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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 되면서 이상하리 만치 입안이 가끌거리고 입맛이 없다. 뭘 먹어야 할까? 남편과 두 사람만 사는 밥상은 간단하다. 남편은 반찬을 많이 먹지 않는다. 편식을 하고 나물 반찬은 잘 입에 데지 않으니 나 먹겠다고 반찬만 따로 하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반찬을 많이 만들어도 먹지 않아 버려야 하는 경우가 있다. 나물도 별로 먹지 않는 남편 때문에 나물 반찬을 잘 하지 않는 편이다. 봄만 되면 그 점이 불편하다. 아니 먹고 싶으면 해서 먹으면 되지 무슨 소리를 하느냐고 말하겠지만 어디 그게 쉬운 일인가. 나도 남이 해 주는 밥을 먹고 싶은 때가 있다. 그렇지만 그건 꿈일뿐이다. 지금이 어느 때라고 그런 생각을 하는지 나는 헛웃음이 난다.

오랜만에 재래시장을 나갔다. 재래시장을 가야만 봄에만 나오는 나물들을 만날 수가 있다. 그래도 봄나물을 먹어야 봄맞이를 하는 것 같다. 모든 만물은 다 때가 있다. 음식도 그렇고 사람 사는 일도 그렇다. 때를 맞춰 사는 것이 쉽지만은 않지만 사람이 가진 오감의 촉수를 켜 놓으면 알게 되는 일이다.

계절에 만나는 음식은 눈 깜짝 할 사이에 지나가기 때문에 부지런을 내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음식들이 많다. 도다리쑥국은 몇 년 전부터 먹게 되면서 봄이 가기 전에 꼭 끓여 먹는다. 쑥 향도 좋지만 살이 통통히 오른 도다리를 넣고 끓인 도다리 쑥국은 봄에만 먹는 특별한 메뉴다. 처음엔 이상한 조합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그 맛을 즐긴다.

시장에는 봄나물이 잔뜩 나와있다. 먼저 쑥을 사고 나물을 살까 생각하다가 어린 머위잎이 눈에 띈다. 머위의 쌉싸름한 맛이 입맛을 돋워 준다. 머위 나물은 내게 또다른 의미가 있다.

시댁은 시골이었다. 시어머님이 살아 계실 때 봄이면 꼭 어린 머위를 따서 보내 주셔 먹었던 기억이다. 생각하면 어머님이 그리워지는 그리움의 맛이기도 하다.
 
된장 고추장을 넣고 무친 머위 나물
▲ 머위 나물 된장 고추장을 넣고 무친 머위 나물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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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서 "머위잎 좀 주세요" 물었더니 "아직은 어린잎이라 비싸요"란다. 

나물이 비싸면 얼마나 비쌀까 싶어 "주세요" 그랬더니 5000원 어치가 너무 적었다. 삶으면 딱 한 접시쯤 될 것 같은 양이다. 그래도 사야 한다. 어린잎의 머위잎이 맛이 좋기 때문이다.
 
햇쑥을 샀다
▲ 올해 새로나온 쑥 햇쑥을 샀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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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래 시장 봄 나물들
▲ 시장에 있는 봄 나물들 재래 시장 봄 나물들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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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물을 무치고 쑥국을 끓인다. 오늘은 밥상에 봄이 왔다.
 
봄 나물 쑥
▲ 쑥국 봄 나물 쑥
ⓒ 이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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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으로 돌아와 곧바로 나물을 다듬어 삶고 쑥도 씻어 쑥국을 끓인다. 쑥을 씻고 쌀 뜬 물을 받는다. 쑥국은 쌀뜨물로 끓여야 맛있다. 그날은 도다리가 시장에 나오지를 않았다. 별수 없이 그냥 돌아와 봄맛을 느끼기 위해 봄 밥상을 차린다. 나물을 무치고 쑥국을 끓인다.

지난해에 먹어보고 올해 처음 먹어보는 머위 나물과 쑥국은 맛있었다. 정말 입맛을 살려 주는 것만 같다. '그래 이맛이지' 하면서 혼자 기분이 좋아진다. 

사람은 살면서 먹는 것이 으뜸인 것 같다. 이 봄이 가기 전에 부지런히 재래시장을 다니며 봄나물 밥상을 차려야겠다. 사는 즐거움 중에 먹는 즐거움이 가장 크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내가 먹은 음식이 내일의 내가 될 것이다. 음식은 힘이 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기자의 브런치에도 실립니다.


태그:#재래시장, #봄 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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