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2.14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김민재가 지난해 12월 14일 오후 소속팀으로 복귀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2.12.14 ⓒ 연합뉴스

 
축구 국가대표 김민재(나폴리)를 둘러싼 논란이 결국 오해로 빚어진 해프닝으로 종결됐다. 축구팬들이 우려하던 심각한 상황으로 번지는 것은 막았지만, 한편으로 국가대표의 자격과 책임감에 대하여 생각해볼만한 교훈도 남겼다.
 
김민재는 지난 3월 28일 우루과이와 평가전 이후 인터뷰에서 "멘탈적으로 힘든 상태다. 지금은 대표팀보다 소속팀에만 신경 쓰고 싶다"는 의미심장한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민재 발언의 진의를 두고 곳곳에서 다양한 해석과 추측이 쏟아졌다. 일각에서는 김민재가 '국가대표 은퇴'를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오며 파장이 커졌다. 국가대표에 대한 애착이나 책임감이 부족한 게 아니냐는 비판도 쏟아졌다.
 
여기에 이번에는 대표팀의 주장 손흥민과의 '불화설'이 터져나왔다. 공교롭게도 우루과이전 직후 김민재가 일방적으로 손흥민과의 SNS 친구 관계를 끊은 사실이 축구 팬들에게 포착됐다. 또한 이는 대표팀 내 손흥민을 중심으로 한 1992년생과 김민재와 동갑내기인 1996년생 선수들이 각자 분열되어 갈등을 빚고 있다는 '대표팀 내분설-파벌설'로까지 확대됐다.
 
사안이 일파만파로 걷잡을수없이 확산되자 결국 김민재는 1일 소속사를 통해 직접 작성했다는 해명문을 전했다. 김민재는 우루과이전 인터뷰를 둘러싼 논란에 대해 자신의 '실언'이었고, 대표팀 은퇴 의사가 없다고 해명했다.

손흥민과의 갈등에 대해서는 자신의 '오해'였다고 시인했다. 손흥민은 우루과이전 이후 SNS에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과 책임감, 팬들에 대한 감사를 전하는 글을 올렸다. 김민재는 이에 서운함을 느껴 자신이 먼저 손흥민을 차단했다고 인정했다. 하지만 두 사람은 현재 논란이 벌어지고 하루 만에 다시 SNS 친구관계를 회복한 상태다.

또한 파벌설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부인하며 "팬분들을 포함하여 관계된 모든 이들에게 죄송하고, 가장 피해를 많이 본 선수분들께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라며 축구 팬과 동료 선수들에게 사과를 전했다.
 
김민재는 유럽 진출 이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수비수로 성장했고, 국가대표팀에서도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의 주역으로 활약하는 등,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매김했다. 일각에서는 한국축구 역대 최고의 수비수가 될 수 있다는 자질을 지녔다는 평가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보면 아직 20대의 청년에 불과하고, 때로는 감정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흔들리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몇 년간 김민재의 축구인생은 해외진출과 월드컵 출전 등을 통하여 급격한 변화가 있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시행착오와 말 못할 고민이 있었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다.
 
박지성이나 손흥민 같은 선수들은 축구선수로서 뛰어난 실력만큼이나 훌륭한 인성과 멘탈리티를 갖춘 프로선수들의 모범으로 꼽힌다. 하지만 모든 선수들이 이들처럼 정신력과 프로의식을 갖추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김민재에게는 이번 사건이 국가대표의 의미와 선수로서의 책임감에 대하여 다시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경험을 계기로 축구인으로나 한 인간으로서 더 성숙해질 수 있다면 오히려 전화위복이다.
 
한편으로 이번 해프닝은 김민재 개인의 잘못에만 너무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국가대표팀 운영과 선수관리 문제를 다시 돌아보는 기회로 삼아야 할 필요도 있다. 김민재의 해명문에서 놓치지말아야 할 부분은 "대표팀에 와서 경기를 하는 것이 정신적으로 부담스럽고 힘들다"는 대목이다. 김민재가 명단에서 빼 달라고 실질적으로 요구한 건 아니지만 국가대표 소집에 부담을 느꼈다는 것.
 
김민재나 손흥민같은 유럽파 국가대표 선수들은 소속팀과 대표팀을 오가며 장거리 이동과 빡빡한 일정에 따른 체력적-정신적 부담을 감수해야 한다. 태극마크의 무게와 책임감을 강조하는 국내 정서, 대표팀에서 차지하는 위상 등을 고려할 때 선수가 대표팀 소집이 힘들어도 쉽게 말하기 어렵다. 
 
국가대표 운동 선수도 사람이다. 항상 철인같은 체력과 최고의 컨디션만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제는 한국축구도 국가대표로서의 희생만을 요구할 것이 아니라, 유럽파 선수들의 비중과 상황을 고려한 맞춤형 체력-멘탈 관리가 필요하다는 숙제를 남겼다.

한편으로 새롭게 출범한 '클린스만호'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가 무엇인지 확인했다는 것도 이번 사건이 남긴 또다른 교훈이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한국축구의 새로운 사령탑으로 등장하면서 초반 여론은 클린스만의 과거 경력이나 논란, 축구철학 검증 등 '감독 개인의 역량'에만 더 무게가 쏠린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민재 사건을 통하여 현재 대표팀이 신경써야 할 것이 전술적 문제보다는 오히려 '팀 내 기강과 화합'이라는 것이 절실하게 드러났다.

일단 해프닝으로 정리되기는 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대표팀에게 좋은 조짐이 아니다. 대표팀이 과거에도 몇 차례나 파벌과 내부 분열 등으로 위기를 겪었던 것을 감안하면 결코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여기에 언론도 김민재의 발언을 두고 은퇴, 파벌 등 검증되지 않은 추측과 과잉해석을 늘어놓으며 사태를 더욱 악화시킨 측면이 있다.
 
클린스만 감독에게는 팀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매니저'답게 선수들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하여 분위기를 추스르고 선수단을 장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과제가 됐다. 다시 '원팀'이 되지 못한다면 아시안컵 우승도 클린스만호의 성공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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