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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론을 진행하는 패널리스트 토론자들
▲ 토론자들 △ 토론을 진행하는 패널리스트 토론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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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의 '큰손' 국민연금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2040년까지 넷제로(Net zero: 탄소중립)를 달성하기 위해 투자 기업에 적극적으로 관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금 고갈을 막기 위해서라도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공적 연금과 같이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국회의원과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한 '국민연금 2040 넷제로 달성방안 토론회'에서는 국내 최대 공적 연기금인 국민연금이 '넷제로 선언'을 포함한 기후행동에 나서게 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국민연금 측에서는 ESG 펀드의 낮은 수익률을 지적했고, 기업 쪽에서는 2040 넷제로 목표가 비현실적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주제발표에서 배희은 AIGCC 투자관행 이사가 '해외 연기금들이 넷제로 선언, 계획, 이행 등 탄소중립에 적극적으로 나선 사례를 소개했다. AIGCC(Asia Investor Group on Climate Change)는 자산 규모의 총합이 35조원에 달하는 70여 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넷제로 목표를 설정하도록 돕는 단체이다.

배 이사는 "국민연금 운용자산의 절반 정도인 캘리포니아 교직원연금(CalSTRS·캘스터스)은 기후금융 투자를 2005년에 했을 정도로 선도적이었다"며 "투자의 3분의 1은 대체투자이며 이 상당 부분을 기후 솔루션에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캘퍼스(CalPERS: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는 미국 최대의 공적 연금으로 4 가지 넷제로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며 4대 옹호활동(Advocacy), 주주관여(Engagement), 통합(Integration), 파트너십(Partnership) 등을 소개했다.  

김태한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수석연구원은 "제5차 국민연금 재정추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0년에 기금이 최대치로 적립되고, 2055년에 모두 소진된다"며 "국민연금의 고갈 문제는 연금 수급 시기를 늦추거나 납부액 증액 혹은 수령액을 줄이는 방법보다는 연금의 운용 수익을 늘려서 해결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그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률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 리스크의 관리가 중요하므로 넷제로 목표를 빠르게 수립하고 우수한 로드맵을 갖추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수석연구원은 "국민연금은 국내에 1000개 이상의 기업에 지분을 보유한 유니버설 오너(Universal Owner)로서 개인 투자자처럼 지분 거래를 할 수 없으므로 적극적인 주주관여(Engagement) 활동으로 기업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주주행동주의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일관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는데, 이는 넷제로와 관련한 판단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윤세종 플랜1.5 변호사는 해외에는 많은 주주관여 사례들이 있으나 국내에서는 관측되지 않는 이유로 정관에 기후 관련 주주제안을 허용하는 내용이 없다는 점을 지적했다.

"주주제안 기준 정관 변경 시급"..."국민연금 환경 관련 정보 입수율 50%도 안 돼" 

윤 변호사는 코스트코, 필립스66, JP모건과 시티뱅크, 엑손모빌에 관한 투자자 관여 활동을 주주행동주의의 대표 사례로 꼽았다. 주주들은 각 회사에 ▲탄소중립 목표 채택(코스트코) ▲탄소중립 이행 계획 공시(필립스66) ▲화석연료 투자 중단 정책(JP모건, 시티뱅크) ▲이사 선임에 대한 주주제안을 했다고 소개했다.  

윤 변호사는 이어서 "한국의 상법은 주주제안을 크게 제한하고 있는데, 일본은 우리의 상법과 비슷하지만 석탄 투자를 계속하는 은행에 기후 환경단체의 안건이 제안되고 기관투자자들이 찬성 의사를 표시하고 있다"며 일본의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의하면, 일본의 미즈호은행, MUFG, 스미토모는 주주들이 파리협정에 부합하는 경영 전략을 요구하는 주주제안을 했고 이 안건은 표결까지 이어졌다. 그는 "이 안건이 통과하지는 않았지만 상당수의 주주들이 찬성한다는 의사를 밝힘으로써 기업과의 협상에서 상당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윤 변호사는 "한국은 주주제안을 하려면 상장기업을 기준으로 볼 때 지분 0.5% 이상을 모아야 하며 시총이 1조원 이상인 코스피 200 기준으로는 최소 50억원 정도의 지분을 보유해야 주주제안권을 행사할 수 있다"며 "다른 국가 보다 법적 진입장벽이 높으므로, 주주제안의 기준이 되는 정관의 변경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개별 기업이 정관에 기후변화 리스크에 대한 주주제안을 허용하는 조항을 넣을 수 있고, 이게 부담스럽다면 주주제안이 통과되더라도 권고의 효력만 가능하다고 하는 '권고적 주주제안'을 포함하는 방안도 있다"고 설명했다.
△ 주제발표를 하는 윤세종 플랜 1.5 변호사
▲ 윤세종 변호사 △ 주제발표를 하는 윤세종 플랜 1.5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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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진행된 토론에서는 국민연금의 '2040년 넷제로 달성방안'과 실현가능성을 두고 치열한 토론이 벌어졌다.

맨먼저 토론자로 나선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다른 글로벌 5대 연기금과 비교해서 기후 리스크 관리를 위한 금융배출량(투자한 회사가 탄소를 얼마나 배출하는지), 주주관여, 넷제로선언, 투자 목표, 공동 행동 부문에서 대응 속도가 느리다"고 비판했다. 송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은 상대적으로 기후리스크 대응체계의 구축이 느린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기후리스크 관리체계의 구축이 시급하다."면서 "TCFD(Task Force on Climate 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를 지지하여 금융배출량을 측정해야 하고, 최근 한전에 대한 지분율을 줄였는데 포트폴리오를 변경하기보다는 주주관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종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사무국장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이 조사한 결과 국민연금은 환경과 관련한 정보 입수율이 50%에도 미치지 못한다"며 "부족한 정보로는 투자 의사 결정에 있어서 왜곡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국장은 "국민연금은 부족한 정보 입수율에도 기업에 정보공개 요구를 하지 않는다"며 "이에 대해 포트폴리오가 노출될 수 있다는 이유를 제시하지만, 투자 수익에 문제가 발생하면 국민에 대한 수탁자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연금 "ESG 펀드 수익율 낮은 게 딜레마"...경총 "2040 넷제로는 비현실적"

이어서 원종현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상근전문위원은 "국민연금은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에 관한 각 문제에 대한 안건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찬성하려는 입장이지만, 안건이 없고 소수 주주로서 주주제안을 해도 90% 이상 통과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원 전문위원은 "주주제안이 상법상 기업경영참여 주주권이 되면, 국민연금이 해당 기업의 주식을 통해 얻는 이익을 회사에 반환해야 하므로 조심스럽다"며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할 수 있도록 법 개정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서 "국민연금은 유니버설 인베스터로서 ESG에서 기후뿐만 아니라 사회와 거버넌스도 고려하고 있으며, 수탁자 책임을 다하기 위해 ESG를 좋은 도구로 사용하지만 ESG 펀드를 수익률의 측면에서 3년 평가를 해보면 다른 펀드에 비해 성과가 좋지 않다는 점이 딜레마"라고 분석했다.

마지막으로 토론에 나선 손석호 한국경영자총협회 사회정책팀장은 "국민연금이 넷제로를 선언한다는 의미는 포트폴리오 내의 기업들이 모두 넷제로를 해야 한다는 뜻"이라며 "방향성은 지지하지만 2040년이라는 기간은 너무 이르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국민연금은 수익성을 제1원칙으로 하고 환경, 에너지, 산업, 기업, 국가 정책을 모두 고려해야 하지만 ESG가 목적은 아니다"라며 "넷제로는 기업에 있어서 큰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 일로 해외 연기금이 설정한 2050년 넷제로가 아닌 2040년 넷제로 목표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이날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과 함께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한정애 의원은 개회사에서  "국민연금이 2021년 탈석탄을 선언했지만 관련 기준이나 가이드라인 조차도 마련해 놓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민연금이 지속가능한 대한민국을 위해 주주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의원은 이어서 "국민연금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을 하고 있다"며 "이 모든 자산에서 발생하는 금융배출량은 우리의 예상보다 훨씬 큰 수준일 것이라고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세계 주요 금융기관들의 넷제로 연합체인 '글래스고 금융연합(GFANZ)'도 출범해 활동하고 있다"며 "금융 분야 탄소중립에 있어서 국민연금의 비중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영호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이사장은 환영사에서 "각국마다 상황이 다르지만, 큰 방향은 탄소중립으로 확고히 가고 있다."며 "지금 국민연금을 개혁하지 않으면 안된다. 석탄투자를 줄이는 약속과 함께 기업을 통한 간접적 탄소배출을 과감히 줄이는데에 합의하느냐가 관건이다. 기금 적립 최대 시점인 2040년 안에 넷제로 달성과 2030년까지 최대한의 기후행동을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태그:#국민연금, #넷제로 , # 토론회, #한정애 ,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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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도청 및 국가철도공단, UNESCAP 등에서 약 34년 공직생활을 하면서 틈틈히 시간 나는대로 제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온 고창남이라 힙니다. 2022년 12월 정년퇴직후 시간이 남게 되니까 좀더 글 쓸 수 있는 시간이 되어 좀더 열심히 하려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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