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04.26 11:44최종 업데이트 23.04.26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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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국회의원 정수를 100명으로 줄여도 되는지, 원내정당이 늘어나면 정말 정치가 불안정해지는지, 비례대표를 늘려야 여성과 청년 비율도 늘어나는지, 국회의원 선거제도 주요 쟁점을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비교 분석을 통해 아래와 같이 팩트체크합니다.  <편집자말>  

1편 "한국 국회의원 100명이면 충분" '대체로 거짓'
2편 "원내 정당 많으면 정치 불안정" '대체로 거짓'
3편 "비례대표 많을수록 여성·청년 의원도 많다" '대체로 사실'  

 

한국 국회의원 숫자 ⓒ 박종현

 
[검증대상] 한국 국회의원 정수와 보수, OECD 38개국 비교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입니다.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아래 정개특위) 정치관계법개선소위원회에서 지난 3월 17일 제시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안 3가지 가운데 2가지는 비례대표를 50석 더 늘려 350석으로 만드는 안이었습니다. 하지만 정개특위는 결국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하는 3가지 결의안을 국회 전원위원회에 제출했습니다.


정치권은 물론 여론 반응도 엇갈리는데요. 일부 보수 성향 정당과 정치인들은 미국 연방의회 의원 수를 들어 우리 국회의원 정수도 80~100명 정도면 충분하다며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반면 정의당·녹색당 등 진보 정당이나 '2024정치개혁공동행동' 등 시민단체에서는 비례성과 대표성, 다양성 확대를 위해 비례대표 중심으로 의원 정수를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과연 OECD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 국회의원 수는 많은지 적은지, 국회의원 보수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살펴봤습니다.

[검증①] "한국 국회의원 수 100명이면 충분하다?" → '대체로 거짓'
 

자유당은 지난 3월 서울 광화문 4거리에 내건 현수막을 통해 “미국은 인구 3.4억에 상하원 총 535명/ 한국은 인구 0.5억에 국회의원 총 300명”이라면서 “국회의원 수 100명이면 충분!”이라고 주장했다. ⓒ 김시연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지난 3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미국 하원 기준으로 보면 우리는 의원 80명이면 되는데 현재 의원이 300명이나 된다"면서 "이제 그것도 모자라 또다시 임명직 국회의원을 50명이나 더 증원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어떤 경우라도 국회의원 증원은 결단코 반대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자유당도 지난 3월 "국회의원 수 100명이면 충분!"이라면서 "미국은 인구 3.4억에 상하원 총 535명/ 한국은 인구 0.5억에 국회의원 총 300명"이라는 현수막을 걸었습니다.

반면 정의당은 지난 1월 9일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지역구 240명, 비례대표 120명)으로 늘리는 선거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녹색당은 지난 3월 23일 비례 의석을 중심으로 500석까지 늘리는 '개방형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를 제안했습니다.

한국 적정 의원수는? 미국 기준 83명 vs. OECD 평균 632명

<오마이뉴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2022년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연구>와 국제의회연맹(IPU) 등을 바탕으로 OECD 38개 회원국의 의원 정수와 보수 현황을 전수 조사했습니다.

그동안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국회의원 선거제도 국제 비교 연구시 주로 OECD 회원국을 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지난 2003년 당시 김도종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명예교수와 김형준 명지대 특임교수도 한국국제정치학회 학술지 <국제정치논총>에 실린 논문('국회의원 정수산출을 위한 경험연구: OECD회원국들과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에서 "OECD 회원국을 비교 대상으로 삼은 이유는 이들 국가들이 대부분 경제 수준이 높고 의회정치의 역사가 길며 큰 파행성 없이 민주주의가 작동되고 있어 준거로 삼을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라고 밝혔습니다.

2021년 인구 기준으로 한국 국회의원 정수는 300명이고 의원 1인당 국민 수는 약 17만2483명입니다. OECD 38개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습니다. 그만큼 인구 대비 의원 수가 적다는 의미입니다. OECD 평균인 8만18812명에 맞추려면 한국도 의원 정수를 632명까지 늘려야 합니다.

미국은 상하원 합쳐 534명으로, 의원 1인당 국민 수가 62만1524명으로 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많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1년 기준 5174만 명이고 미국 인구는 약 3억3189만 명입니다. 미국 기준으로 하면 한국 국회의원 수는 83명이면 되지만, OECD 평균에서 훨씬 멀어지게 됩니다.

OECD 회원국 가운데 인구 5000만 명이 넘는 10개국의 의원 정수를 우리나라 인구 기준으로 비교했습니다. 대표적인 유럽 선진국인 독일, 프랑스, 영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각각 805명, 925명, 1433명이고, 한국 인구 기준으로 환산하면 각각 501명, 707명, 1101명입니다. 이탈리아도 530명으로 독일과 비슷합니다. 일본과 콜롬비아는 290명대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튀르키예는 우리나라보다 50명 정도 많고, 멕시코는 50명 정도 적습니다. 그리고 미국은 83명으로, 10개국은 물론 OECD 38개국 가운데 가장 적습니다.

그동안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과 정수 확대 논의는 정치권과 학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됐습니다. 앞서 2003년 논문에서 김도종·김형준 교수도 "OECD 회원국들과의 비교분석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는 368명에서 379명 수준으로 산출됐다"면서 "의원정수 산출의 기준은 대표성과 효율성으로 제안하며 그 지수는 대표성의 경우 총인구와 GDP 규모, 효율성의 경우 중앙정부예산과 중앙공무원수를 활용했다"고 밝혔습니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는 지난 2015년 7월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OECD에서) 한국처럼 단원제 국가들은 평균 6만2000명당 1인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한국의 국회의원 정수는 802석이 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관련 기사 : "OECD 기준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 수 802석 돼야" https://omn.kr/epeo ).

실제 2021년 기준으로도 OECD 단원제 국가(18개국) 의원 1인당 국민은 평균 4만9159명으로, 양원제 국가(의원 1인당 11만1331명) 절반에도 못 미칩니다. 단원제 국가 기준으로는 한국 국회의원 수는 1053명이 돼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미국은 50개 주가 모인 연방 국가여서 우리나라를 비롯한 다른 비연방 국가들과  의회 체제가 많이 다릅니다. 더구나 OECD에서도 인구 대비 의원수가 가장 적은 나라 기준을 우리나라에 그대로 적용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우리나라 국회의원 정수가 80~100명 정도면 충분하다는 일부 정치권 주장은 '대체로 거짓'으로 판정합니다.

[검증②] "한국 국회의원 보수, 세계적으로 과도하다" → '대체로 사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전원위원회에서 선거제 개편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 남소연

 
의원 정수 문제와 함께 의원 보수 문제도 짚어보겠습니다. 정치권에선 의원 정수를 더 늘리는 대신 의원들이 받는 보수와 같은 특권은 지금보다 더 줄여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월 21일 <오마이뉴스> 인터뷰에서 "(한국 의원들의 임금 수준이) 세계적으로도 과도하다"면서 "2022년 기준으로 국회의원 세비는 1년에 약 1억5500만 원이고, 월 평균 1285만 원이다. 국민 1인당 GDP의 3배가 넘는다. 제가 알기로는 국회의원 세비가 1인당 GDP의 3배가 넘는 나라는 드물다"라고 말했습니다(인터뷰 기사 원문 : "국회의원 월급 절반 깎자" 이탄희가 도발한 이유 https://omn.kr/230c9 ).

2023년 3월 현재 국회 사무처가 공개한 우리나라 국회의원의 연간 보수는 1억 5426만 원입니다. 2021년 구매력평가(PPP) 환율(미국 달러)을 적용하면 19만802달러입니다.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다섯 번째로 많습니다. 콜롬비아가 27만7000 달러로 가장 많고, 튀르키예(25만8000달러), 일본(23만3000달러), 이탈리아(20만 달러) 다음입니다. 미국은 18만2000달러로 여덟 번째로 많습니다. OECD 평균은 약 13만5000달러입니다.

각국의 의원 보수가 그 나라 경제 수준에서 얼마나 높은 수준인지 알아보기 위해, 각국의 1인당 GDP(국내총생산)와 비교했습니다. 한국 의원 보수는 우리나라 1인당 GDP 4만9182달러(2021년 PPP 환율 기준)의 3.9배 수준으로, OECD에서 여덟 번째로 높습니다. 콜롬비아가 16.4배로 가장 높고, 일본과 이탈리아도 각각 5.2배, 4.3배 수준입니다.

OECD 평균은 3.2배이고 의원 보수가 각국 1인당 GDP의 3배 이상인 나라는 독일, 호주 등 13개 나라입니다. 프랑스, 미국, 영국 등 13개국은 2배 수준이고, 스웨덴, 덴마크 등 12개국은 2배 미만입니다. 아일랜드는 0.8배로 의원 보수가 1인당 GDP보다 낮은 유일한 나라입니다.

결국 한국은 다른 OECD 회원국에 비해 의원 국회의원 정수는 적지만, 보수는 높은 수준인 건 '대체로 사실'입니다. 따라서 의원 정수를 더 늘리려면 의원 보수 같은 특권은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이 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팩트체크 기획] - 특별면 바로가기
2편 "원내 정당 많으면 정치 불안정" '대체로 거짓'
3편 "비례대표 많을수록 여성·청년 의원도 많다" '대체로 사실'


[특별면 제작팀] 오마이팩트(데이터·구성) 김시연 강석찬 인터랙티브 디자인 이종호 기획 장유정 그래픽 디자인 : 박종현 개발 양영섭

"한국 국회의원 수는 100명이면 충분하다"

검증 결과 이미지

  • 검증결과
    대체로 거짓
  • 주장일
    2023.03.18
  • 출처
    자유당 현수막, 홍준표 대구광역시장 페이스북 등출처링크
  • 근거자료
    OECD 국가의 의원 1인당 인구수(표3-1) : 중앙선관위 선거연수원 '2022년도 각국의 선거제도 비교표' 재인용자료링크 OECD 국가 2021년 인구 : OECD 인구 데이터(2021)자료링크 OECD 국가 의원 보수 : 오마이뉴스 팩트체크팀에서 2023년 3월 현재 각국 의회 홈페이지와 선거관리위원회 자료 취합자료링크 2021년도 OECD 국가 1인당 GDP와 환율(PPP ; 구매력평가 기준) : OECD, 2021, 2023.03.28, 통계청 경제참고자료자료링크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자료링크 김도종·김형준, ‘국회의원 정수산출을 위한 경험연구: OECD회원국들과의 비교·분석을 중심으로’(국제정치논총, 2003년)자료링크 박명림 연세대 교수 오마이뉴스 인터뷰 기사 "OECD 기준 따르면 한국 국회의원 수 802석 돼야"(2015.7.30)자료링크 뉴스톱, [팩트체크] 한국 국회의원 수 너무 많다?(2018.11.3.)자료링크 네이버 블로그 '패권과 사표율', '2021년 전세계 국회의원 선거제도'(2022.6.18)자료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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