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암사를 왜 꽃절이라 부르는지 그 이유를 온몸으로 실감한 하루였다. 조계산 동쪽 기슭에 자리잡은 순천 선암사는 백제 성왕 때 아도화상이 창건했다는 천년 고찰이다. 2018년 '한국의 산지승원'이라는 명칭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승주 IC를 빠져나와 선암사에 도착하여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절집으로 오르는 길. 월정사와 내소사 전나무길과 함께 무척 좋아하는 길이다. 계곡에 흐르는 물소리를 들으며 완만하게 경사진 푸근한 흙길을 걷노라면 편안하고 여유롭다.
승선교와 강선루에서 잠시 머물렀다가 절집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속으로 '정말 아름답다'는 감탄사를 외쳤다. 뒤이어 들어오는 사람들마다 감탄사를 쏟아내었다.
▲ 종무소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난 겹벚꽃 ⓒ 김숙귀
절집이 온통 만개한 겹벚꽃으로 뒤덮혀 있었다. 종무소 앞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겹벚꽃을 마주하며 풍성하고 아름다운 꽃송이를 바라보았다. 아름다운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위안은 참으로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구경을 마치고 해우소에 들렀다. 정호승 시인의 '선암사'라는 시가 생각난다. '눈물이 나면 선암사 해우소로 가서 실컷 울어라. 그러면 풀잎들이 눈물을 닦아주고 새들이 가슴속으로 날아와 종소리를 울린다'고 했다. 시구를 떠올리며 다시 내려오는 길. 연두색 잎새들이 뿜어내는 청신하고 싱그러운 봄기운이 온몸을 감싼다.
선암사 겹벚꽃은 지금 한창이다.
▲ 내려오는 길에 승선교를 거닐어보다. 승선교는 무지개형태의 다리로
보물 제 400호로 지정되어있다. ⓒ 김숙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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