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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에 서술된 제주4‧3은 1956년부터 "공산주의자(공산집단)"들이 일으킨 "폭동"이나 "반란"으로 규정하고 있다. 87항쟁을 통해 군부독재를 몰아내고 민주화가 되어도 제주4‧3의 진실은 "빨갱이" 또는 "폭도"로 불려야 했다.

2000년 1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아래 4.3특별법)'이 공포되고 나서는 제주4.3의 진실을 제대로 가르쳤을까? 2003년 10월 대한민국 정부가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를 채택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사과하고 나서부터는 역사 교과서에 진실대로 서술했을까?

중등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에서의 제주4.3교육의 흐름을 통해 진실을 찾아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제주도 교육청의 제주4.3교육은 2004년 보수적인 김태혁 교육감 때 4‧3항쟁 자료집 <아픔을 딛고 선 제주>를 발간하면서부터 시작되었다. 2008년에도 보수적인 양성언 교육감이 초등학생을 위한 교육 자료집 <4.3의 아픔을 딛고 평화를 이야기하다>를 발간하여 교육 자료화하였고, 제주4.3항쟁 당시 제주 교육계의 피해를 조사한 <4.3사건 교육계 피해 보고서>를 발간하면서 당시 교육계도 많은 피해가 있었음을 밝혔다.

2013년에는 교사 출신인 이석문 제주특별자치도의원이 '학생의 역사인식을 증진하여 지역사회에서 평화와 인권의 가치관을 확립하기 위하여 4.3평화교육의 활성화와 지원'을 위해 대표 발의한 '제주특별자치도 각급 학교의 4.3평화교육 활성화 조례(아래 4‧3평화교육조례)'가 제정되어 4‧3평화교육을 제도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조례 제7조에는 ① 각급 학교에서의 4․3평화교육 ② 학교급별 교육자료 개발과 보급 ③ 4․3평화교육 관련 교사 연수 ④ 프로그램의 개발·보급·운영 ⑤ 4․3평화교육 관련 현장체험학습 지원 등의 사업을 하도록 규정했다.

제8조에는 4․3평화교육위원회를 두어 4․3평화교육 활성화에 대해 자문을 할 수 있도록 했다. 4‧3평화교육조례는 2015년과 2021년에 개정을 통해 제주4․3항쟁에 대한 교육은 안정화 단계로 접어든다.
 
2023년 1월 17일 국회에서 “교육과정 속 4·3 기술의 변화와 4·3교육 세대 전승의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홍일심 장학사
▲ 제주4?3교육 세대 전승 방안 발표 2023년 1월 17일 국회에서 “교육과정 속 4·3 기술의 변화와 4·3교육 세대 전승의 방안”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홍일심 장학사
ⓒ 박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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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교육청의 자문기구인 4.3평화·인권교육위원회는 "4.3평화·인권교육은 '과거의 4.3'만이 아니라 '역사화되는 4.3'을 교육해야 한다"고 방향을 제시했다. 그리고 "저항과 수난의 역사인 4.3 그 자체뿐만 아니라 그 후의 전개된 상황, 즉 이념적 누명과 사회적 편견 속에 은폐·왜곡됐던 세월, 그런 암울한 시대 속에서도 줄기차게 벌였던 진실규명 운동, 4.3특별법 제정과 정부의 조사, 대통령 사과, 평화의 섬 선포, 국가기념일 지정, 오늘날 평화·인권·화해·상생·통일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는 4.3의 새로운 모습까지 포함"해야 한다며 적극적인 교육을 주문했다.

진보 성향의 이석문 교육감은 자문위원회의 제안을 수용하여 2017년에는 <초등 5~6학년을 위한 4.3이야기>(2020년 증보판 발간) 교재를 어린이용, 교사용으로 발간·보급했고, 중등용으로 <청소년, 4.3평화의 길을 가다>가 제작되어 학생들이 사용했다. 2022년에는 중등용 교재 <청소년, 4.3평화의 길을 가다Ⅱ>가 제작되어 학교에서 사용 중이다.

제주4.3항쟁 제70주년을 맞아 제주도교육청과 제주4.3평화재단은 제주4.3의 전국화를 위해 전국 16개 시․도 교육청 소속 교원을 대상으로 10년 동안 1만 명을 연수하기로 협약하고 매년 1천 명씩 4.3연수를 실시하고 있는 중이다.
 
16개 시도 교육청 교원 대상으로 제주4.3항쟁을 연수를 진행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 전국 교육청 교원대상 제주4.3항쟁 연수 16개 시도 교육청 교원 대상으로 제주4.3항쟁을 연수를 진행하는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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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대한민국 역사 교과서의 한계를 넘어서고자 하는 제주도교육청과 제주4.3항쟁의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제주민들의 마음을 모은 것이기도 하다.

제주도교육청은 보다 생생한 4.3의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 '4.3평화·인권교육 명예교사제'를 도입한 후 4.3유족들을 명예교사로 위촉해서 학생들에게 유가족의 고통을 직접 전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올해는 4.3전문가 선생님과 함께하는 명예교사 수업을 도입하여 기존 수업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4월 4일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4.3희생자 진덕문 유족과 학생들이 제주4.3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4.3유족과 함께하는 4.3교육 4월 4일 제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4.3희생자 진덕문 유족과 학생들이 제주4.3에 대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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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당선된 보수 성향의 김광수 제주도교육감도 '4.3평화·인권 교육' 방향을 '올바른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평화와 인권의 감수성을 높이고, 세계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는 목표 아래 '인권의 원칙, 평화의 원칙, 역사토대의 원칙, 현재성의 원칙, 보편성의 원칙' 등 5대 원칙을 정하여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제주4.3교육을 담당하는 홍일심 장학사는 "평화와 인권이 가득한 사회를 이루기 위해 교원의 역량 강화 및 활동을 지원하고 있는데, 4.3평화·인권교육 사례 발표와 4.3평화·인권교육 전문가과정 직무연수 확대, 초등교원 대상 '4.3 없는 그림책 교원연수'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학생의 4.3평화·인권 공감대 확산을 위하여 제주도 관내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4.3 평화공감 도전 프로젝트와 전국 청소년 평화 포럼 운영, 4.3평화·인권교육 교수·학습 자료집을 제작하여 전국 시․도 교육청에 보급하는 등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제주도교육청 김상진 민주시민교육과장은 "4.3교육의 목표는 제주4.3을 매개로 생명·평화·인권이 학교생활에서 일상화되고 제주사회로 확산되면서 섬 공동체가 평화로울 수 있도록 만드는 데 있다"며 4.3항쟁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고 인권의 가치, 평화의 소중함을 공감하는 교육 방향이라고 밝혔다.

제주4.3항쟁은 1999년 여야합의로 제주4.3특별법이 제정되었고, 2003년 제주4.3사건진상조사보고서가 확정된 후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가 있었다. 그리고 박근혜 대통령시 제주4.3이 국가 추념일로 지정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식 사과와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추념식 참석이 이루어졌다. 각종 보고서와 추념사를 통해 여야 정치 지도자들이 제주4.3항쟁의 진실을 인정하고 있고, 이를 기반으로 하여 제주도내에서의 4.3교육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검사 출신 정순신 변호사 아들이 제주 출신 동료 학생에게 "빨갱이"라는 언어폭력을 한 것이나,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이 "김일성의 지시"에 의해 발생한 사건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역사 왜곡을 넘어, 지난 75년 동안 밝혀낸 진실을 기반으로 4.3항쟁의 진실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제주도는 보수와 진보의 교육감의 구분 없이 지난 2004년부터 제주 4.3항쟁에 대해서는 하나된 목소리로 학교현장에서 학생들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4.3항쟁에 대한 진실이 학교 현장에서 학생들과 공유될 때, 미래의 재발 방지와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해 70여 년 동안 고통 속에서 살아 온 역사에서 소중한 자산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태그:#제주4.3, #4.3항쟁, #교육 과정, #교육청, #역사 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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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보장된 정의의 실현은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며, 주권자로서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끊임없이 실천하는 시민들의 다양한 노력이 지속될 때 가능하리라 믿는다. 지방자치는 민주주의를 완성하는 토대이며,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조직된 힘'이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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