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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에 소용없는 임도와 숲가꾸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창녕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에 소용없는 임도와 숲가꾸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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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림청에서 산불 예방을 위해 해온 임도와 숲 가꾸기 정책을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경남 창녕·김해양산·진주환경운동연합과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올해 발생한 합천 산불 현장조사 결과를 통해 이같이 제시했다.

앞서 경남에서는 산불이 잦았다. 지난 3월 8~11일 사이 합천에서 162ha(축구장 228개 넓이), 3월 11~12일 사이 하동에서 91ha의 산불 피해가 발생했다. 두 산불을 비교하면 강도는 합천이 '나무 꼭대기까지 다 타는 수관화(나무전체를 태움)'를 보였고, 하동은 '지표화로 타다가 스스로 꺼진 상황'이었다.

합천은 콘크리트 포장 임도가 있었지만 하동은 없었다. 합천은 숲 가꾸기사업을 해서 하층 탈 것이 모두 제거했고, 하동은 같은 사업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임목 밀도를 보면 합천은 '낮게 조절'이었고 하동은 '높음'으로 나왔다. 진화작업을 보면 합천은 주야 총력이었던 반면 하동은 주간만 이루어졌다.

쉽게 말해 피해가 컸던 합천 산불 현장은 산림청에서 했던 임도 개설에다 숲 가꾸기 사업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피해가 적었던 하동은 두 사업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숲 가꾸기 사업, 임도 개설은 산불 대형화 원인"

민간조사단은 올해 발생한 합천 산불과 지난해 났던 밀양 산불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였다. 이번 현장조사에는 홍석환 부산대 교수도 참여했다.

이들은 먼저 '숲 가꾸기 사업'이 산불예방에 도움이 되었는지부터 따졌다. 산림청은 산불 예방을 위하여 임목의 밀도가 낮아야 한다며 숲 가꾸기 사업이 산불예방에 필요한 사업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소나무 등 큰 나무만 남겨두고 작은 나무는 없애는 방식이다.

민간조사단은 "현장 조사결과 합천 산불 피해지역은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되어 소나무 외 참나무 등 하층식생은 모두 베어버린 곳으로 임목의 밀도가 낮았다"며 "그러나 산불피해는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된 지역에서 대부분 발생하였고 오히려 하층식생 유지, 참나무숲, 상록수-소나무 혼합림에 도달해서는 산불은 확산되지 않고 꺼진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이는 소나무의 보습제인 송진이 연료 역할을 해 산불 당시 불었던 바람으로  수관화 현상으로 소나무 숲 전체를 태웠지만, 하층구조가 유지된 참나무-상록수 혼합림에 도달해서는 소나무조차도 타지 않았다. 지표면의 마른 잎만 태우는 지표화 현상을 보이다 불이 저절로 진 것"이라며 "산불은 상록수 혼합림이 살아남은 지역은 대체로 계곡주변이었는데 이곳은 남기고 다음 소나무림으로 넘어 또 태우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임도는 산불 진화에 도움이 될까. 산림청은 "임도는 나무가 빽빽하게 들어선 숲에 도로를 개설하는 건 숲의 간격을 벌려 산불 발생 시 산불의 이동을 막아 대형산불로 확산되는 것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합천 산불 진화 결과 개설된 임도로 인해 산불진화차가 투입돼 산불진화에 큰 기여를 했다며 앞으로 산불진화용 임도를 국립공원을 비롯해 매년 6200억 원을 들여 500km씩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단체 "숲 가꾸기 사업 전면 중단해야" 

환경단체는 입장이 다르다. 민간조사단은 "합천산불은 피해면적 163ha로 불씨가 붙은 지 단 3시간 만에 대응단계 3단계가 발령되어 우리나라가 피해면적 100ha 이상일 경우 규정하는 대형산불에 해당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현장조사결과, 산불은 임도를 중심으로 멀쩡한 지점은 단 한 곳도 없이 송두리째 다 탄 것을 확인하였고, 임도를 따라 산불진화차에 의하여 구조된 것으로 보이는 살아남은 소나무는 단 한그루도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민간조사단은 "이번 산불피해지역 조사에서 드러났지만 소나무 외 다른 모든 나무를 모조리 잘라내는 숲가꾸기 사업은 산불예방의 역할은커녕 산불을 확산시키는 불쏘시개 역할을 하고 있음을 명확하게 확인했다"며 "소나무만을 남기는 숲 가꾸기는 생태계 파괴 사업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이들은 "산림청이 숲 가꾸기 사업을 지속하는 것은 기후위기 시대 탄소흡수원의 역할을 하는 숲의 파괴자로 낙인이 불가피하다. 기후위기 시대에 퇴출돼야 할 행정관청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임을 경고한다"고 날을 세웠다.

이어 "산림청은 임도를 내지 못해 안달이 나 있다"며 "현장조사결과 대형산불을 막아내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사람의 간섭이 아니라 자연 천이에 의하여 형성된 자연적인 숲임을 확인하였다. 특히 대형산불의 경우 발생하면 저절로 꺼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고 한다. 검은연기가 치솟고 불씨가 날아다니는 현장을 사람이 들어가 불을 끄라는 것은 살인행위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이들은 "산불 현장의 실상이 이런데 산림청은 현재 332㎞ 수준인 산불진화용 임도를 매년 6262억 원 예산으로 500㎞ 이상씩 늘려 2027년까지 3207㎞까지 확충하겠다고 나섰다"면서 "아직 발생하지도 않은 대형산물을 대비해 산불진화용 도로를 내겠다니 미친 짓에 국민혈세를 탕진하겠다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산불피해현장의 복구를 위해서는 "인공조림에서 자연복원으로 하루빨리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산불이 났던 밀양에는 현재 편백 산수유나무를 심는 조림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에 대해 민간조사단은 "그동안 토양의 표토층을 지탱해주고 있던 불에 탄 나무를 모두 베어내 버리자, 표토가 침식되어 토양의 산성화 우려가 있었다"며 "뿐만 아니라 절개지를 중심으로 여러 곳에서 퇴적 풍화암반이 드러나면서 부석부석 무너져 내리고 있어 산사태 우려마저 커 보였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반대로 불에 탄 나무가 그대로 서 있고 그 아래에 고사리, 싸리나무, 진달래, 굴참나무, 신갈나무, 갈참나무, 쇠물푸레 등 수많은 종류의 나무들이 식생의 맹아를 형성하고 있었다"면서 "이 식생을 그대로 유지하게 된다면 자연복원을 통하여 자연천이에 의한 자연림이 형성되어 대형산불을 막아주는 자연방화림의 역할까지 하게 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홍석환 교수 "중국, 일본은 산불 급감하는데 우리나라만..."
  
창녕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에 소용없는 임도와 숲가꾸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창녕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에 소용없는 임도와 숲가꾸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홍석환 부산대 교수.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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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에 함께 한 홍석환 교수는 "최근 우리나라 산불이 잦고 대형화하고 있다"며 "그러나 중국과 일본은 산불이 급감하고 있다. 1970년대와 비교해 중국은 80%가량 줄었다. 그런데 우리나라만 유독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림청은 기후변화에 산불은 피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면서 미국 캘리포니아와 호주의 사례를 든다"라며 "그 나라는 여름철인 근기에 대형 산불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와 차이가 있다"며 "비슷한 자연 환경인 중국과 일본은 산불이 급감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만 많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홍 교수는 "숲 가꾸기를 한 산은 대형산불에 노출되어 있다. 지난해 발생한 밀양 산불과 올해 합천 산불을 보면, 두 곳 모두 소나무 숲 하부에 숲 가꾸기 사업을 통해 간벌을 해서 숲 밀도가 줄었고 활엽수가 제로 상태였다"면서 "반면 올해 산불이 하동은 숲 가꾸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산림청이 정한 도로만 임도로 보고 있는데, 일반 도로까지 합치면 우리나라 산에 난 도로는 10배 이상이다. 임도가 적은 게 아니다. 산에 난 도로를 임도로 보면 그 밀도가 매우 높다"고 부연했다.

울진, 밀양 등 최근 몇 년 사이 발생한 대형 산불 현장을 조사한 홍 교수는 "임도가 바람의 통로가 되어 산불이 더 번지는 역할을 하고 있다"라며 "또 숲 가꾸기를 한 지역과 하지 않은 지역의 경계에서 산불이 멈추었다"고 분석했다.

산불이 난 현장의 복원과 관련해 홍 교수는 "지난해 발생한 밀양 산불 현장에 보면 모두 베어내고 경제수목을 심고 있는데, 그렇게 하면 자연 상태에서 잘 자라지 못한다"며 "자연스럽게 참나무를 비롯해 산불에 강한 숲으로 탈바꿈하도록 해야 한다. 졸참나무, 신갈나무 등 활엽수림이 자연 복원되도록 해야 하고 일부 토사 유실이 우려되는 곳에 보식하는 정도로 하면 된다"고 제시했다.

 
창녕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에 소용없는 임도와 숲가꾸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창녕환경운동연합, 김해양산환경운동연합, 진주환경운동연합, 경남시민환경연구소는 17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합천 산불 민간조사단 현장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산불 예방에 소용없는 임도와 숲가꾸기정책을 전면 재검토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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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산불, #경남시민환경연구소, #산림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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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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