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화

서울

포토뉴스

판화 공방을 그렸다. 가까이 있는 대형 프레스는 검은색 잉크로 그리고 원경은 붉은 색 잉크로 그려서 2도 인쇄 처럼 그렸다. ⓒ 오창환
 
<오마이뉴스>에 쓴 기사를 모아서 책을 냈다. <앤디의 어반스케치 이야기 -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다. 기사에서 사용하는 그림과 사진은 화소가 적어서 늘 아쉬웠는데, 책을 내면서 깨끗한 그림과 사진으로 바꾸고 사진도 추가해서 책을 만들었다.

그러나 인쇄물이 제아무리 좋아도 원화를 따라갈 수는 없다. 책 출판을 계기로 전시회를 하기로 했다. 책에 들어가는 그림 원화전이다. 홍대입구역 7번 출구로 나오면 경의선 책거리가 있는데, 그 안에 경의선 갤러리가 있다. 마치 열차 2량을 붙여놓은 것 같은 갤러리인데, 그곳에서 5월 24일부터 30일까지 전시회를 한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 개인전이라 좀 여유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는 않다. 첫 번째 개인전은 첫 번째라 어렵고 두 번째 개인전은 두 번째니까 어려운 것 같다. 무엇보다 갤러리가 너무 커서 그 큰 갤러리를 다 채우는 것이 문제다. 고민 끝에 그동안 조금씩 해오던 도자 조각 작품과 나뭇가지를 이용한 나무 조각도 선보이기로 했다.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다.

그리고 지난 전시회 아쉬웠던 점이 있었는데 전시된 그림을 사고 싶은데,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분이 많았다. 그래 이번 전시회는 누구나 쉽게 사서 편하게 걸어 놓을 수 있는 판화를 만들기로 했다. 판화를 배울 수도 있고 프린트도 할 수 있는 판화 공방을 수소문해보니, 등잔 밑이 어둡다고 자주 가는 홍대 앞에 판화 공방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이 공방에서는 판화 제작 기법도 가르쳐주고 판화 프린팅도 할 수 있다. 판화 하면 흔히 목판화를 생각하는데 사실 종류도 매우 많고 기법도 다양하다. 판화공방을 찾는 분들을 보면 처음 하는 분도 있고, 전문가 수준의 작가님도 있다.

나같이 개인전에 낼 작품을 만들려고 오는 경우도 있었다. 이 공방은 각자 요구하는 대로 가르쳐주고 작품 제작도 지도해 주니 얼마나 좋은가. 다만 수업료가 조금 부담이 되기는 한다.
 
월요일 2시 수업을 신청했는데, 공방에 들어서서 잉크 냄새를 맡으니 판화 공방에 왔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작업실 안에는 작업대와 대형 롤러가 있고 수많은 공구와 벽면을 가득 채운 알록달록한 잉크가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다.
    
나는 선인장을 그려 가지고 갔는데, 조각도로 목판에다 파는 작업을 했다. 다른 사람들도 각자 자기 작업을 하는데, 내 앞에서 실크스크린 작업을 하는 작가님이 뭔가 예사롭지가 않다. 그 작업은 혼자서 하기 힘든 작업이라 스튜디오 측에서 한 분이 전담해서 도와주고 있었다. 그런데 작가님과 조수의 댓거리가 마치 옛날식 스탠딩 코미디였던 만담처럼 재미있는 게 아닌가. 나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 : "실크스크린은 돈 주고 주문하면 된다는데..."
작가 :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맡겨요. 사실은 저도 이런 작업은 처음이에요. 이정재씨가 판화를 한번 해보라고 하더라고요."
나 : "영화배우 이정재씨요?"
작가 : "네, 아 사실 제가 조선희예요."


조선희 작가님은 인물사진, 특히 연예인 사진으로 엄청 유명한 분 아닌가. 사진작가이지만 이렇게 새로운 시도를 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일주일 후 두 번째 수업시간에는 완성된 목판에 잉크를 바르는 잉킹(inking) 작업을 배우고 목판화를 찍었다. 선인장 형태는 검은색으로, 내부는 오렌지와 연두색을 그러데이션으로 섞어서 프린트를 했다. 처음이라 서툴다. 그래도 어찌어찌 10장 정도를 찍었다. 조선희 작가님이 내 작품을 보더니 말했다.

"찍어 놓으니까 멋지네요. 하지만 한국 남자들은 색을 너무 보수적으로 써요. 오렌지색 말고 아주 선명한 핑크는 어때요? 저는 선인장도 좋아하니까. 아예 조선희 선인장이라고 이름 붙여주세요!"

세 번째 수업은 두 주를 건너뛰고 5월 8일에 갔다. 전시회에 내기 위해서 최대한 많이 찍으려고 1도로만 프린트하고 내부는 수채 물감으로 채색을 하기로 했다.
 
조선희선인장 조선희 작가님 조언대로 선명한 핑크색 선인장을 만들었다. 화분의 도트 무늬는 내가 넣었다. ⓒ 오창환
 
처음 판화 공방에 갔을 때는 300장 정도 찍어서 저렴하게 판매하려고 했는데, 첫 번째 수업을 마치고 계획을 수정해서 100장 정도 찍어서 가격을 좀 올려야 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3시간 동안 28장을 찍었다. 공방에서 판화 작품을 너무 저렴하게 팔지 말라고 조언하는 이유를 알 것 같다.

공방에서 어깨너머로 다른 판화 작업을 보니, 판화는 복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을 뿐 아니라 판화 고유의 표현 방식이 있어서 매력적이다. 틈틈이 판화 작업을 하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두 번째 수업 시간 시작하기 전에 공방에 미리 가서 스케치를 했다. 공방에서 가장 인상적인 대형 프레스 기계는 검은 잉크로 그리고 그 너머로 보이는 공구 들은 붉은 잉크로 그렸다. 두가지 색으로 찍는 판화를 2도 판화라 하는데, 이 그림은 말하자면 2도 스케치다. 처음 보았을 때는 생소한 공구들이었지만 몇 번 사용해 보니 용도를 어느 정도 알겠다.
    
이번 전시에는 판화 작품에다가 판화공방 스케치까지 전시할 수 있으니 원 플러스 원(1+1)이다.

오늘도 그리러 갑니다 - 앤디의 어반스케치 이야기

오창환 (지은이), 도트북(2023)


태그:#판화, #조선희선인장, #오늘도그리러갑니다, #경의선갤러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