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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물수수, 부정처사후수뢰, 증거인멸교사 등 혐의로 기소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에 대한 공판이 진행중이다. 검찰은 정 전 실장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부터 8차례에 걸쳐 2억4000만 원을 받았고, 대장동 개발 사업 관련 천화동인 1호 지분 24.5%(428억 원)을 약속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진행 중인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 공판과 공통점이 있다. 유 전 본부장 진술의 신빙성이 핵심이란 점이다. 주요 쟁점을 정리한다.[편집자말]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공판에서 한 영상이 화제를 모은 적이 있다. 남욱 변호사와 대장동 사업 초기 동업자였던 정재창씨 등이 5만원권 돈다발을 쌓아놓고 웃는 장면이 담긴 23초 짜리 동영상이었다. 남 변호사와 정씨 그리고 정영학 회계사 등 세 명이 마련한 9000만 원을 전달하기에 앞서 촬영한 이른바 '인증샷'이기도 했다. 

2021년 10월 21일, 검찰은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및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기소했다. 성남시설관리공단 기획관리본부장 재직 당시 '대장동 일당'에게 유 전 본부장이 3억5200만 원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그 중 9000만 원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된 정황을 뒷받침하는 근거로 검찰이 2022년 7월 22일 공판에서 공개한 동영상이 바로 '23초짜리 돈다발 영상'이다.

그로부터 약 8개월이 지난 지금, 23초 짜리 동영상의 '주인공'은 유 전 본부장에서 정진상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으로 바뀐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은 정 전 실장이 대장동 사업 인허가 편의 등을 제공한 대가로 모두 여덟 차례에 걸쳐 2억4000만 원의 뇌물을 받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그 중 9000만 원이 전달된 시점을 2013년 4월 16일로 특정하고 있다. 23초 짜리 '인증샷' 동영상이 촬영된 날짜가 바로 2013년 4월 16일이다.

"2층도 알아서도 안 된다"... "가만 있어봐, 유동규 전달"   
 
2013년 4월 16일 '정영학 녹취록' 중.
 2013년 4월 16일 '정영학 녹취록' 중.
ⓒ 뉴스타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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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초짜리 돈다발 영상 촬영이 어떤 과정을 거쳐 촬영됐는지는 같은 날짜 '정영학 녹취록'에 상세하게 등장한다. 

남  욱 : "형 얼굴하고 같이 한 번 찍자."

정재창 : "아무튼간 단체사진 한 번 찍어, 단체사진."

정영학 : "무슨 단체사진..."

정재창 : "이거는 서로 (..) 돈 놓고 단체사진 한 번 딱 찍어야지."

정영학 : "진짜요?"

정재창 : "않으세요('앉으세요' 오기로 보임. 기자 주), 여기. 어차피 XX 딴 짓 못하게 다들. 이 사람(..) 이리 와. 단체사진 찍어."

정영학 : "나 안 찍을래요. 난 안 죽을라요. 진짜로 찍네."

정재창 : "가만 있어봐. 유동규 전달..."


정영학 : "아, 그걸 왜 써요? 돈, 돈 이걸 왜 써요? 이거를?"

이 상황이 어떤 맥락에서 발생했는지도 2013년 3월 21일 정영학 녹취록,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의 통화를 보면 알 수 있다. 대장동 공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널리 알려진 "2층(이재명 당시 성남시장 측을 의미)도 알아서도 안 된다"는 발언이 여기서 나오는데, 유 전 본부장과의 대화 내용을 남 변호사는 이렇게 전한다. 

남  욱 : "내(유동규 전 본부장)가 크는데 내가 배팅을 좀 해야 될 데들이 있다. 내가 여기서 자리 가지고 크는데, 그걸 좀 도와줘라. 잡자. 이 형 동생 하기로 했으니까, 그걸 형 입장에서 그걸 도와줬으면."

정영학 : "필요하다?"

남  욱 : "예. 도와줬으면 좋겠는데, 다른 놈들 돈은 됐고 사고나니까."

정영학 : "사고 안 나면 흔들어 봤자야."

남  욱 : "예, 이거는 2층도 알아서도 안 되고. 그 다음에 너말고는, 니 부인도 알아서도 안 되고, 라고 얘기를 하면서, 우리 둘만 평생 갖고 가."


정영학의 메모 "유동규 본부장이..."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성남도시개발공사 유동규 전 기획본부장이 11일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의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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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에서 '정진상'이란 이름은 전혀 나타나지 않는다. 정 회계사는 녹취록을 검찰에 제출하면서 당시 상황을 또한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유동규 본부장이 총 4.2억원을 달라고 요구하였는데, 2013. 5. 29 현재까지 총 2.1억이 유동규 본부장에게 돈 전달하였음. 

2013. 04. 02. 70백만원
2013. 04. 16. 90백만원
2013. 04. 16. 10백만원 (이중 9백만원 빌려서... 2013. 5. 29)
2013. 05. 29. 20백만원."


2013년 4월 16일 상황을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가 복기하는 과정 또한 녹취록(2013년 5월 29일)에 존재한다. 역시 정 전 실장 등에게 돈이 전달됐다는 것을 시사하는 발언은 확인할 수 없다.

정영학 : "우리가 처음에 9천을 줬어요? 7천을 줬어요?"

남  욱 : "9천을 준 모양인데요 형, 그러면."

정영학 : "처음에 9천? 그러니까 다음에, 다음날 천만 원을 들고 간 기억이 있어요."

남  욱 : "그건 9천 주고 천 들고 간 거죠."

정영학 : "아, 그런가보다."


남욱의 '형님들' 증언... 2021년 10월 검찰 조서와 큰 차이
 
남욱 변호사가 3월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남욱 변호사가 3월 3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개발 배임 의혹 관련 속행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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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같은 이들의 기억을 현재 검찰은 다음과 같이 판단하고 있다. 

"유동규는 남욱에게 돈을 요구하여 2013. 4. 경 성남시 분당구 서현동 소재 유흥주점에서 남욱으로부터 현금 9000만원을 교부받았다. 정진상은 위와 같은 일시경 위 유흥주점의 다른 방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유동규로부터 위와 같이 마련된 현금 9000만원을 수수하였다. 계속하여 유동규는 다시 남욱이 있는 방으로 와 추가로 1000만원을 더 달라고 요구하였고, 남욱은 유동규의 사무실을 찾아가 유동규에게 현금 1000만원을 전달하였다. 정진상은 2013. 4. 경 성남시청 2층에 있는 자신의 사무실에서 유동규로부터 위와 같이 마련된 현금 1000만원을 추가로 수수하였다." (정 전 실장 공소장 중)

그리고 검찰은 지난 3월 29일 열린 1차 공판에서 9000만 원이 오간 날짜로 2013년 4월 16일을 특정했다. 같은 날짜 정영학 녹취록과 종합하면 이렇다. 남 변호사, 정 회계사, 정재창씨가 별도의 장소에서 9000만 원 인증샷을 촬영한 뒤 남 변호사는 9000만 원을 들고 술집으로 이동하여 그 곳에 있던 유 전 본부장에게 전달했고, 또 유 전 본부장은 그 돈을 들고 같은 술집 다른 방으로 이동하여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는 유력한 증거 중 하나는 남 변호사의 '새로운 진술'이다. 남 변호사는 지난 해 11월 대장동 공판에서 "당시에는 몰랐는데 유 전 본부장이 (다른 방에 대해) '형님들'이라고 말했다"면서 위 검찰 공소장과 비슷한 내용의 진술을 내놨다. 또 2021년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적용한 뇌물 혐의와 관련해서도 3억5200만 원 중 2000만 원을 제외한 나머지는 '형님들'에게 전달된 것으로 안다는 취지로 증언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증언은 최근 <뉴스타파>가 공개한 2021년 10월 21일자 검찰 신문조서와 비교하면 그 신빙성에 의문이 생긴다. 당시 검찰은 유 전 본부장, 남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등을 한 자리에 불러 대질 조사를 실시했다. 그 과정에서 나온 검사와 남 변호사의 문답 중 일부다. 

문 : "유동규는 상당히 고압적인 태도로 피의자에게 돈을 달라고 요구하는데, 왜 그랬던 것인가요."

답 : "일단 유동규의 성격이 원래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돈을 줘야 도와주겠다는 뉘앙스가 깔려 있었습니다. 그때는 저희가 완전히 '을'이었으니까, 저희가 돈을 주면 유동규가 뭔가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했고, 유동규도 그런 사실을 알았으니까, 유동규는 저희가 당연히 돈을 줘야 하는 것처럼 얘기를 했습니다."


유 전 본부장이 '갑'이었고 남 변호사가 도움을 기대한 당사자 역시 유 전 본부장이었다는 말이다. 정 회계사가 2021년 검찰 수사 과정에서 밝힌 바도 비슷하다. 그는 유 전 본부장에게 3억5200만 원을 준 사실이 있다고 인정하면서 그 이유에 대해 "공사 설립 조례안이 통과된 이후이기 때문에, 공사 실세로 유동규가 가는 것은 기정사실화 되어서 대장동 사업과 관련하여 잘 봐 달라고 돈을 만들어줬고, 유동규가 적극 돈을 달라고 요구했었다"고 진술했다. 

"우리가 원하는 건 검찰이 취사 선택한 기록 아냐"
 
2013년 4월 16일 상황을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복기하는 과정. 2013년 5월 29일자 정영학 녹취록 중 일부다.
 2013년 4월 16일 상황을 정영학 회계사와 남욱 변호사가 복기하는 과정. 2013년 5월 29일자 정영학 녹취록 중 일부다.
ⓒ 뉴스타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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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검찰 수사 당시 '대장동 일당'의 진술과 '새로운 진술'을 대조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것도 그래서다. 지난 4일 공판에서 정 전 실장 측은 유 전 본부장 신문 조서 대부분이 2022년 9월 이후 시점이라면서 "검찰이 증거를 선별적으로 제출한다"고 주장했다. 2022년 9월은 유 전 본부장의 '새로운 진술'이 나온 시점이다. 2021년 9월부터 대장동 개발 의혹 관련 수사가 시작된 만큼 관련 진술조서를 모두 제공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정 전 실장에게 검찰이 뇌물 혐의말고도 적용한 부정처사 후 수뢰 약속 혐의는 이른바 '428억 원 약정설'로 대장동 의혹의 몸통과도 같은 부분에 해당한다.

이와 관련해 정 전 실장 측 조상호 변호사(법무법인 파랑)는 10일 <오마이뉴스>와 만나 "검찰이 조서 제공에 협조하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렇게 말했다. 

"유동규씨의 진술이 사실상 유일한 증거 아닌가. 그 진술의 신빙성을 검증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유 씨가 본 사건 관련해 진술한 내용 전체를 봐야, 어느 부분이 일관된 것인지, 어느 부분이 변경된 것인지, 또 어느 부분이 왔다갔다하는 것인지 확인할 수 있지 않겠나."

- 검찰은 필요한 기록은 다 줬다는 입장인데?

"자신들(검찰)이 편철한 기록은 다 줬다는 이야기다. 우리가 원하는 건 자신들이 취사 선택한 기록이 아니다. 정 전 실장이 대장동 사건 관련해서 뇌물 받았고 뇌물 받는 약속을 했다는 것 아닌가.

그럼, 정말 그랬는지 알려면 주요 증인들이 과거에 어떻게 진술했는지, 어떻게 했기에 그때는 정 전 실장이 입건조차 되지 않았는지, 그 후 어떻게 진술이 바뀐 건지 등을 구체적으로 우리가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동규, 남욱, 정영학, 김만배, 정민용, 여기 더하면 정재창 등 주요 증인들이 검찰에서 했던 진술 전체를 내 달라는 거다."

이들 6명의 대화가 오간 기록이 또한 정영학 녹취록이다. 녹취록에는 전혀 나타나지 않았던 '새로운 진술'들이 나오면서 '23초 짜리 영상 돈다발'의 최종 소유자는 정 전 실장으로 바뀐 상황이다. 조 변호사는 "검찰이 정공법대로 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본인들이 갖고 있는 것 전체를 다 드러낸 상태에서 공방을 펼치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11일 유 전 본부장 측 변호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유동규씨가 풀려나기 전 진술이 담긴 조서를 기꺼이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진실 공방이 새로운 국면에 돌입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태그:#정진상, #정영학 녹취록, #유동규, #남욱, #조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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