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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정 뜰에서 본 모습. 옹성산 정상에 구름이 내려왔다.
▲ 노루목 적벽 망향정 뜰에서 본 모습. 옹성산 정상에 구름이 내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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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적벽(赤壁)은 4곳이다. 무등산과 백아산에서 내린 동복천이 창랑에서 만경대까지 크고 작은 많은 절벽을 지난다. 그중 물염, 창랑, 보산, 이서 적벽이 빼어나다. 수려하고 웅장하여 대표로 꼽히는 이서 적벽은 노루목 적벽으로 더 친숙하다.

조선 중종 때 기묘사화로 신재 최산두가 유배살이를 했다. 중국 송나라 소식(蘇軾, 소동파)의 '적벽부(赤壁賦)'에서 이름을 따와 적벽이라 불렀다. 이후 내로라하는 시인 묵객이 찾으면서 명소가 되어갔다.

국가 명승 112호이고, 화순 8경 중 제1경이다. 천하제일경이란 애칭도 붙었다. 이를 두고 시비도 많았다, 더 아름다운 절벽도 있다면서. 인정한다. 하지만 산과 물과 바위와 하늘이 이처럼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 곳은 찾기 힘들다. 천하제일경이라 불리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화순 적벽 버스 투어, 이렇게 이용했다

1973년 동복천이 광주시민 식수원으로 지정되어 노루목과 보산은 보호구역에 포함되었다. 광주광역시가 관리하게 되면서 적벽 관람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었다.

화순군은 지난해(2022년) 10월 31일 광주광역시와 '동복댐 수질개선 및 상생발전 협약'을 맺었다. 화순군이 진출입을 관리하게 되어 적벽을 볼 수 있는 방법이 늘었다.

온라인 사전 예약제를 권한다. 문화해설사와 함께하는 버스 투어다. 화순읍 이용대체육관에서 출발하여 돌아오기까지 3시간 정도 걸린다. 3월 25일부터 11월 26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두 차례씩 운행한다. 이용요금은 1인당 10000원이다.

예약 없이 현장에서 바로 탈 수 있는 '셔틀버스'도 있다. 11월 30일까지 매주 화·목·금·토·일요일 운행한다. 화순온천주차장, 이서커뮤니티센터, 화순적벽 입구에서 탈 수 있다.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 40분 간격으로 출발한다. 화순온천주차장은 7000원, 이서커뮤니티센터와 화순적벽 입구는 5000원이다.
 
예약제 화순적벽버스투어. 화순읍 이용대체육관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 적벽버스투어 예약제 화순적벽버스투어. 화순읍 이용대체육관 주차장에서 출발한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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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25일 토요일 오전 9시 30분. 화순군 이용대 체육관 앞이다. 2023년도 적벽 버스 투어 첫날이다. 하늘은 낮고 구름은 이마에 걸렸다. 새벽녘엔 빗방울도 비쳤다. 하늘에서 내리는 것은 뭐든 반갑다. 하늘도 축하해주는 듯해서다.

이미경 안전 담당이 1시간 전 늦지 말라고 전화했다. 이름을 확인하고 인식 목걸이를 걸어준다. 즐거운 나들이 하기를 바란다며 봄날의 햇살 담은 미소로 인사를 전한다.

1호차에 올랐다. 소풍 가는 분위기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삼삼오오 들떠있다. 예약 버스 투어의 백미는 해설사다. 최순희라고 소개했다. 로또 당첨이다. 화순군 최고라는 찬사답게 맛깔스러웠고 멋들어졌다.

버스가 무등산 줄기인 만연산을 좌측으로 두고 큰재를 넘었다. 안개가 자욱했다. 한국의 알프스라는 수만리 계곡이 수줍어하며 모습을 감추었다.

무등산 남쪽 길을 구불구불 벗어나니 야사리 은행나무 전설도 반갑다.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운다고 했다. 기분 탓인가, 멋지다.

해설사 설명에 취해갈 즈음, 몸이 흔들린다. 적벽 입구다. 이제부터 시오리 비포장길 좁다란 외길이다. 터덜터덜 이 느낌 얼마 만이던가. 오래전 비포장 신작로에서 흙먼지를 달고 달리던 그때 그 느낌 그대로다. 온몸이 전율한다.
 
전망대에서 바라본 적벽. 앞이 보산, 뒤가 노루목이다. 가뭄으로 동복호 바닥이 드러났다.
▲ 보산적벽과 동복호 전망대에서 바라본 적벽. 앞이 보산, 뒤가 노루목이다. 가뭄으로 동복호 바닥이 드러났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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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순스러운 공간... 눈맛이 시원하네

적벽을 얼마 두지 않고 전망대에 올랐다. 탁 트인 시야가 상쾌하다. 보산 적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출렁여야 할 물이 없다. 적벽 뿌리까지 보인다. 누렇게 바닥을 드러낸 동복호 바닥이 고래 입을 닮았다. 30년 만의 가뭄이라 했다. 제한 급수 이야기가 나온 지도 한참 되었다. 멀리 망향정이 노루목 적벽이 어슴푸레하다. 옹성산 정상은 안개인 듯 구름인 듯 자욱하여 하늘과 구분이 없다.

도착했다. 북적인다. 예약 관람객과 자유 관람객이 기차 객차처럼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진입로가 좁아 들고 나가는 차가 교행이 어렵다. 서로 만나지 않게 배차를 하면서 이리된 듯하다. 안전요원 무전기가 쉴 틈이 없다.

입구에 도착했다. 하늘로 통한다는 통천문(通天門)이 맞이한다. 노루목 적벽에서 망미정을 거쳐 망향정으로 오는 동선이라고 했다. 예전에는 10여 개 넘는 정자가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망미정과 송석정이 남아 있는데, 송석정은 관람 제한이다. 망향정은 댐 조성 당시 수몰민을 위해 세운 정자다.
 
가장 가까이서 본 노루목 적벽이다. 아래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가뭄으로 드러난 곳이다.
▲ 노루목적벽 가장 가까이서 본 노루목 적벽이다. 아래 하얗게 보이는 부분이 가뭄으로 드러난 곳이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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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목(장항(獐項)) 적벽이다. 날씨가 고맙다. 구름이 물러가고 안개도 산정 높이 오른다. 자고로 사진은 화면발인데 아쉽긴 하지만 이것만 해도 다행이다.

사람 마음 참으로 간사하다. 가뭄을 걱정하고 제한 급수를 염려했던 생각은 벌써 잊었다. 동복호 물이 찰랑이는 모습이 아름답다고 하지만 날것 그대로의 이 풍광이 더 좋다. 수십 년 물속에 감추어졌던 부분이 요염하다. 욕조에서 피어오르는 수증기 너머 뽀얀 속살을 닮았다. 최산두가 이름을 붙였을 당시도 이랬을 것이다. 달리 생각해보니 30년 만에 보는 모습이 아니겠는가. 이 또한 행운일 수 있겠다 싶었다.
  
망미정에서 본 노루목 적벽.
▲ 망미정 망미정에서 본 노루목 적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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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미정(望美亭) 마루에 걸터앉아 보는 적벽도 좋았다. 소식의 '적벽부'에서 이름을 가져왔다고 전해진다. 적벽 바로 앞에서 마주 보고 있던 정자였다. 수몰되면서 이곳으로 옮겼다.​ 주재료가 소나무가 아닌 느티나무다. 옛 조상들 연장 만드는 기술이 뛰어났나 보다. 단단한 나무를 이리도 잘 다듬었다니. 김대중 전 대통령 친필 현판도 걸려 있다.

정지준(丁之雋, 1592~1663)이 건립하였는데, 정지준(정지준 병자호란 때 의병을 모아 북상하던 중 모지리 인조가 청에게 항복했다는 소식을 듣고 이곳에 정자 짓고 은거했다. 후일에 충절이 높았다고 통훈대부 사헌부감찰로 추서되었다.
 
망향정의 시원한 풍광이다. 사방이 탁 트인 높은 곳에 자리했다. 정면이 옹성산과 노루목 적벽이다.
▲ 망향정 망향정의 시원한 풍광이다. 사방이 탁 트인 높은 곳에 자리했다. 정면이 옹성산과 노루목 적벽이다.
ⓒ 김재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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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향정(望鄕亭), 건물은 멋들어지고 풍광은 수려하다. 눈맛이 시원하다. 노루목 적벽과 옹성산과 동복호의 물이 어우러진 모습을 보니 처음 이곳을 천하제일경이라 부른 이의 혜안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이래서 영화도 드라마도 그리 많이 찍었나 보다.

전해진 이야기에 따르면 적벽 낙화놀이가 꽤 유명했다. 4월 초파일에도 추석에도 즐겼다 하니 꽤 재미난 놀이였나 보다. 밤이 되면 노루목 적벽에 올라 불덩이를 던지고 꽃불을 날렸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불을 구경하며 꽹과리치고 노래하고 춤추고 놀았다고 한다. 요즘 불꽃놀이 닮은 옛 시절 흥취가 아련하다.

김삿갓(김병연)이 풍광에 반해 이곳을 세 번 찾았다 한다. 이곳에서 생도 마감했다. 그가 지은 싯구는 지금도 회자한다.

"무등산이 높다 하되 소나무 가지 아래 있고, 적벽이 깊다더니 모래 위를 흐르는구나."

적벽강이라고, 창랑천라고도 불렸다. 댐 수몰 전 적벽강은 광주 사람들 유원지였다. 예전엔 놀이터로 지금은 상수원으로, 정말 아낌없이 주는 적벽이다. 역시 화순(和順)스럽다. 김삿갓이 세 번 찾을 만하다.

적벽 예약 버스 투어 첫날 첫차 개시를 해주신 최순희 전남문화관광해설사, 이미경 안전요원께 고마움 전한다. 예약은 화순군청 홈페이지에서 받는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화순매일신문에도 실립니다. 네이버블로그 "쿰파니스 맛담멋담"(cumpanis)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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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쿰파니스, #화순적벽버스투어, #화순여행, #맛담멋담, #화순매일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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