energiakademiet.dk/wp-content/uploads/2018/12/Folder20DK_v12_FINAL-2.pdf

[8] Facts about Samsø
https://www.visitsamsoe.dk/en/inspiration/facts-about-samsoe/

[9] Clean Energy for the Island
https://www.visitsamsoe.dk/en/inspiration/clean-energy-island/

[10] Wind energy in Denmark - EPU-NTUA, Greece
https://web.archive.org/web/20080725044348/http://managenergy.net/products/R1467.htm

[11] The weather on Samsø
https://www.visitsamsoe.dk/en/inspiration/the-weather-on-samsoe/

[12]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13] Facts about Samsø
https://www.visitsamsoe.dk/en/inspiration/facts-about-samsoe/

[14] 단위변환: 8100ha=81 km2

[15] EINE INSEL VOLLER ENERGIE
https://www.ews-schoenau.de/energiewende-magazin/zum-glueck/eine-insel-voller-energie/

[16] EINE INSEL VOLLER ENERGIE
https://www.ews-schoenau.de/energiewende-magazin/zum-glueck/eine-insel-voller-energie/

[17] Commonity = common+community: Søren Hermansen at TEDxCopenhagenSalon
https://www.youtube.com/watch?v=G-xFXOJNxAQ

[18]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19] Energy Academy
https://energiakademiet.dk/wp-content/uploads/2018/12/Folder20DK_v12_FINAL-2.pdf

[20]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21] Green-Energy Inspiration Off the Coast of Denmark
https://www.nytimes.com/2015/01/18/business/energy-environment/green-energy-inspiration-from-samso-denmark.html

[22]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23] EINE INSEL VOLLER ENERGIE
https://www.ews-schoenau.de/energiewende-magazin/zum-glueck/eine-insel-voller-energie/

[24] EINE INSEL VOLLER ENERGIE
https://www.ews-schoenau.de/energiewende-magazin/zum-glueck/eine-insel-voller-energie/

[25] EINE INSEL VOLLER ENERGIE
https://www.ews-schoenau.de/energiewende-magazin/zum-glueck/eine-insel-voller-energie/

[26] Islands of innovation
http://arkiv.energiinstituttet.dk/644/3/0470%20P0%20ENG%20WEB%20brochure%20IslandsofInnovation%202018-01-10.pdf

[27] Islands of innovation
https://energiakademiet.dk/islands-of-innovation/

[28] NATTELYS Formål og beskrivelse
 https://energiakademiet.dk/nattelys/

[29] 주덴마크 대한민국 대사관
https://overseas.mofa.go.kr/dk-ko/brd/m_7152/view.do?seq=910827

[30] 울릉도 친환경 에너지자립섬 정부 무관심으로 사업 좌초, 헤럴드경제
https://naver.me/x9cRiFlO

[31] ['국내 최대 에너지 자립섬' 울릉도] ①전력 자급자족 최적지 울릉도, 매일경제
https://news.imaeil.com/page/view/201612060404113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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