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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각을 다투는 일이 아니었다."

4일 오후 2시 이상민 행정안전부장관의 이태원참사 책임 여부를 가리는 헌법재판소(헌재)의 탄핵심판 첫 기일을 앞둔 가운데, 이태원참사 유가족들은 이 장관의 과거 발언을 다시 떠올렸다.

이 장관은 지난해 12월 23일 국회 국정조사 과정 중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참사 발생 4시간 후에야 가동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일회성으로 이미 재난이 종료된 단계에서 중대본은 촌각을 다투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이 장관의 탄핵 여부를 가리는 요건은 법 위반 여부와 이에 따른 법적 책임의 중대성이다. 유가족들은 이상민 장관이 ▲국민의 생명 및 안전보호 의무 ▲재난안전법 ▲정부조직법 등을 위반해 헌법과 법률에 명시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해야 할 주무 부처의 장관으로 역할을 방기, "파면되는 것이 마땅하다"고 요구했다. 

이태원 유가족들 "이상민을 파면하라"... 탄핵 심판 오후 2시 시작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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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이주영씨의 아버지인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부대표는 같은 날 오전 서울 종로구 헌재 앞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누군가는 행안부장관이 무능했을 뿐이므로 책임질 일이 아니라고 한다. 틀린 말이다"라면서 "국민 생명 보호에서 행안부장관이 무능했다면, 반드시 책임져야 할 일이다"라고 말했다. 한 유가족은 이 장관의 책임을 강조하는 발언을 듣는 내내 눈물을 흘리며 "행안장관 파면하라"는 손팻말을 들었다.

이 부대표는 "참사 158일째 만에 장관의 책임을 묻는 절차가 진행된다"면서 "재난 안전 업무를 총괄하는 장관이 참사 당시 상황에 대해 어떤 책임도 지지 않는 것이 이해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파면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어떤 참사에서도 행안부가 책임질 일은 없을 것"이라면서 "또 다른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파면돼야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족들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이상민 장관의 탄핵은 개인의 평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재난을 예방하고 대응하는 국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평가"라면서 "이 장관을 파면하지 못한다면 대한민국은 재난을 막을 역량도, 촌각을 다투며 구조와 수습에 나설 의지도 없음을 자인하는 것이다"라고 밝혔다.

탄핵 요구 법률가들 "생명 지켜줄 국가 있다는 신뢰, 헌재가 줘야"

"죽은 자는 있으나 책임지는 자는 없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이상민 장관의 파면을 주장하는 법률가들은 참사 시점 인지부터 수습과정까지 이 장관의 행적 대부분이 탄핵 구성 요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재난 대응기관 조정자'로써의 역할이 부재했기에 참사 피해를 방치, 확대했다는 시각이다.

민주주의법학연구회는 이날 회장 입장 대독을 통해 "헌법재판소는 파면하지 않은 대통령에게 상식의 정치를 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깨닫게 하고, 참사 유족과 국민에게 아직 생명과 안전을 지켜줄 국가가 있다는 신뢰를 줄 수 있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렸다.
 ‘10.29이태원참사 책임자 이상민 파면 촉구 기자회견’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앞에서 이태원참사유가족협의회, 시민대책회의 주최로 열렸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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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참사시민대책회의 진상규명 시민참여위원으로 활동 중인 권영국 변호사는 "이 장관은 참사 인지 후에도 경기 일산에 거주하는 수행 비서가 차를 운전해 장관의 자택인 압구정으로 올 때까지 무려 85분을 기다려 골든타임을 완전히 지나쳤다"면서 "중앙사고수습본부를 설치 하지도 않았고, 참사 발생 후 촌각을 다툴 때 재난 조정자로서 어떤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 소속 단체들은 탄핵 심판에 대한 의견서를 헌법재판소에 제출할 예정이다.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헌재는 180일 이내 접수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리도록 돼 있다. 파면 요건은 재판관 9명 중 6명 이상의 찬성이며, 반대로 기각 또는 각하 결정이 내려지면 피청구인은 곧바로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태그:#이상민, #이태원참사, #재난안전, #책임, #행정안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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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이태원 압사 참사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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