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교육청합의이행을위한유천초투쟁공대위(아래 공대위)가 17일 서울시 중구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공대위는 "면담 대기 중인 교사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한 춘천경찰서를 규탄한다"면서 "강제 연행에 모자라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적반하장"이라고 주장했다.
강릉 유천초 김나혜, 남정아, 윤용숙 교사는 "유천초 혁신학교 지정 취소 철회와 교사 3인에 대한 징계·전보 결정 취소"를 요구하며 전임 민병희 강원도 교육감과 마찰을 빚어 왔다. 그러다 신임 신경호 교육감이 취임하며 합의에 이르는 듯했으나 강원도교육청이 돌연 "교육부의 법령 해석을 거친 결과 해당 교사들이 원하는 복귀 발령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내면서 다시 갈등이 점화됐다.
이들은 신 교육감과의 면담을 요구하며 교육감실 출입구에서 농성을 벌였으나 2일 차인 지난 3월 28일 오후 경찰에 의해 퇴거불응 혐의로 현행범 체포됐다. 춘천지방검찰청은 그 중 김나혜 교사에게 4월 12일 퇴거불응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 오늘(18)일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다.
박옥주 유천초 공대위 대표는 "교육감에게 약속을 지키도록 중재해야 할 경찰이 오히려 선생님들을 폭력적으로 연행했다"라며 경찰을 비판했다.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국가권력에 의한 인권침해를 방지하기 위한 감시기능을 하는 인권위가 신속한 결정을 내려야 할 문제"라고 진정 취지를 설명했다.
권영국 변호사는 "구속을 하려면 주거지가 불명확하거나 도주의 우려가 있거나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어야 하는데, 김나혜 교사는 주거가 명확하고 추가조사도 성실히 받아 도주의 우려가 없다"며 "이런 경우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라고 지적했다. 체포 당사자인 남정아 교사는 "신체적 고통, 정신적 충격, 정서적 수치심과 자괴감에 몸서리치며 잠 못 이루는 수많은 밤을 보내고 있다"며 후유증을 호소했다.
공대위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면담 대기 중인 유천초 분회 교사들에 대한 춘천경찰서의 폭력연행과 이를 사주한 강원도교육청을 규탄한다"며 "여성 한 명에 경찰 7~8명이 달라붙어 사지를 들어 연행했다. 옷이 벗겨주고 소지품도 챙기지 못했으나 경찰은 강제 연행을 멈추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또 "수갑까지 채워지고, 경찰에 의해 목이 눌린 사람도 있었다"며 "5명밖에 안 되는 교사와 연대자들을 어떻게 이렇게 흉악범 대하듯 대할 수가 있느냐"고 물었다.
박범정 춘천경찰서장,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등 피진정인으로
이어 "그들은 미리 약속된 신경호 교육감과의 면담 성사를 바라며 2층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었을 뿐이었다"며 "다시 면담을 잡아달라는 호소에 돌아온 것은 약속이 아닌 경찰력이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원도교육청은 퇴거불응이라며, 춘천경찰서 경찰은 폭력을 사용해 모욕적이고 위협적으로 교사들을 체포했다"면서 "현행범 체포 요건을 충족했다고 보기도 어려우며 퇴거불응을 하게 된 경위의 타당성도 고려되지 않은 직권남용"이라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또 "합의를 믿고 부당징계 당한 교사들은 농성을 정리했다. 그러나 합의한 지 9개월이 지나도록 교육감은 어떤 조치도 이행하지 않았다"며 농성 재개 원인은 신경호 교육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수사 과정에서 '저 사람 불쌍하다고 봐주지 마, 공무집행방해로 넣어버려' 등 협박성 발언을 했다고 주장하며 "춘천경찰서의 폭력은 헌법과 실정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김나혜 교사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는 적반하장"이라며 "인권위에 춘천경찰서와 강원도교육청의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진정한다"고 밝혔다. 또 "신경호 교육감이 합의사항을 이행하여 부당한 징계를 받은 교사들이 현장으로 돌아가 교사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대위는 진정서 피진정인으로 박범정 춘천경찰서장, 춘천서 경비과장, 춘천서 강력계장, 신경호 강원도교육감, 김병규 부교육감, 김익중 교육감 비서실장 6명을 명시했으며 영장실질심사 당일인 오늘 낮 12시 30분 춘천지방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추가로 입장을 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