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연한 봄이 온 전주 월드컵 경기장이었으나 전주성의 날씨는 여전히 '겨울'이었음을 느꼈다.

24도의 따듯한 날씨 속 1만 2767명이 모인 전주 월드컵 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 1 2023 5라운드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와의 경기는 전북 류재문의 선제골에도 불구하고 후반 포항 백성동과 제카에 연속 실점을 허용하며 전북은 리그 5라운드 만에 3패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 들게 됐다.
 
경기 전 '서늘했던 전주성'
 
 경기 시작 전 걸개 준비 과정에 한창이던 순간

경기 시작 전 걸개 준비 과정에 한창이던 순간 ⓒ 곽성호


경기 취재를 위해 경기 시작 2시간 전 전주 월드컵 경기장을 방문했을 당시 전주성의 분위기는 완연한 봄의 분위기와 함께 차분한 분위기를 풍겼던 전주성이었다. 하지만 경기장 근처에 다가갈수록 전주성의 분위기는 왠지 모를 서는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했다.
 
한 팬은 전북 감독과 대표 이사의 이름을 거론하며 "제발 좀 나갔으면 좋겠다"라고 말하며 '김상식 OUT' '허병길 OUT'이 복사된 종이를 나눠주는 장면도 목격했으며 경기장 내부로 들어갔을 때 많은 전북 팬들은 경기장에 내걸 걸개를 준비하는 장면도 목격이 됐다.
 
경기 시작 전 선수단 소개 멘트를 하기 전 본격적으로 팬들의 움직임이 시작됐다. 포항 선수단이 소개되자 일부 전북 팬들은 포항과 김기동 감독을 연호하기도 했으며 전북 선수단이 소개되는 타이밍에는 모든 전북 팬들이 선수 연호를 하지 않으며 본격적인 '응원 보이콧'에 들어간 모습을 보여줬다.
 
선수단 입장이 있을 때는 전북 팬들은 일제히 준비해온 걸개를 본격적으로 올리기 시작하며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 이사에 대한 퇴진 요구 시위를 시작했다. 전북 정민기 골키퍼의 K리그 통산 100경기 시상식에 나선 허병길 대표 이사에 대해서 전북 팬들은 일제히 '허병길 나가'를 외쳤으며 곧바로 김상식 감독을 향해 '김상식 나가'를 외치며 과거부터 쌓여 왔던 불만을 폭발시켰던 전북 팬들이었다.
 
 선수단 입장과 동시에 전북 팬들은 걸개를 걸며 감독과 대표 이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선수단 입장과 동시에 전북 팬들은 걸개를 걸며 감독과 대표 이사에 대한 불만을 표시했다 ⓒ 곽성호


전북 팬들의 일동 침묵, 포항 응원 소리만 가득했던 전주성

경기 시작과 함께 전북 팬들은 그동안 전주성을 가득 채웠던 녹색 함성을 잠시 일시 정지시켰다. 경기 중간 김상식 감독과 허병길 대표 이사를 향한 '나가' 외침만 잠시 나왔을 뿐 어떤 응원도 경기장에서 선보이지 않으며 자신들이 준비한 시위와 집회의 뜻을 경기장에 명확하게 표현했다.
 
전반 16분 류재문의 선제골이 나왔을 당시에도 잠시 환호만 있을 뿐 곧바로 김상식 감독을 향해 '나가' 외침만 나왔으며 전북을 대표하는 골 응원인 '오오렐레' 역시 진행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줬다.
 
급기야 전북의 전 감독과 단장 이름을 연호하기도 했다. 최강희 전 감독 (무직)과 이철근 전 단장과 백승권 전 단장의 이름이 나오기도 했으며 김상식 감독의 전임자 조세 모라이스 (세파한)의 이름까지 연호하며 김상식 감독에 대한 불만을 강하게 표시한 전북 팬들이었다.
 
이런 서늘한 분위기 속 더 얼어붙게 만드는 포항의 동점골이 나오자 전주성 분위기는 급격하게 살벌해지기 시작했다. 후반 57분 백성동이 전북의 골문을 가르자 일부 전북 팬들은 경기장에서 일어나 나가는 모습까지 발견됐고 야유와 고성이 나오며 전주성 분위기는 그야말로 남극의 추위를 저리 가라 할 만큼 얼어붙기 시작했다.
 
후반 막판 전북 박진섭이 포항 황인재 골키퍼와 충돌하며 응급실로 이송될 때만 유일하게 박진섭 이름을 연호했던 전북 팬들이었다.

전북은 동점골 실점 이후 이동준, 문선민, 구스타보, 안드레를 차례로 투입하며 역전골을 노렸으나 역전골은 포항 제카의 머리에서 나오게 됐다. 후반 90분 제카의 역전골이 터지자 결국 경기장을 찾은 많은 전북 팬들은 서둘러 경기장 바깥으로 발길을 옮겼으며 일부 팬들은 야유와 함께 김상식 감독을 향한 불만 섞인 목소리를 내세우며 경기장 바깥으로 향했다.
 
 경기 종료 후 전북 팬들의 걸개

경기 종료 후 전북 팬들의 걸개 ⓒ 곽성호


이후 경기는 포항이 전주 원정에서 짜릿한 역전 승리를 거두며 끝이 났다. 경기 종료 이후 많은 전북 팬들은 곧바로 김상식 감독을 향해 '나가' 외침을 연호했으며 선수들에게는 박수를 감독과 대표 이사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나가' 외침을 연호하며 씁쓸한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퇴근길, 2시간 동안 진행된 김상식 감독과 팬들의 대치
 
전북은 지난 30일 경기 종료 이후 진행됐던 선수단 퇴근길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발표해 논란이 됐다. 김상식 감독을 향한 불만이 지속되자 팬들과 충돌을 우려한 결정이 아니냐는 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전북 구단은 이런 결정을 번복하지 않았다.
 
선수단 퇴근길을 운영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포항전 패배로 잔뜩 뿔이 난 전북 팬들은 선수단 퇴근길에 찾아가 김상식 감독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자 선수단 버스를 미리 보낸 후 감독과 코치진들이 탑승하는 '오피스 버스'를 막고 시위를 이어갔다.
 
2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이 대치는 지속됐고 소규모 경찰 인력과 구단 안전 요원이 출동하는 소동까지 벌어지기도 했던 이번 대치는 결국 김상식 감독이 버스에서 내려 팬들에게 목소리를 내며 이번 대치는 마무리가 됐다.
 
김상식 감독은 "기대에 못 미쳐서 죄송하다"며 말을 이어갔고 전북 감독으로서 책임감 있는 행동을 하겠다며 대답했다. 이후 김상식 감독은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미안하고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믿는다"라며 분위기를 일축 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전북 팬들의 원성은 사그라들지 않았고 구체적으로 책임을 요구했고 사퇴하라는 요구도 일기도 했던 현장이었다. 김상식 감독은 "전북 감독으로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라고 말하며 버스에 탑승했고 이 대답을 마지막으로 약 2시간이 넘도록 이어졌던 전북판 '버(스)막(기)'가 종료됐다.
 
벚꽃이 만개하며 환상적인 봄 날씨를 풍겼던 전주 월드컵 경기장이었다. 하지만 전북과 전주성의 분위기는 추운 바람이 쌩쌩하게 부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4라운드 대구와의 경기에 이어 이번 포항과의 경기에서까지 패배를 적립한 전북은 전주에서 휴식을 취한 이후 홈에서 위기에 빠진 인천을 상대로 반등을 노리게 된다. 반면 리그 개막 이후 상승세로 무패 행진을 기록하고 있는 포항은 원정길을 끝내고 홈으로 돌아가 리그1 승격 이후 파괴적인 전술로 상승세를 이끌고 있는 이정효 감독의 광주를 상대로 연승 행진에 도전하게 된다.
 
빗발치는 감독 사퇴 요구와 곪을 대로 곪아서 드디어 터져버린 전북 팬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고 있다. 김상식 감독과 전북 현대. 시즌 초반 이들의 운명이 엇갈리기 시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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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현대 K리그1 축구 김상식 포항스틸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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